황병성 칼럼 - 정년 보장과 정년 연장을 말 한다

황병성 칼럼 - 정년 보장과 정년 연장을 말 한다

  • 철강
  • 승인 2021.06.21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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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황병성 bshw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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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직장에서 정년퇴직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우선 회사가 망하지 않고 오랫동안 존립해야만 가능하다. 그 조건이 갖추어졌다고 해도 정년이 다 보장되지 않는다. 기업은 직원이 나이 들고 무능해지면 어김없이 꺼내 드는 것이 명퇴 카드이다. 물론 근로기준법이 엄연히 존재하지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퇴직으로 몰고 간다. 회사의 발전을 위해 젊음을 오롯이 바쳤지만 나이를 먹었다는 이유로 내몰리는 억울한 상황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이러한 상황은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더 하다. 대기업은 비교적 정년이 잘 보장된다. 물론 예외도 있지만 노동조합의 보호막은 마치 철옹성과 같다. 하지만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정년을 보장받기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렵다. 나이를 먹은 것이 큰 잘못이 아닌데도 등 떠밀려 퇴사하는 사람들을 수없이 본다. 법이 보장하는 정년이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문제다. 노조로 뭉친 대기업 근로자가 부러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대·기아·한국GM 등 국내 완성차 3사 노조가 노동자 정년을 연장해달고 국회 청원을 올렸다고 한다. 현재 60세인 정년을 국민연금 수급 시기인 65세까지 연장해달라는 것이 골자이다. 그들의 주장은 “정년 연장으로 노동자들은 안정적인 노후를 유지할 수 있고 기업은 숙련된 노동력으로 고부가 상품을 만들 수 있다”라는 것이다. 이 청원이 받아들여질지 모르지만 이것을 보는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위화감은 하늘을 찌른다.

이처럼 정년 보장을 넘어 정년 연장을 법제화 해 달라는 주장은 노동계의 뜨거운 감자가 됐다. 이것은 쉽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각종 장애물이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경영계는 물론 이른바 MZ세대의 반대가 심상찮다. 생산직 정년 연장은 제일 먼저 청년 일자리 감소를 불러온다. 더불어 자신들이 받아야 할 성과급이 감소할 수 있다. 이들이 청와대 게시판에 ‘정년 연장 반대’라는 청원으로 맞불을 놓은 이유다.

이 문제는 사회가 고령화로 접어들기 전 예상됐다. 두 세대의 주장은 모두 틀리지 않는다. 누구의 손을 들어주기가 애매한 이 상황을 보며 사전에 대비하지 못한 국가와 기업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한다. 고령화가 일찍 찾아온 일본의 예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았어야 했다. 지금은 국가도, 기업도 확실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권장하는 것이 임금피크제이지만 노조는 오히려 폐지를 주장하는 것을 보면 좋은 해결책이 아닌 것 같다. 

경영자 측이 정년 연장을 문제 삼는 것은 인력 적치다. 기업은 새로운 인재를 양성해야 새로운 양질의 일자리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이들 주장이다. 여기에 고액 연봉도 큰 부담이다. 전문가들은 호봉이 아닌 성과에 따른 연봉 지급, 고용 유연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년 연장은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관련 모든 이해당사자의 주장이 제각각인 이 문제는 앞으로 갈등을 촉발시킬 불씨가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우리 업계도 이 문제를 비껴갈 수 없다. 이미 선제 대응한 업체가 있다는 것은 자랑할 만하다. 고려제강의 퇴직자 재입사 프로그램이 좋은 예이다. 회사는 언양 공장을 2008년부터 퇴직자 전용 공장으로 재정비했다. 본사 및 계열사에서 만 55세에 정년퇴직하고 이후 3년간 촉탁직 근무를 마치면 다음 58세에 재입사할 수 있다. 비록 은퇴할 나이지만 숙련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경력자로 구성했으니 생산성 면에서 세계 최고를 자랑한다. 노사화합 토대를 닦자는 최고 경영자의 결단이 고령화 시대 성공사례로 훌륭한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유행가 중에 ‘우린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겁니다’라는 가사가 있다. 나이는 먹었지만 그들의 경력은 풍성한 결실을 맺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그렇다고 회사에 주구장창 눌러 앉아 있는 것도 문제다. “양심도 없다”는 젊은 세대의 비판 거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령화 시대에 이 문제는 국가와 기업, 노동자 간 합의 없이는 절대로 해결할 수 없다. 모두가 불만 없이 공감할 수 있는 묘안을 찾는 것이 시급한 과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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