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일정 쿼터로 수입 제한 대신 관세 없애…EU는 보복관세 철회
EU 대미 철강 수출 430만톤+α 예상…탄소기준 강화로 中 견제도
정부, 산업계와 긴급 대응 회의 … '쿼터에 묶인' 232조 재검토 요구키로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오랜 기간 끌어왔던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한 무역 관세 분쟁을 30일(현지시간) 해소했다.
로이터 등 외신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일정한 쿼터 내에서 EU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부과했던 관세를 없애기로 했고 EU는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관세를 철회하는 합의를 도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요 20개국 정상회의와 제26차 유엔기후변화 당사국총회(COP26) 참석을 위해 유럽을 순방 중인 기간에 맞춰 양측의 큰 통상 갈등이 해소됐다.
앞서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18년 3월 '국가안보 위협'을 명분으로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 미국이 수입하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10%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이 정책은 EU와 중국, 일본에 적용돼 왔다.
EU는 같은 해 6월 위스키, 청바지, 오토바이 등 미국을 상징하는 제품에 대한 보복관세 방침으로 맞대응했고, 이 보복관세는 12월 1일부터 50%가 적용될 예정이었다.
백악관은 이번 합의가 철강에 대한 232조 적용을 유지하되, 일정한 양의 EU산 제품을 무관세로 미국에 수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EU는 매년 330만톤의 철강을 무관세로 미국에 수출하되 이를 넘어선 물량엔 25% 관세를 부과하는 저율관세할당(TRQ)를 부과키로 했다. 이전에도 관세가 면제됐던 일부 품목은 최소 2년간 무관세 지위가 유지되기 때문에 이를 포함하면 EU가 내년에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는 물량은 총 430만톤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의 관세 부과 전에 EU가 미국에 수출한 물량(500만톤)에는 다소 못미치는 수준이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언론 브리핑에서 이번 합의가 기후변화와 중국의 불공정한 경쟁 등 두 가지 도전을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선 철강에 대한 탄소 배출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는 합의를 도출해 기준을 충족하는 제품이 미국에 수출될 수 있도록 했다. 철강에 이런 기준을 적용한 것은 처음이라는 게 미국의 설명이다. 특히 중국산 철강이 EU를 경유해 미국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공동 대응하는 등 노골적인 중국 견제 의도를 드러냈다.
또한 철강 공급 과잉은 주로 중국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면서 중국 철강의 낮은 가격은 탄소 배출 등 환경 기준 부족에서 기인한 것으로, 이것이 기후변화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취지로 말했다.
한편 EU산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수입 규제가 해소 또는 완화됨에 따라 상대적으로 우리나라 철강 및 알루미늄 업체들의 수출에는 다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철강 수출의 경우, 한국은 평균 물량의 70% 이상을 수출할 길 자체가 막혀 있지만 EU는 일정 물량을 무관세로 수출하고 그 이상에 대해서는 관세를 내면 추가로 수출할 수 있어서 미국으로의 수출 기회가 크게 차이가 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 1일 오후에 산업정책실장 주재로 철강·알루미늄 업계와 민관 합동 긴급 대책회의를 개최하고, 우리 수출영향 및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산업부는국장급을 워싱턴DC에 파견하여 미 무역대표부, 상무부 면담을 추진할 예정이며, 올해 안으로 한-미간 고위급 협의 계기를 활용하여 232조 재검토 및 개선을 지속 요청키로 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철강·비철금속에 대한 기타 국가의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 등 수입규제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대응해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