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산업계와 노동계의 주요 이슈 중 하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오는 2월부터 본격 시행된다는 것이다. 산업계에서 기업의 생산·영업 활동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인 ‘노동자’의 안전 강화에 부정하는 이는 없다. 다만, 산업계는 적절한 책임자 선정, 책임 소재와 법 실제 적용을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이 법은 도입 취지로 안전만을 강조하다가 규제 대상자인 운전자의 억울한 입장·상황에 놓일 수 있는 경우를 고려하지 않아 여론의 강한 질타를 받는 ‘민식이법(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닮아 있다.
사고 발생 원인에 대한 공평한 조사와 합리적 책임 소재 규명에 나서기보다 한쪽에 일방적 책임을 지우고 매우 편협한 인식의 규제만 나열됐다는 점이 유사하다.
이에 일선 산업계에서는 기업의 자율성은 좁혀지고 늘어가는 인력 관련 규제에 대해 노동자를 고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최근 취재했던 복수의 제조업체는 청년 고용은커녕 외국인 고용도 어려운 상황이라 호소하면서 “모호한 중대재해처벌법까지 걱정하느니 사람보다 설비에 투자하겠다”라고 호소했다.
실제로 많은 업체가 다수의 인력이 필요 없는 자동화 설비와 빅데이터&인공지능 기반 공장 운영에 큰 관심을 두고 있으며 실투자에 나서고 있다. 충분히 숙려 되지 않은 법안이 노동자의 안전은 애매하게 강조하면서, 정작 노동자의 일자리는 강력하게 위협하고 있다.
정부는 법 집행에 앞서 일선 현장을 확인하여 경제와 일자리 확보에 친화적이면서도 노동자 안정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현실적인 법 시행안을 내놓길 바라본다. 정부는 산업계와 노동계 사이의 중재자가 아니라 이 어려운 일을 해결해내야 할 ‘당사자’임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