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미학부터 산업 디자인까지 섭렵
인·익스테리어 소재로 각광…“철은 예술이다”
컬러강판 제조사들을 통해 철의 화려한 변신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대리석보다 최대 90% 싸고 무게도 40% 가벼운 장점을 내세우거나, 오돌토돌한 나무 질감을 그대로 표현하는가 하면 타일을 붙인 듯 엠보싱을 구현하는 등 고급 벽지, 강화유리, 대리석을 경쟁사로 설정해 철의 아름다움과 실용성을 선보이고 있다. 그동안 컬러강판의 쓰임이 건축외장이나 가전에 국한됐다면 최근에는 인익스테리어 소재 시장까지도 범위가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편집자주>
◇ 한옥의 현대적 재해석… 조화로운 공존 위한 ‘LUXTEEL LINE PANEL’
서울 은평구 진관동 북한산 자락 한옥마을에서 동국제강(부회장 장세욱)의 라인 패널을 만나볼 수 있다. 한옥마을에 위치한 패시브 주택 ‘야누스’는 위아래로 북한산, 한옥마을과 이어진다. ‘야누스’는 건축 설계 단계서부터 한옥마을과의 조화로운 공존에 대해 고민하고, 한옥이 가지는 건축적 특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야누스의 외관은 한옥을 연상시킨다. 주요 외장재로 럭스틸 라인 패널이 사용됐다. 2층에 보이는 검은 강판이다. 한옥마을의 검은 기와가 연상되도록 먹색의 컬러강판을 사용했다. 표면은 수직의 주름을 만들어 햇빛의 각도에 따라 그림자의 깊이가 달라진다. 딱딱한 외장재 ‘철’에 시간에 따른 자연의 변화를 담았다. 입면의 굴곡은 선비의 두루마기가 연상돼 강하면서도 드세지 않으며 단아한 느낌이 난다.
럭스틸 라인패널은 건축물 벽체와 일정 간격을 두며 설치된다. 오픈 조인트공법으로 시공된 럭스틸 라인패널 건물은 재료 사이의 공기 순환이 원활해 결로에 따른 외관의 오염이 발생할 우려가 적다.
금속패널을 대형화하는 과정에서 흔히 표면의 굴곡이 발생하는데, 이 라인패널은 세로로 접힌골이 강성을 가지고 있어 재료의 굴절이 생기지 않는다. 또한 럭스틸 라인패널에는 3중 도장 시스템이 적용되어 부식에 강하고 장기간 외부 노출에도 성능이 유지되는 장점이 있다.
럭스틸 라인패널은 정돈된 입면을 만들려는 건축가의 디자인 의도와 외관의 오염을 방지하여 건물의 사후관리 비용을 줄이고 싶은 건축주의 요구를 동시에 충족하고 있다.
◇ KG스틸, 나무보다 더 REAL하다…‘자연美’ 뿜뿜
2021년 5월, KG스틸(대표 박성희)은 충남 당진시 송악읍 산업단지에 기술연구소와 컬러강판 생산공장을 함께 신설했다. 새롭게 문을 연 KG동부제철 기술연구소와 컬러강판 생산공장은 자체 제작한 컬러강판을 건물 외관에 사용해 건조한 산업단지의 분위기를 밝게 만드는 역할을 해주고 있다.
두 건물에는 현재 판매 중인 KG스틸의 컬러강판 브랜드 X-TONE 제품이 적용되어 현장을 방문한 고객이 샘플 하우스를 관람하듯이 컬러강판 제품을 살펴볼 수 있다. 현장에는 ‘노웨이브(NOWAVE) 강판’, ‘리얼 우드(Real Wood) 강판’, ‘젠트리(ZENTREE)’ 등의 제품이 시공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KG스틸의 스틸루버 강판의 한 종류인 '리얼 우드'는 여러 색상 조합과 건물 내·외부 적용이 가능해 건축가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는 평가다. 이와 동시에 내추럴우드 11종 색상을 다양하게 조합할 수 있기 때문에 단일 색상을 시공할 때보다 자연스러움을 극대화하는 것이 가능하다.
기존 목재루버는 시공 후 6개월 이내 비와 자외선, 먼지로 인한 색상의 변화가 있어 오일을 발라 관리해야 된다는 점과 수분 침투로 인한 뒤틀림과 치수 변화 등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KG스틸의 스틸루버제품은 심미적 특색을 구현하는 동시에 색바램, 뒤틀림, 변형 등 목재루버의 단점을 보완해 새로운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아울러 EGI 강판 소재의 고정바에 스틸 루버를 조립하듯 끼우는 방식의 시공이 이뤄져 공사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적용 대상이 무한한 점도 특징이다. 건축 외장재 뿐만 아니라 루트탑 천장 및 건물 내외부 천장 등 실내외 천장 마감에 적용해 시원한 공감감을 표현할 수 있다.
KG스틸 관계자는 “기술연구소와 컬러강판 생산공장 오픈을 발판 삼아 소비자가 원하는 패턴을 입힐 수 있는 ‘X-TONE PRINTECH’ 제품군을 지속적으로 개발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포스코스틸리온의 예술혼… ‘스피커’에 담는다
포스코스틸리온(대표 윤양수)은 ‘포스아트(PosART, POSCO Advanced Resolution printing Technology)’를 통해 스틸이 생활 더 깊숙이 들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포스아트’는 철강재에 잉크젯 프린팅 기술을 접목한 고해상도 컬러강판으로 기존 프린트 강판 대비 4배 이상 높은 해상도를 자랑한다. 완벽한 풀컬러(Full Color)로 정밀한 디자인과 인쇄는 물론, 평면(2D) 강판에 입체감을 가진 3D 질감으로도 구현할 수 있다. 프리미엄 강건재 브랜드인 ‘이노빌트(INNOVILT)’ 제품으로, 건축용 내·외장재에 사용될 뿐만 아니라 명패, 기념 액자 등 다방면에 적용돼 일상 소재로 사랑받고 있다.
포스아트을 적용한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는 NAPAL 스피커가 꼽힌다.
포스코스틸리온은 2018년 3월에 설립된 인테리어 스피커 스타트업인 NAPAL과 협력하여 스피커 금속 소재로 포스아트를 적용시켰다. NAPAL이 생산하는 스피커는 자체 개발한 특허 기술로 그림 전면의 울림을 통해 소리를 만들어내는 제품적 특징이 있다. NAPAL 경영진들은 기존 캔버스 소재로 제작하던 스피커 전면을 금속재로 바꾸면 보다 우수한 내구성과 풍부한 음향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포스코스틸리온에 포스아트 적용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 스틸리온의 기술력과 스타트업의 혁신이 만나 완성된 포스아트 스피커는 인큐베이팅센터 내 로비, 휴식공간, 회의실 등에 설치돼 세련된 인테리어 소품이자 고품질 음향을 제공하는 스피커로 활약하고 있다.
철강 소재에 고품질 적층 인쇄를 하는 포스아트 기술을 적용한 NAPAL의 액자 및 벽체 스피커는 별도의 스피커 없이 음악이 전달돼 작품과 음악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새로운 감성과 공간 경험을 제공했다는 평가다.
◇ 아주스틸, 디자인 상상이 곧 현실… 롤투롤로 한큐에 ‘순삭’
아주스틸(대표 이학연)은 컬러강판에서 나아가 '디자인 강판'을 적극 생산하고 있다. 최근 회사는 아주만의 기술력이 총동원된 디자인 강판을 활용한 레퍼런스를 보여주자는 취지로 자사공장에 대형 범고래 디자인 판넬을 적용했다.
아주스틸이 공개한 범고래 레퍼런스는 옻칠한 나무에 조개 껍질을 붙여낸 나전칠기를 구현해 놓은 듯하다. 이 레퍼런스에는 아주의 Big picture기술과 Dprint 기술이 적용됐다.
‘Big Picture’란 TV업 스케일 개념을 도입하여 일반 이미지 출력의 한계(사이즈 확대 및 해상도)를 극복할 수 있는 신개념 소프트웨어로 작은 사이즈의 이미지를 건물 외벽에 적용가능한 수준으로 사이즈를 확대함과 동시에 고해상도 이미지를 제작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Dprint' (초고속 롤투롤 디지털 프린팅)은 최대 2,400dpi 수준의 고해상도 이미지를 강판에 인쇄하는 기술이다. 종이처럼 철판 위에 고품질· 고해상도 이미지를 인쇄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다양한 소재 특유의 텍스처와 디자인이 자유자재로 구현할 수 있다. 특히 최대 50mpm의 생산 속도로 생산 효율성을 통한 공사기간 단축과 비용절감이 가능하다. 회사는 올해 8월 가동되는 No.4 CCL에 디자인 강판 생산설비를 추가해 총 2개 라인을 운영할 방침이다.
아주스틸 관계자는 "당사의 기술로 고객이 원하는 어떠한 디자인도 사이즈와 해상도 제약 없이 완벽한 이미지를 실현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아주스틸은 업계 최고 수준의 초고속 디지털 프린팅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국내 첫 글로벌 테마파크인 레고랜드의 호텔 외장재로 아주의 프린팅 기술을 살린 제품들이 적용됐단 사실이 알려지면서 세간의 관심을 키운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