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 철들어야 산다

철강업계, 철들어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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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11.02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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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백종훈 기자 jhbaek@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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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힌남노가 철강업계를 뒤흔든지도 두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철강업계는 이 시간동안 많은 일들을 겪었고 아직 그 여파 속에 있다. 

태풍이 포항을 강타한 직후, 이 지역 모든 철강사들의 가동이 멈춰설 정도로 피해는 심각했다. 공장 부지 전체에 물이 차올랐고 주변 도로는 소실됐으며 기계 설비와 코일은 몽땅 진흙으로 뒤덮였다. 무엇보다 생산 설비 타격으로 포항 지역 제철소 정상화가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 뒤에나 가능할 수 있다는 우려가 철강업계에 공포감을 안긴 게 컸다. 

수해 복구 전후로도 잡음이 많았다. 철강재 값은 크게 출렁거렸고 철강재 수입산 관련 문의는 예년보다 배 이상으로 폭증했다. 수많은 관계사 근로자들은 밤낮과 휴일을 잊은 채 복구 작업에 몰두해야만 했다. 이 과정에서 부상자가 속출하기도 했다. 수해 복구가 어느 정도 이뤄진 뒤에는 관계사 근로자들 대부분 당장의 생계를 걱정해야만 했다. 공장 가동이 한동안 멈춰선 탓에 임금 체납이 걱정된다는 이유에서였다. 국정 감사 기간 중에는 이러한 제철소 수해 발생 사태에 대한 책임자를 찾겠다는 형국까지 생겨났다.  

이 가운데 제철소 완전 정상화 시기, 이로 인한 철강재 수급 및 가격에 대한 예측 등이 업계 내에서 여러 갈래로 찢어졌다. 그만큼 모든 게 불확실했기 때문이다. 

특히 포스코는 올 4분기에만 포항제철소 복구 비용으로 3천억원 가량을 더 투입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참고로 포스코 포항제철소 복구 대상 공장 18군데 중 현재까지 정상화 된 곳은 4군데다. 포스코는 올 연말까지 모든 공장의 정상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처럼 철강업계는 아직 태풍 힌남노 여파 속에서 어려움에 허우적대고 있다. 취재를 다니다 보면 실제로 아직까지 포항 수해 복구로 힘겨워 하는 이들이 대다수다.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드러나지 않은 아픔들이 더 많은 듯 하다. 다만 취재 과정에서 아쉽다고 느꼈던 점은 업계 스스로 재난 위기대응에 대한 깊이감 있는 성찰이 다소 부족했다는 것이다. 

수해 발생 후 피해 복구에 힘을 쏟기는 했지만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 대책 마련이 들어맞지 않아서다. 포항시가 앞으로는 건축허가 신청 때 폭우에 대비한 차수판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는 규정을 도입한다는 게 그나마 눈에 띌 정도다. 또 어려운 시기 업계가 역량을 집중시켜야 할 시점에 현대제철 파업이 발생한 것도 아쉽게만 느껴졌다. 

철강산업은 국가의 기간 산업이어서 국가 경제에 끼치는 영향력이 지대하다. 때문에 철강업계가 나라의 중심축을 잡아야 할 정도로 묵직해야 할테지만 그렇게 되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은 듯 보인다. 철강업계가 조금 더 철이 들어 성숙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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