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복합 위기 속 탄소중립·보호무역 강화 ‘회오리’

(신년기획) 복합 위기 속 탄소중립·보호무역 강화 ‘회오리’

  • 철강
  • 승인 2023.01.01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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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박진철 기자 jcpark@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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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철강산업 환경 변화와 대응 전략
탈탄소·저성장 경제 상황, 철강업 경쟁우위 요인 등극
공급망 대전환기 … 탈탄소·그린스틸 바람 더욱 거세져
미국-유럽 등 선진국, 탄소중립 매개 새 질서 구축
탈탄소 인프라 여건 개선에 정부 지원과 협력 필요

2023년 철강산업을 둘러싼 주요 이슈는 탄소중립 난제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둘러싼 자원 무기화 등을 들 수 있다. 게다가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고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글로벌 경제 상황 속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자원 무기화, 탄소국경 강화를 통한 공급망 재편 움직임 등으로 국내 철강산업을 둘러싼 지형은 갈수록 험난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편집자 주)

 

■ 철강 수요 감소 및 공급망 붕괴로 점철된 2022년

2022년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인 중국의 코로나 봉쇄 및 감산 조치로 철강 수요가 감소하고 공급망이 붕괴하는 커다란 변화가 발생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세계 철강업계에 원자재 공급망 붕괴 및 에너지 위기, 반제품 및 소재 공급 부족 사태를 야기했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지역은 에너지 대란을 겪은 유럽이었다. 이로 인해 유럽의 산업 생산은 크게 위축됐고, 수요 감소 속에 철강업계도 생산을 감축해야 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3고로
포스코 포항제철소 3고로.

 

미국과 EU의 제재로 인해 러시아산 철광석과 석탄 공급도 감소했다. 이는 또한 세계 철강업계에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되돌아왔다.

코로나로 인한 중국의 감산 조치와 봉쇄 조치 또한 세계 철강산업은 물론 세계 경제 전체에 큰 악영향을 끼쳤다. 중국의 철강 수출이 감소했고, 경기 둔화로 중국의 철강 수입 또한 감소했다.  더불어 중국 내 수요 감소와 에너지 전환, 대외관계 악화 등으로 철광석과 석탄 수입 또한 줄어들었다.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이자 소비국인 중국의 이러한 조치로 인해 세계 철강 시장에는 공급 부족과 수요 감소가 함께 나타났다. 

 

■ 장벽 높이는 글로벌 탄소규제

글로벌 철강업계에서 탄소 규제를 통한 보호무역 장벽이 본격화하고 있다.

2022년 12월 유렵연합(EU)은 탄소국경조정메카니즘(CBAM)을 2023년 10월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EU CBAM은 2023년 10월부터 전환 기간을 개시하고 본격적인 시행은 3~4년 후에 진행한다. 철강·알루미늄·시멘트 등 고탄소 배출 제품 6개 품목에 대해 적용되며, 스크류 제품과 볼트너트 및 일부 원자재도 추가될 수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은 탄소국경조정조치가 직접적인 보호무역조치가 아니라고 하지만, 사실상 보호무역 조치로의 기능을 할 수밖에 없다. 

미국도 탄소 배출량을 기준으로 우호국들과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기 위한 관련 무역기구 설립에 나섰다. 이에 따르면 미국은 각 생산국의 탄소 배출량을 기준으로 철강 제품 관세를 개선할 것을 주요국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제안이 구체적으로 실행되면 철강 산업에서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무역기구가 설립되고 이에 따른 보호무역주의도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처럼 향후 이러한 탄소장벽이 더욱 구체화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유럽과 미국, 일본 등 선진국 중심의 그린스틸 생산도 더욱 본격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도가 공공 조달에 그린스틸을 의무화하는 등 선진국뿐만 아니라 신흥국에도 그린스틸 바람이 불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가전과 자동차 등 철강 수요산업의 주요 고객사에서도 그린스틸을 활용한 부품 소재를 우선적으로 채택하는 움직임이 확산하면서 그린스틸 대응은 발등의 불을 넘어 우리 철강산업의 생존을 좌우하는 화두가 된 지 오래다. 

 

■ “탈탄소 인프라 구축, 정부-산업계 공동 대응 절실”

세계적인 고인플레이션과 중국 등 글로벌 경기 급락,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등 글로벌 자원 전쟁 격화 등 복합 충격이 격심해지면서 2023년은 중장기 글로벌 철강 경기 향방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경영연구원 박현성 철강센터장은 2022년 한국철강협회 주최 ‘2023 철강산업 전망 세미나’와 본지가 주최한 2023년 ‘전문가가 내다본 2023년 철강 금속 산업은?’ 세미나에서 이처럼 강조했다.

 

현대제철은 최근 독자적인 전기로 기반 탄소중립 철강 생산체제인 '하이큐브(Hy-Cube)'를 구축하고, 오는 2030년까지 수소 기반 철강 생산체제 전환을 통해 저탄소 고급 판재를 생산한다<br>
현대제철 전기로.

 

특히, 에너지 위기와 글로벌 경기 침체에도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탈탄소화 드라이브를 지속할 것으로 보여 이에 대한 대비에도 힘써야 한다고 박 상무는 전했다. 

박 센터장은 미국과 유럽이 탄소중립을 매개로 새로운 경쟁/통상질서 구축에 힘을 쏟으면서 글로벌 제조업과 에너지 판도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탄소중립 달성 조기화에 노력하고, 리스크를 분산하는 등의 전략 대응에 힘써야 한다고 박현성 상무는 피력했다. 

박 센터장은 이와 관련 “중국과 일본, 한국은 미국이나 유럽과는 달리 탈탄소 여건이 부족한 만큼 국내 탈탄소 인프라 여건 개선을 위한 정부-산업계 공동 대응이 꼭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2023년 철강 시장은 2022년 하반기와 비숫하게 좋지 못한 흐름으로 시작되는 가운데, 저성장과 강한 경쟁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내 철강업계가 탈탄소 생태계 조성에 집중해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현성 철강센터장은 2022년 글로벌 철강 수요와 가격이 급락했다며 2009년 불황기와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는 세계 각국의 높은 인플레이션 공포로 인한 ‘긴축 쇼크’와 코로나 락다운 및 현지 부동산 침체로 발생한 ‘중국 쇼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시작된 공급 차질로 나타난 ‘에너지 쇼크’ 등 3대 쇼크 때문이라고 박 센터장은 지적했다.

박현성 센터장은 2023년 철강 시황은 2022년과 같은 흐름으로 출발할 것이라며 “기본 전망은 중단기 부진을 예상하고 있지만, 변수와 시장 상황에 따라서는 장기 침체 가능성도 야기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박 센터장은 과거 경제 악화 시기를 고려하면 철강 경기 회복에 상당 기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과 파리 기후변화협정, 코로나1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경기 침체 등으로 복합 위기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라 향후 글로벌 공급망이  대전환기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됐다. 

여기에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탄소중립 강화와 이를 통한 보호무역 강화도 중요한 흐름이다. 박현성 철강센터장은 “탈탄소화는 유럽연합(EU)과 미국의 주도권 회복을 위한 핵심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박 센터장은 “탈탄소는 이미 다가온 미래로 철강산업의 경쟁 우위를 결정하는 요인이 됐다”라며 “저성장과 강한 경쟁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국내 철강업계가 탈탄소 생태계 조성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 “탄소중립 기조 통한 공급망 재편 가속해야”

복합 위기가 산재한 글로벌 공급망 위기 속에서 우리 철강업계는 탄소중립 기조에 기반한 공급망 재편에 힘을 기울여 이 위기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김흥종 원장은 지난해 ‘스틸코리아 2022’ 세미나에서 ‘글로벌 공급망 위기와 철강업계 대응 방안’이란 주제 강연을 통해 이처럼 밝혔다.

 

 

김흥종 원장은 국제 정세의 변화와 공급망 위기와 관련 △국제 정세의 진영화 변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발족과 불확실성 △미-중 갈등 속 대만의 지경학적 중요성 부각 △공급망 분리를 통한 미국의 대(對)중국 첨단 기술 견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중국 경제성장 둔화 리스크 등을 언급했다. 

다만, 김흥종 원장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관련 “국가 간 높은 상호 의존도로 범용 제품의 공급망을 무기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미국의 공급망 재편은 결과적으로는 중국 의존도 줄이기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직접적인 대(對)중국 제재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김흥종 원장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은 우리에게 도전 과제다. 단기적으로 반도체 및 배터리 공급망 재편은 우리의 해외 시장 진출 및 확대의 기회가 될 것”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는 무한 경쟁에 돌입하며 현재 비교 우위에 있는 우리 산업의 경쟁력 유지에 도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은 이산화탄소 수입국에서 순수출국으로 전환한 국가다. 결국, 탄소국경세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김 원장은 “유럽의 경우 우리나라 중소기업 철강 제품이 탄소국경세에 저촉되는 비중이 65%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러한 기업들의 추가 부담 있을 것이고, 직접 수출하거나 대기업에 납품하는 문제 등에서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끝으로 김 원장은 △국내 공급망 취약성에 대한 관심 환기와 국내 제조 역량 유지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공급망 안정화의 한 형태로서 공급망 길이를 단축하고, △그린뉴딜, 디지털뉴딜, ESG에 대한 강조 등 탄소중립 기조를 통한 공급망 재편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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