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았다

황병성 칼럼 -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았다

  • 철강
  • 승인 2023.03.27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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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황병성 bshw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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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말에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라는 속담이 있다. 일이 크게 벌어지기 전에 해결했다면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을 가만 두었다가 큰 손해를 보게 되는 경우를 말한다. 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가. 하지만 우리 일상 속에는 이러한 일들이 흔하게 일어난다. 병에 걸리면 중병이 되기 전에 신속히 치료하는 것이 현명하다. 이것을 게을리 하면 나중에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병이 깊어진다. 그때 후회해 보았자 때는 이미 늦었다. 나태한 처신은 죽음과 맞바꿀 엄청난 상황까지 몰고 간다.

방관(傍觀)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가져오는지 우리는 수시로 보고 경험한다. 그것을 교훈으로 삼지만 쉽게 잊는다. 그래서 실수를 되풀이하며 땅을 치며 후회한다. 골든타임이라는 말이 있다. 문제가 생기면 즉시 해결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내버려 두면 더 큰 문제로 비화된다. 돌이킬 수 없는 상황까지 몰고 가 결국 큰 피해가 발생한다. 모 업체의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이 본보기다. 이 사건은 초기 대응 실패와 부실 대처로 화를 키운 좋은 예이다. 기업은 과태료까지 물며 나쁜 선례를 남겼다. 

윤리적 기업으로 평가받던 기업의 얼굴에 먹칠을 한 이 사건은 몇몇 구성원이 화근이었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흙탕물을 일으키는 바람에 기업은 큰 손해를 보았다. 사회적 평판도 문제지만 3월 ‘가족친화기업 인증’ 반납은 기업의 자존심에 큰 생채기를 냈다. 이 인증은 여성가족부가 2008년부터 자녀출산 및 양육지원·유연한 근무제도·가족친화적 직장문화 조성 등 가족친화제도를 모범적으로 운영하는 기업 및 공공기관을 인증하는 제도다. 인증받기도 어렵지만 유지하기는 더욱 어렵다. 

그러나 이 업체는 12년 연속 인증받으며 일하기 좋은 대표적 기업으로 평판이 좋았다. 하지만 인증 취소로 업체는 그동안 받아온 239개 인센티브에서 배제된다. 중앙정부·각 지자체·금융기관은 인증 기업에 정부 지원 사업 참여 시 가점을 부여한다. 애석하게도 앞으로 이러한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인센티브 배제도 문제지만 그동안 사회적 기업의 대명사와 같았던 모범적 활동이 흠집이 난 것이 더 큰 문제다. 그러나 공과 사는 분명하게 구분해서 평가받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이 문제에 대해 회사가 성찰이 없었다면 당연히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회사는 조직문화 전반에 대한 통렬한 성찰과 반성으로 거듭날 것임을 밝혔다. 조직의 강력한 쇄신을 통해 ‘성 윤리 위반행위 제로’ 회사가 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로 삼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이 됐지만 이러한 일련의 쇄신방안을 보면 마냥 부정적으로만 볼 수 없다. 실질적으로 눈에 보이는 변화가 이것을 입증하고 있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호미로 막아도 될 일을 가래로 막는 일로 키웠다는 사실이다. 이 일로 국가와 사회에 도움이 된 수많은 업적이 가려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사실 여러 경로를 통해 우리 업계의 성희롱 사건이 자주 들린다. 실제로 이 문제로 자리에서 물러난 사람도 있는 것으로 안다. 국가는 직장 내 성희롱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의무적으로 교육을 이수하기를 강제하고 있다. 1년에 한 번, 한 시간 이상 반드시 이수해야 하지만 성과가 미미하다. 만약 이것을 어길 시 과태료까지 부과하지만 형식에 불과하다. 특히 중소기업이 더 소홀한 것 같다. 교육을 받는다고 해서 문제가 다 해결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국가 정책에 따라주는 것도 예방책의 하나다.

거대한 댐의 둑이 무너지는 것도 작은 구멍에서 시작된다. 작은 일을 하찮게 보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다. 우리 업계가 특히 명심해야 할 교훈이 아닌가 생각한다. 모 회사의 나쁜 선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는 이유다. 이 사건으로 공든 탑이 무너지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우리 업계는 걱정이 컸다. 다행히 회사가 신속한 후속 조치를 하면서 충격에서 벗어나는 듯하다. 하지만 가족친화기업 인증을 받으려면 3년 후에나 신청이 가능하다. 인증과 함께 자존심도 다시 회복할 수 있을지 그날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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