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을 알 수 없는 철기 시대

끝을 알 수 없는 철기 시대

  • 철강
  • 승인 2023.05.10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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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박진철 기자 jcpark@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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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로 만든 세계 최초 다리는 영국의 ‘아이언 브리지(Iron Bridge)’다. 아이언 브리지라 불리는 콜브룩데일교(Coalbrookdale Bridge)는 영국의 세번강(江) 상류 콜브룩데일에 가설된 세계 최초의 철교다. 1779년 제철업자 다비가 건설했다. 교각 거리 30m, 사용된 철의 총중량은 약 380톤이다. 나무나 돌로 만든 다리밖에 없었던 당시에 철을 이용해 다리를 놓는다는 것은 막대한 비용은 물론 세상 사람들의 비웃음과 비난을 사는 일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다리를 철로 세운 에이브러햄 다비(Abraham Darby) 3세는 막대한 건설 비용 때문에 1789년 사망할 때까지 빚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런데도 철로 만든 다리를 생각하고, 실제로 건설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산업혁명과 함께 제철업으로 번성하기 시작했던 이 지역에서는 철을 영국 각지로 운송하기 위한 다리가 필요했고, 철의 무게를 견디기 위해 결국 철을 이용해 다리를 놓는다는 발상을 하게 됐다. 에이브러햄 다비 3세가 이러한 일을 벌인 이유는 그의 할아버지와 아버지 때부터 철 생산과 관련한 중요한 일을 해왔기 때문이다. 

에이브러햄 3세의 할아버지 에이브러햄 다비는 숯 대신 코크스를 이용하는 코크스 제철을 이용해 철을 용련(鎔鍊)하는 새로운 공정을 발명했고, 에이브러햄 3세의 아버지인 에이브러햄 2세는 선철(銑鐵)을 제조하는 방법을 발견했다. 

현재 ‘아이언 브리지’는 다리가 견디기에 버거울 정도로 교통량이 늘어나, 1934년부터 차량 통행이 금지되었다. 그러나 아이언 브리지는 1986년 ‘아이언 브리지 계곡 박물관 트러스트(Iron bridge Gorge Museum Trust)’에 속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의 일부가 되었다. 

이 트러스트는 1967년 설립된 단체로 영국이 ‘세계의 공장’이라 일컬어지던 빅토리아 시대의 각종 공업 유적지 및 박물관을 관리하고 있다. 철 박물관이 위치한 콜브룩데일은 예로부터 제철업이 활발했으며 1709년 아이언 브리지를 세운 에이브러햄 3세의 할아버지 에이브러햄 다비(Abraham Darby)가 처음으로 코크스 제철을 행한 곳이기도 하다. 

지금은 다리나 빌딩 등 건설이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철강 소재가 다리 건설을 위해 최초로 사용된 것이 겨우 200여 년 전이라는 점에 고개가 갸웃할 정도다. 

물론, 인류 역사 속에서 철이 처음 등장한 것은 기원전 3천년경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인류 역사와 함께 5천년을 함께해 온 셈이다. 이는 철의 긴 사용 수명과 높은 재활용률에 힘입은 바 크다.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흐름 속에 철과 경쟁하는 수많은 신소재들이 나타나고 있지만, 철이 타고난 이러한 소재 특성상 우리 인류의 철기 시대는 여전히 그 끝을 알 수 없다. ‘아이언 브리지’가 보여주는 것처럼 오히려 우리 인류의 본격적인 철의 사용은 산업혁명과 함께 이제 겨우 200여 년 남짓밖에 지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아니, 우리 인류는 영원히 철기 시대를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하면 너무 지나친 언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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