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그룹 사명 개명 봇물과 ‘랄라블라’

포스코그룹 사명 개명 봇물과 ‘랄라블라’

  • 철강
  • 승인 2023.05.29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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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손유진 기자 yjson@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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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포스코 퓨처엠이요?”
“뭐하는 회사인데요? 신규법인?”

포스코 계열사들이 사명을 잇따라 손봤다. 포스코케미칼은 포스코퓨처엠, 포스코건설은 포스코이앤씨, 포스코ICT는 포스코DX 등으로 새 간판을 달았다. 포스코그룹의 비철강 부문 영업이익 비중이 2018년 20%에서 지난해 35%까지 확대된 것과 리튬 잭팟을 생각해 보면 그룹차원에서 비철강 사업에 힘을 크게 주고 싶었던 마음은 이해가 간다. 

개명하지 말았어야 했나. 새로운 이름을 접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존 기업 이미지를 떠올리기 어려워하고 있다. 서로 의문만 가지다 네이버 키워드 검색으로 찾아봐야하는 수고스러움까지 감수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을 보고 있자니 불현듯 랄라블라가 생각났다. GS리테일의 리브랜딩 망작으로 불리는 드럭스스토어 그곳 말이다. 랄라블라의 원래 태생은 홍콩이고 왓슨즈(Watsons)로 시작했다. 그러나 GS리테일이 100% 인수하면서 왓슨즈코리아를 거쳐 랄라블라로 개명했다. 

랄라블라를 잠깐이라도 겪어 본 사람은 알거다. 속옷가게인지 장난감가게인지 무슨 회사인지 알 수가 없는 곳. 지금 포스코계열사 사명들이 그러한 상태로 랄라블라화돼가고 있는건 아닌지. 기존의 포스코케미칼, 건설 등의 이미지가 사라졌다. 그들만의 함축적 표현을 담은 영어 약자가 은어(隱語)같이 느껴져 기업 이미지를 떠올릴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포스코퓨처엠’은 이차전지에 대한 포스코그룹의 기대감이 더할 나위없이 크니 포스코그룹의 미래(Future)라 불릴만하다. 근데 뒤에 M은 안 넣었으면 어땠을까. 소재(materials), 변화·움직임(move), 매니저(manager)의 첫 글자 ‘M’을 모두 담기엔 욕심이다. 또 ‘포스코와이드(Posco-Wide)’는 업력을 넓혀가며 성장하는 회사인데 ‘와이드’로 사세 확장에 대한 의지만 담았다. 종합부동산서비스, 건축 등을 하는 이 업체의 사업 부문 특징을 살려 포스코빌딩솔루션으로 개명했으면 어땠을까.

‘POSCO IH’는 외국어말하기평가 OPIc 등급이 연상된다. 정보(information)과 교류(Hub)가 되는 회사를 나타내고 싶다면 포스허브(Pos-hub)나 포스노리지(Pos-knowledge)로 했었으면.

이미 변경한 사명인데 어쩌겠나. 다만 오랜 기간 쌓아온 기업가치가 랄라블라처럼 개명으로 독이 되는 경우도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사람들의 반응을 잘 살펴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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