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흑연 공급 부족 심화

전기차·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흑연 공급 부족 심화

  • 철강
  • 승인 2023.07.10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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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엄재성 기자 jseom@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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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78만 톤의 수급 불균형 발생 전망,
韓 천연 흑연 94% 중국에 의존, 흑연 수입선 다변화 및 국내 생산 확대 필요

팬데믹 이후 전기차와 재생에너지 보급이 급속도로 확산되는 가운데 전기차와 재생에너지의 필수 원료 중 하나인 흑연의 공급 부족이 갈수록 심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국내 산업계가 흑연 공급망을 재편하는 동시에 국내 생산을 확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원자재 시장 조사업체인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Benchmark Mineral Intelligence)'는 흑연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서 2030년도까지 120억 달러의 투자와 2035년까지 97개의 새로운 광산이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또한, 2035년도 전 세계 흑연 수요는 지난해 대비 6.5배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흑연은 배터리 4대 구성요소 중 하나인 음극재 생산에 필수적인 광물이자 배터리 광물 중 가장 중량을 많이 차지하는 요소이지만, 그동안 자동차업체들은 주로 리튬과 코발트의 공급 부족에 집중해왔다.

그동안 흑연은 주로 철강산업에 사용되는 광물이었지만, 최근 전기차 판매 급증에 따라 흑연에 대한 수요도 함께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처음으로 전기차용 흑연이 전체 흑연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했다. 전기차 1대 당 평균적으로 흑연 50-100kg이 배터리 팩의 음극(anodes)에 들어가는데, 이는 배터리에 들어가는 리튬의 약 2배의 양이다. 핵심광물 및 에너지전환 시장조사기관인 ‘프로젝트 블루(Project Blue)’는 이러한 흑연 수요 급증으로 인해 2025년도부터 본격적인 공급 부족이 시작되고,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78만 톤의 수급 불균형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전기차 배터리용 흑연 수급 전망. (출처=프로젝트 블루)
전기차 배터리용 흑연 수급 전망. (출처=프로젝트 블루)

中 세계 흑연 채굴의 80%·가공 공정의 70% 차지, 배터리 4대 광물 중 집중도 가장 높아

국제 에너지 기구(IEA)의 ‘2022년 전기차 배터리 세계 공급망 보고서’에 따르면, 탄자니아, 모잠비크, 캐나다, 마다가스카르 등의 국가에서 흑연 채굴 프로젝트를 진행되며 세계 흑연 생산지가 이전보다 훨씬 다양화되었지만, 여전히 중국이 천연 흑연 채굴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채굴 뿐 아니라, 세계의 흑연 가공 공정도 70%가 중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흑연 음극재 공급망에 있어, 중국은 채굴과 가공 공정의 대부분을 지배하고 있어 공급망 하부 전체를 장악하고 있다. 실제로 배터리 4대 광물인 리튬, 니켈, 코발트, 흑연 중에서 유독 흑연의 생산량이 중국에 집중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전 세계의 흑연 공급망의 일부 지역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공급망 불안정성을 높이는 원인이 될 수 있다.

2023년 1월 발표된 미국 지질조사처의 ‘핵심광물 요약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미국에서는 천연 흑연이 생산되지 않았고, 주로 오대호와 북동부 지역에 있는 약 95개의 미국 회사들은 약 1억4,000만 달러 상당의 흑연 7만2,000톤을 소비했다. 미국은 2022년 8만2,000톤의 천연 흑연을 수입했으며, 2018-2021년 동안 전체 흑연 수입의 33%를 중국에서 수입했다. 이는 두 번째로 많은 멕시코(18%)로부터 수입의 2배에 달하는 양으로, 미국의 높은 중국 의존도를 보여준다.

한국은 지난해 천연 흑연의 수입액 7,195만 달러 중 89.6%인 6,445만 달러가 중국에서 수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한국무역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양극재의 원 광물인 니켈과 리튬의 중국 의존도는 각각 65%, 59%인 반면 천연 흑연의 경우 약 94%에 달했다.

흑연 수요가 폭발적으로 급증하는 상황에서 테슬라, 메르세데스 벤츠, 토요타, 포드 등 자동차업체들은 중국 외 흑연 공급처를 찾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 특히 마다가스카르와 모잠비크의 문을 두드리며 공급망 다각화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핵심 광물 요건'의 경우 배터리에 들어간 리튬·니켈·망간·흑연·코발트를 포함한 필수 광물의 최소 40%가 미국 또는 미국의 자유무역협정 (FTA) 체결국에서 조달되어야 한다는 미국의 IRA 전기차 세액공제 조항을 의식한 행보로 보인다. 하지만, 많은 흑연 생산국이 미국과 FTA를 체결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 배터리 업계의 전략을 어렵게 하고 있다.

테슬라는 일찍이 흑연 공급망 확보를 위해서, 모잠비크의 광산을 운영하는 Syrah Resources 와의 거래를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메르세데스 벤츠의 배터리를 만드는 유럽 배터리 생산업체들(Stellantis, Renault)은 호주의 광물업체인 Talga와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기업들의 자체적인 공급망 강화 노력에도, 이미 중국은 글로벌 광물 및 배터리 공급망의 지배력을 공고히 하고 있어 IRA의 EV 세제 혜택을 위한 기준을 충족시키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테슬라, 폭스바겐, 파나소닉, GM, 스텔란티스를 포함한 회사들과 자동차 노동조합, 조 맨친 상원의원은 IRA의 섹션 30D 시행에 대한 재무부의 의견 요청에 IRA의 세부 내용을 명확히 할 것을 요구했다.

이와 같이 안정적인 흑연 확보를 위한 세계 전기차 및 철강기업들의 경쟁이 한층 가열되고 있다.

국내 산업계는 중국산 흑연 수입 의존도가 매우 높은 만큼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동시에 인조흑연의 국내 생산 확대를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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