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5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이 준비하지 못한 상황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관련 단체들도 강한 우려를 표명하며 유예기간 연장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중소기업중앙회는 김도읍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실을 방문해 내년 1월 27일로 예정된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유예기간 연장을 호소했다. 50인 미만 사업장 상당수가 전문인력 부족 등으로 중대재해처벌법에 준비하지 못한 상황으로 최소 2년 이상 유예기간 연장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 중소기업계 입장이다.
68만개에 달하는 50인 미만 중소기업 현장에 안전보건 관리체계가 안착되기 위해서는 물리적으로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실제로 이들 기업 중 80%가 중대재해처벌법 관련해 아직까지 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부분 중소기업들이 고물가·고금리로 경영난을 겪는 상황에서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준비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현장에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법 적용을 강행한다면 중대재해 예방이라는 입법 목적은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며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게 처벌만 내세우기보다는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을 줘야하고 산재예방 정부 지원예산도 확대하는 등의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부에서 관련 지원을 하고 있지만 역부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은 전국에 약 82만여개에 달하고 있지만 산업안전보건체계 구축을 위한 컨설팅이나 기술지도, 교육 등의 지원을 올해까지 한 차례라도 받은 업체는 40만개에 그쳤다. 모든 영세업체에 최소한 한 번이라도 지원을 해주기 위해서는 2년 이상의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전문가들도 중소기업들의 현실적인 상황을 감안한 법 시행 필요하고 지적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을 준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전사적인 안전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인적역량이 부족하고 대표가 영업부터 제품 개발 등 일인 다역을 수행하고 있는 중소기업 입장에서 이런 준비를 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인력확보도 어렵다. 법 시행 이후 대기업, 공기업 등에서 안전관리자를 대거 채용하면서 전문인력 자체가 부족하다. 컨설팅을 받기에도 비용적인 부담 등을 감안하면 이마저도 쉽지 않다. 더 혼란스러운 것은 의무사항이 구체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스스로 법을 준수하고 있는지조차 모를 뿐 아니라 정부나 전문가들의 현장 점검을 해도 지적하는 내용이 제각각이고 방향성도 없다는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의무사항을 보다 구체화해야 한다. 필요한 조치가 무엇인지, 책임이 어디까지인지 등을쉽게 알 수 있을 정도로 명확히 해야 한다. 현장의 여건을 감안하면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2년 이상 유예하고 그 기간 동안 전폭적인 지원과 지속적인 관심으로 개별 중소기업이 산재 예방 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의 지원 상황과 기업들의 준비 상태 등을 고려하면 남은 5개월 안에 대응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재 정치권에서도 50인 미만 사업장의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 연장 요구에 대해 귀를 기울이는 만큼 적용 유예 등을 담은 개정안이 9월 국회에서 통과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