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처법 확대 적용 유예 결국 무산됐지만…

중처법 확대 적용 유예 결국 무산됐지만…

  • 철강
  • 승인 2024.02.05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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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에스앤엠미디어 snm@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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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했던대로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의 확대 적용 유예가 결국 무산되어 5인 이상의 모든 사업장에 중처법이 적용된다. 이에 앞서 3천 명이 넘는 중소기업 대표들이 국회에 모여 법 확대 적용 유예를 호소했는데, 이날 국회에 모인 중소기업 대표들은 유례가 없을 정도로 많은 수였다. 절박한 중소기업인들의 심정을 그대로 투영하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재계에서는 준비 미흡을 이유로 영세한 중소기업으로 중처법 적용을 확대하는 것에 무리가 있다며 유예를 요구해왔다. 야당의 타협안 거부로 물거품이 되었지만 정부 및 여당의 협상력 부재도 아쉽기만 하다. 이미 법 시행 2년이 지났고 그동안 여러 중대재해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합리적이고 실효성 있는 법 개정을 도출하지 못한 것은 정부는 물론 여야 모두에게 분명히 책임이 있다.  

그렇다고 기업들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공교롭게도 중처법 적용 사업장 확대가 결정되자마자 일부 지역에서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했는데, 무리한 법 적용도 문제가 있지만 기업들의 대응도 지적할 수 있는 부분이다. 

중처법 시행 이유는 산재사고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함에 있다. 사고를 줄이기 위해 사업주와 책임자가 최상의 조치를 취하라는 것이 시행의 주된 목적이다. 법의 취지에 대해서는 모든 기업인들이 공감하겠지만, 현장에서의 실제 여건을 감안하면 아직까지 기업들의 대처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국노동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재해율이 낮아지고 산재보험 적용대상은 확대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산업안전보건 수준은 선진국보다 낮다. 한국의 노동자 10만 명당 치명적 재해율은 1994년 34.1이었다가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2018년 5.1, 2020년 4.6, 2021년 4.3까지 낮아졌다. 

반면 한국에서 산업안전보건 선진국으로 자주 벤치마킹을 하고 있는 영국은 1990년대 초반 1.4 수준에서 더욱 낮아져 2000년대 이후로는 0.7~0.8 수준이다. 
독일의 치명적 재해율은 1990년대 초반 일시적으로 높아졌으나 1994년 4.6을 기록한 이후 이후 꾸준히 감소하여 2001년 3.0, 2008년 2.0으로 낮아졌고, 2016년 처음으로 1.0 아래로 낮아진 이후 2019년까지 0.7~0.8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은 2016년 이후 자료만 확인할 수 있는데, 2016년 2.0에서 2021년에는 1.5 수준이다. 

단순히 재해율만으로 각 국가별 산업안전수준을 비교하는 것은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같은 선진국 반열에 올라있는 이들 국가에 비해 우리나라의 산업안전보건 수준이 크게 떨어지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적어도 노동자들이 일을 하다가 생산현장에서 사망하는 중대재해는 반드시 막아야만 한다.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뿐 아니라 기업들은 작업자 안전의식 고취뿐 아니라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야 한다. 

중후장대 산업인 철강과 비철금속 산업은 장치산업이긴 하지만 크고 작은 곳에서 근로자의 손길이 필요하다. 대형 제조업체들은 산업안전보건 시스템이나 스마트 팩토리 구축 등을 통해 중대재해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상당수 중소기업들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중처법’에 기반한 복잡한 시행령을 준수하려다 보니 대기업들은 외부 로펌에 의뢰해 안전보건체계를 구축할 수 있었지만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은 아직도 준비가 미흡하다.  

중처법 확대 적용 유예는 사실상 무산됐다. 법 개정이나 적용 유예 등은 정치권에서 다투고 타협해야 하는 일이다. 이 과정에서 기업인들의 의견 수렴은 반드시 필요하다. 기업인들은 지금부터라도 현장 안전보건에 대해 더욱 꼼꼼히 살펴서 안전한 제조현장 구축에 최선을 다해 줄 것을 당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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