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價 ‘하락’…철광석 연초 고점 대비 20달러 이상 하락
슬래브 등 반제품 시황도 부진 이어가
열연강판 가격 매월 인상 행진…하공정업계 소재 가격 인상 따른 부담 늘어
국내외 열간압연강판 시장 상황이 혼란스럽다. 철광석과 원료탄 가격은 약세를 거듭하고 있으며, 반제품인 슬래브 시황도 좋지 못하다. 반면 한국과 일본의 주요 철강사들은 열연강판 가격을 인상하며 시중 열연강판 가격을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와중에 중국 철강업계가 아시아향(向) 오퍼(Offer)가격을 춘절 이전 대비 낮추고 있어, 동북아시아 지역 열연강판 가격 흐름은 속단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 원자재價 ‘하락’ VS 완제품價 ‘인상’
철강업계에 따르면 2월 하순 기준 철광석과 원료탄 가격은 연말 대비 대폭 하락했다. 철광석 가격은 지난해 10월 이후 4개월 만에 톤당 110달러대로 진입하며 하향 안정화되고 있으며, 원료탄 가격 톤당 310달러대로 내려앉으며 연말 대비 최대 20달러 이상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반제품 시황도 지지부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슬래브 시장은 전반적으로 약세 기조를 나타내고 있다”라며 “중국 내수 시장이 부진한 가운데 유럽 시장에서 기존 CIS(독립국가연합)산 슬래브와 중국산 슬래브가 경쟁하며 가격 하락이 발생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관계자는 “미국향 물량이 많은 브라질산 슬래브도 미국 내수 열연강판 가격 하락에 따라 약세를 보이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지난 1월 국내로 수입된 일본산 슬래브 평균 수입가격은 톤당 572달러 수준을 기록했으며 브라질산 슬래브 가격은 톤당 640달러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최근 CIS산 등 글로벌 시장에서 제시된 슬래브 오퍼가격은 톤당 500달러 중반대를 형성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철강원료와 반제품 가격이 하락하는 가운데 열연강판 완제품 가격은 인상되는 분위기다. 최근 한국과 일본시장에서 대형 철강사를 중심으로 제품 가격 인상이 진행 중이다. 포스코는 1~2월에 이어 3월 열연강판 가격을 톤당 5만 원 인상하는 방침을 시장에 통보했다. 이에 포스코의 올해 1분기 가격 인상 폭은 15만 원에 달한다.
일본 철강업계 또한 제품 가격을 인상한다. 외신에 따르면 JFE스틸은 4월부터 전(全) 제품 가격을 톤당 1만 엔 인상할 방침이다. JFE스틸은 2023회계연도 하반기 이후 2만 엔 이상 가격 인상을 진행 중이다. 스틸서비스센터 겸 철강상사 코가올도 열연강판을 포함한 판재류 제품군 가격을 4월부터 1만 엔 인상하는 방침을 시장에 통보했다.
▣ 높았던 원재료價 부담 털기…하공정은 ‘울상’, “중국산 매입 늘 것”
고로업계의 입장은 확고하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높았던 원재료 가격 부담을 제품 가격에 전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철광석 가격은 최근 톤당 110달러대를 형성하며 하향 안정화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지난 1월 한때 톤당 14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당시 철광석 가격은 2022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을 나타냈다.
이와 관련해 포스코는 1분기 내내 가격 인상을 진행하며 수익성 회복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포스코 관계자는 “앞서 반영하지 못했던 원료 가격 상승분을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철강업계 또한 안정적인 생산과 공급을 위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알렸다.
고로업계의 가격 인상 방침 이후 국산 열연강판 유통가격은 슬금슬금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2월 중하순 기준 국산 열연강판 유통가격은 톤당 90만 원에 근접한 가격을 나타내 지난해 4분기 대비 톤당 10만 원 가까이 올랐다. 수입대응재 유통가격도 톤당 80만 원 중후반선을 구축했다.
반면 열연강판을 기초소재로 사용하는 하공정업계의 경우 가격 인상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냉연판재류 및 강관류 가격이 약세를 거듭하며 수익성이 날로 악화하는 중에 소재 가격 인상으로 인한 타격이 크다는 것이다. 하공정업계 관계자는 “제품 가격 인상 반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소재인 열연강판 가격이 오르며 수익성 하락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고로사 대비 하공정 제조사의 이익률이 현저하게 낮다”라고 푸념했다.
이에 강관 등 하공정업계를 중심으로 다시금 열연강판 수입 확대를 모색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국내 고로업계를 뒤흔드는 수입산 열연강판 내수시장 폭격이 올해도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최근 중국 철강업계는 한국향 열연강판 오퍼가격을 춘절 이전 대비 낮추며 한국과 일본 철강사 가격 정책과 대비되는 모습을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오퍼가격은 계속해서 하방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라며 “가격이 합리적이라면 수입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저가 수입재가 늘어나면 국내 업계 입장에서도 좋은 상황은 아니다”라며 “수입 대응 차원에서 고로사들의 가격 인상 방침이 실제 시장에는 일부만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