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일본산 막히자 인니산 오퍼…업계 “자본·투입재까지 中 흔적”
중국산 후판이 인도네시아산으로 둔갑해 국내 반입을 앞둔 데 이어 이번에는 열연강판(HRC)까지 같은 길을 밟을 조짐이 드러났다. 한국 시장을 향해 인도네시아산 열연강판 오퍼(offer)가 제시됐는데, 해당 물량이 중국 자본계 제철소에서 생산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회 수출 논란은 한층 더 짙어지고 있다.
지난 7월 중국산과 일본산 열연강판에 대해 반덤핑 예비판정이 내려지자, 대만과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에서 대체 오퍼가 이어졌다. 여기에 인도네시아산 오퍼까지 가세하면서, 업계에서는 “사실상 중국 철강업계의 우회 수출품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앞서 국내 시장으로 제시된 인니산 열연강판 오퍼는 중국 드롱그룹(Delong Steel)과 칭산그룹(Tsingshan Group)이 주도해 세운 덕신스틸(PT Dexin Steel Indonesia)에서 생산된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제품의 국내 입항은 10월 말께로 예상된다. 가격은 톤당 520달러대로 제시돼 국내 시세 대비 상대적 저가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덕신스틸은 드롱스틸 싱가포르 프로젝트(45%), 상하이 디센트 인베스트먼트(43%), IMIP(12%)가 주요 출자자로 사실상 중국계 자본이 지배하는 구조다. 현재 연간 조강 생산능력은 약 400만 톤에 달하며, 슬래브·빌릿·봉강·선재를 주력으로 생산하다가 최근 열연강판 생산라인까지 확보해 동남아 최대 제철소 중 하나로 성장했다.
덕신스틸은 고로·제강·연속주조 설비를 갖춘 일관 제철소로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슬래브를 자체 생산한다. 그러나 원료 조달과 자본 구조에서 중국계 비중이 절대적인 데다, 업계 일각에서는 “일부 라인에서는 중국에서 들여온 슬래브가 투입된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이에 겉으로는 인도네시아산이지만 실제로는 생산 기반부터 투입재까지 중국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앞서 국내 시장에서는 중국산 후판이 인니산으로 둔갑해 들어올 예정이라는 정황이 확인된 바 있다. 이번에는 열연강판까지 같은 구조가 포착되면서 우회 수출 논란이 확산하는 양상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후판에서 이미 확인된 우회 구조가 열연으로까지 확산한다면 반덤핑 조치의 효과는 크게 반감될 수밖에 없다”라며 “시장 전반에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철강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해 1~7월 기준 국내 열연강판 수입은 베트남 5,991톤, 대만 4,172톤으로 집계됐다. 두 나라 모두 예년부터 꾸준히 소규모 물량이 이어져 온 만큼, 시장에서는 낯설지 않은 흐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반면 인도네시아산은 누계 기준 64톤에 불과하지만, 중국·일본산이 반덤핑으로 차단되자 새로운 대체 경로로 부상하며 업계의 경계심을 키우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대만·베트남은 오래전부터 들어오던 물량이지만, 인니산은 우회 수출 의심을 피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철강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이 반덤핑 제도의 실효성 자체를 시험대에 올려놓은 사례라며, 원산지 검증 강화와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