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보다 한발 늦었던 내진 설계…韓, 내진용 철근은 의무화
현대제철, 내화·내진 복합강재 제품군 최다 보유…국내 유일
고강도·내충격성·내식성·친환경성 …안전사고 최소화 대처 가능

12일 오전 전북 부안군 일대에서 규모 4.8지진이 발생했다. 호남권에서 규모 4.0 이상 지진은 처음이었다. 시내 한복판이 진원지가 되고 단층이 뒤틀리면서 체감 진동이 심했다. 이번 지진으로 500여 곳에서 건물의 벽체 균열과 같은 재산 피해가 속출했고, 호남권뿐 아니라 영남과 충청권도 큰 흔들림을 느꼈다.
일본 해역과 가까운 영남권이 아닌 호남권에서도 규모 4.0 이상의 지진이 발생했다. 한국도 더는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여론이 확산하면서 그 공포가 가중되고 있다. 대통령조차도 최근 국무회의를 통해 "그동안 강진이 없던 호남 지역에서 발생했고 지진 전문가들조차 어떤 단층에서 발생한 지진인지 제대로 진단하지 못하고 있다"며 "행정안전부를 비롯한 관계 기관은 전국적 단층 조사를 포함해 다각적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 주기 바란다"고 지시했을 정도다.
호남 내륙을 강타한 지진으로 국내가 아수라장 된 가운데 현대제철의 내진 설계용 강재 브랜드인 'H CORE' 제품들이 다시 주목 받고 있다.
현대제철은 건설 분야 구조용 강재 시장의 리딩업체로, 지진에 의한 건축물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품을 개발·생산하는 것에 주력해왔다. 특히 내진용 건축 브랜드인 'H CORE'를 2017년 국내 최초 론칭하고, 형강부터 철근까지 내화·내진 복합강재의 대부분을 생산하는 곳은 현대제철이 유일하다.
'H CORE' 제품은 지진 충격을 흡수해 지각의 흔들림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성능을 지닌 품목으로 구성돼있다. 일반 강재 대비 높은 에너지 흡수력 충격 인성, 용접성 등 특징을 지녀 건축물 적용 시 외부 충격이 발생해도 거주자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는 게 현대제철의 설명이다.
○ 안전을 심지 않았던 대한민국

지진 발생 빈도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내진 설계에 대한 의식과 적용률은 다소 뒤처져있다는 분석이다.
'불의 고리'로 지진이 잦은 일본에서는 목조 단독주택에서 50% 이상이 거주하고 고층 건물은 내진설계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고층 아파트에서 50% 이상이 거주하면서도 내진 강재 제품의 필요성 인식은 부족했다.
국내에 내진설계가 처음 도입된 1988년에는 16층 이상 건축물에만 적용됐다. 2017년부터는 2층 이상 건축물에도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어 △2019년 건축물 내진설계기준(KDS 41 17 00)에서 중연성도 이상의 구조물에 적용을 의무화하도록 개정됐으며 △2023년 교량 내진설계 기준(KDS 24 17 00)에서도 소성 힌지가 발생되는 교각 및 주탑에 내진용 철근의 사용을 의무하고 있다.
일본과 미국의 경우 각각 건축 구조용강재 제품인 SN과 A992를 의무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건설구조 재료로 많이 쓰이는 콘크리트에 비해 형강·후판·철근·강관 등 강재가 지진에 저항하는 성능이 우수하다고 알려졌지만, 1994년 미국 노스리지 지진과 1995년 일본 고베 지진을 겪으면서 이런한 통념이 깨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건축물에 대한 내진설계 의무화 등 조치가 늦었기 때문에 내진 강재가 심어진 곳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현재 국내 구조설계 기준에서 철근은 내진용 철근으로 전환해 주요 부재에 적용을 의무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국내 철강업계는 내진 성능을 확보한 강재에 대한 기술력을 강화하는 추세다. 특히 지진에 저항 성능을 높이기 위해 연성 능력을 향상시킨 내진용 철근을 개발했고, 이를 '특수 내진용 철근'으로 정의하고 있다.
특히 최근 건축물에 사용되는 철강재는 점차 강도가 증가하는 추세다. 통상적으로 철강재는 강도가 증가하면 변형 능력이 감소하는 특징이 있다. 강도만 증가시키면 충격과 진동에 파단 등 변형을 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내진용 철근 제품은 제작 공정에서 강도를 높임과 동시에 인장과 항복강도비, 연신율 등을 향상하는 추가적 공정을 거친다. 유연하고 단단한 제품인 만큼 지진에도 변형 능력이 크게 감소하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이미 건축물에 대한 설계 선진화를 이뤘지만 설계기준의 발전은 사용되는 소재의 발전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라며 “안전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증가하는 요즘, 지진에 대한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설계기준에 따라 지진에 대한 안전성을 확보한 내진용 철근의 적용이 반드시 수반되어야만 한다"고 밝혔다.
○ 현대제철의 이유 있는 '지진' 집착

현대제철의 지진에 대한 집착은 남다르다. 대규모 구조물용 대형 H형강 규격 137개, 내진강재 브랜드 에이치코어 출시, 세계 최초 내화·내진 복합성능 H형강 개발 등 지진과 화재에 대비하는 중요 기술을 보유했다. 건설용 강재 부문에서 지진이라는 한 우물만 팠던 기업으로 업계에서 인정받고 있음을 대변하는 증표다. 또 H형강은 지난 2022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국가연구개발 우수 성과로 꼽혀 국가로부터도 인정받기도 했다.
현대제철의 내진용 강재 개발 역사는 지난 2005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현대제철은 최초로 내진 성능을 보유한 SHN(건축 구조용 열간압연형강)을 개발했다. 대부분이 지진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을 때 구조물의 고층화 추세와 지진·화재 등 재해에 대비하는 국산화 기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개발에 처음 성공했지만 시장 평가는 냉혹했다. 당초만 하더라도 '한반도는 지진 안전지대'라는 선입견이 지배했던 탓이다. 또 높은 단가로 초고층 건축물이 아니면 건설 재료로도 선택받지 못했다. 악조건 아래에서도 현대제철은 20년간 꾸준하게 '내진용 강재'라는 한 우물만 파왔다.
경주에 이은 포항지진으로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라는 여론이 확산되자 판매량은 매년 늘고 있다. 대형 건축물의 내진용 강재 활용이 서서히 늘어나면서 잠실 롯데월드타워, IFC, 일산 킨텍스 등 랜드마크 건축물은 물론 제2남극기지, 해외 화력발전소 등과 같은 극한 환경의 구조물에도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다.
특히 현대제철은 2010년 국내 최초 개발에 성공한 400Mpa급 건축구조용 열간압연 H형강(SHN400)에 대해 일반 제품인 SS와 SM강재와 동일한 공급가를 적용하고 있다. 또 높이 700mm 이상의 대형 형강과 극후형강은 국내 유일하게 공급해오고 있다. 현대제철이 내진용 강재 보급 확대에 주력하고 있는 만큼 대형 건축물뿐 아니라 일반 건축물에도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회사는 내진 성능뿐 아니라 고온 등 극한의 환경 속에서도 건축물의 안전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내화·내진 복합 강재를 세계 최초로 개발(2019)했고, 자재량 절감을 가능케 하는 고강도 형강을 개발(2020)했다. 또한 H형강 KS 제공 규격 82종 외 94종의 다양한 규격 제품인 ‘RH+’를 론칭(2020) 한 후 국내 철강업계 최초로 형강 GR(Good Recycled Product, 우수 재활용 제품) 인증을 신규 획득(2020)해 친환경성에 대한 노력도 지속적으로 이어 오고 있다.
○ 건물에 철갑을 두른듯 'H CORE'

현대제철은 자사 브랜드 H CORE를 중심으로 한 브랜드 마케팅 활동과 기술 개발 등으로 지진 안전 지킴이 역할을 톡톡히하고 있다. 내진용 강재의 필요성을 고객과 국민들에게 알리고 실제 건축물 적용을 유도하기 위함이다.
H CORE는 지난 2017년 현대제철이 철강업계 최초로 선보인 내진용 건축 브랜드다. 런칭 이래 고객들에 많은 신뢰를 얻으면서 건설시장에 자리잡아왔다.
지난해 9월에는 사용 범위와 대상 품목을 확대해 '프리미엄 건설용 강재'로 재론칭했다. 특히 현대제철은 새로운 H CORE가 안전을 바탕으로 가장 안심하고 선택할 수 있는 최고급 강재라는 의미에서 “안전을 심은 철, 안심 H CORE”라는 슬로건을 전면에 내세웠다.
사회관계망 서비스(SNS) 홍보로 시장 내 입지와 브랜드 역량 강화에도 나서고 있다. 현대제철은 H CORE를 재론칭함과 동시에 H CORE 제품에 대한 정보를 모두가 체감할 수 있도록 양방향 소통채널인 브랜드 전용 홈페이지와 공식 유튜브 계정을 구축했다. 현재 H CORE에 대한 브랜드 동영상은 총 50개로, 지난 11개월 전 첫 영상을 게재한 후 브랜드 이야기는 더욱 풍부해져 전달되고 있다.

H CORE는 건축 분야 뿐만 아니라 도로, 교량, 댐, 항만 등과 같이 사회 기반시설을 건설하는 토목 분야, 반도체·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시설인 프랜트, 에너지시설 등 건설산업의 전 분야를 대상으로 한다.
기존 H CORE는 철근과 형강 등 내진 설계에 적용 가능한 일부 건설 강재에 한정됐다면 새롭게 론칭된 브랜드에는 후판, 강판, 열연강판, 냉연강판 등으로 적용 범위를 크게 넓힌 것이 특징이다. 특히 내진용 제품은 △초고층, 대형 건축물을 지지하는 내진용 형강 △아파트 등 주거 공간을 보호하는 내진용 철근 △여러 형태의 가공이 가능한 내진용 후판 △경기장과 체육관 등에 적용되는 내진용 강관 등으로 라인업했다. 현대제철이 H CORE를 통해 단순히 제품의 성능과 품질을 관리하는 것을 넘어 설계 단계부터 제작 및 시공 단계까지 전 제작의 과정에 안전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를 갖는다.
새로운 H CORE의 대표적 성능은 고강도,내충격성,내식성,친환경성,다양성을 들 수 있다. 고강도 제품은 범용 강재 대비 약 20~30% 높은 강도를 보유해 합리적인 강재량으로 구조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으며, 고연성 제품은 복합적인 외력에 갑작스러운 파괴가 아닌 유연 반응해 안전사고를 최소화하는 대처가 가능하다.
또한 내충격 제품은 추운 곳에서의 충격에도 깨지지 않고 에너지를 흡수하는 능력을 보유하여 극지방에서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고, 내식성 제품은 오랜 비바람에도 부식되지 않고 최초의 성능을 유지할 수 있다.
아울러 철 스크랩을 재활용하는 방식의 친환경 제품으로 환경 보호에 도움을 주고, 기존 KS에서 제시하는 제품 규격 대비 2배가량 다양한 단면 형상을 제시하여 사용자의 요구와 상황에 따라 맞춤형 공급이 가능하다는 점도 H CORE의 주요 특징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그간 각 목적에 따른 다양한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다양한 강재를 개발, 양산함과 동시에 안정적 공급체계를 구축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내진강재 제품을 확보해 시장 수요에 적극 대응하는 동시에 지진에 대비한 국내 건축물 안전성 향상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