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경기가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에너지 비용이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부진과 지속되는 고금리와 인플레이션 등의 영향으로 국내 중소기업들의 경영실적은 크게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인 대내외 경기 변동에 따른 영향과 더불어 올해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한 것은 에너지 비용이다. 전력, 가스 등 에너지 비용 상승이 최근 중소기업들의 또 다른 경영악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급격하게 오른 전력, 가스 등 에너지 비용 상승으로 경영부담이 가중됐지만 뾰족한 대안을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302개 중소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에너지비용 부담 실태조사’ 결과 93%가 산업용 전기요금에 대한 부담이 크다고 답했다. 매우 부담이 된다고 응답한 기업도 39.7%에 달했다. 전기요금 인상 추세가 영업이익에 미치는 영향으로는 74.2%가 감소한다고 응답했고 8.9%는 영업이익이 적자로 전환된다고 응답했다.
그럼에도 조사 대상 기업의 76.8%가 전기요금 상승에 대한 특별한 대책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전기요금 인상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반영하더라도 인상분의 20% 미만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에너지비용 상승에 따른 대안으로 추진되고 있는 고효율 설비 설치 등의 방안도 현실적으로 투자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들에게는 별다른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냉방, 난방, 조명 등의 사용량은 이미 줄일 수 있는 만큼 줄였기 때문에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제조, 가공업에서 에너지 요금은 기업의 경쟁력과도 직결될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이다. 이 때문에 주요국들은 정책적으로 산업용과 가정용 에너지 요금을 차등 적용하고 있다. 국내 에너지 비용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돼 기업들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따라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보다 합리적인 요금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정치적인 논리에 의해 가격이 좌우되면서 단기간에 부담이 급증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예측 가능한 안정적인 요금 체계를 갖추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정책적인 지원도 강화해야 한다. 주요국들은 에너지 비용이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정부가 직접 나서 다양한 부담 완화 정책을 펴고 있는 등 산업 경쟁력을 보호하기 위해 발벗고 나서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기업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대안을 내놓치 못하고 있다. 앞으로 에너지 비용은 중소기업들의 경영에 있어서 큰 부담이 될 것이고 이를 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가 최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계절별·시간대별 요금 조정 등을 반영한 중소기업 전용 요금제 신설, 전기요금 등 에너지비용 납품대금 연동제 포함 도입 등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기업들도 투자확대 등 자구책을 마련해야 하지만 무엇보다 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책을 수립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