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지금 AI(인공지능) 시대에 살아가고 있다. 누구에게는 생소하지만 누구는 이미 새로운 기술로 받아들이고 있다. 미래 기술이 아닌 우리의 삶과 동떨어지지 않은 생활 속 대세로 자리 잡아가는 중이다. 손에 들고 있는 스마트폰이 한 예이다. 대표적인 것이 카메라의 초점을 자동으로 잡아주는 ‘얼굴인식’ 기능과 애플 시리(Siri)와 같은 ‘음성인식’ 기능이다. 이것은 인위적인 개입 없이 인간이 의도하는 바를 알아서 처리해 준다. 이러한 기능을 하는 모든 것이 인공지능이다. 우리가 평소 잘 인식하지 못했던 기술이다.
또한 인터넷 검색을 할 때 자동으로 추천 검색어를 띄워 주는 것도, 유튜브에서 외국 영상을 보면 자동으로 자막이 생성되는 것도 모두 인공지능이 제공하는 것이다. 이렇듯 이제 많은 미래 상품의 경쟁력은 인공지능 기능에 따라 성패가 좌우될 것이 확실하다. 이것이 바로 미국의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인공지능을 ‘파괴적 혁신’을 가져올 미래 기술이라고 평가하는 이유다. 이것을 입증이라도 하듯 올해 노벨 과학상을 인공지능(AI)이 휩쓸었다. 물리학상에 이어 화학상까지 AI 분야 연구자에게 수여됐다.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와 이세돌 기사의 바둑 대국이 관심을 끌었던 적이 있었다. 사람들은 이 세기적 대결을 당연히 인간이 이길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2016년 3월 9일부터 15일까지 하루 한 차례 대국으로 총 5회에 걸쳐 진행된 결과는 예상을 빗나갔다. 알파고가 4승 1패로 이세돌 기사를 이긴 것이다. 이 기사도 자신의 완승을 장담했지만 결과는 허무한 패배였다. 이 결과를 놓고 구글 CEO 에릭 슈밋은 누가 이기든 인류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AI도 인간이 만들어낸 것이기에 일리 있는 말이지만 인간들의 낙담은 컸다.
이렇듯 아득히 먼 미래기술로 인식되던 AI가 이슬비처럼 스며들고 있다. 실생활은 물론 기업의 경영과 현장에까지 뿌리내리고 있다. 특히 올해 노벨 과학상에서 물리학상에 이어 화학상까지 AI 분야 연구가 받으면서 그 중요성이 입증됐다. AI는 2000년대 초부터 등장해서 엄청난 파급효과를 불러오고 있다. 기존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는 새로운 도구로 평가받는다. 이 흐름은 이제 거스를 수 없게 됐다. AI가 가져올 세상을 만반의 준비로 대비해야 생존할 수 있다. 인간이 AI에 지배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더욱 그렇다.
AI가 가져올 시대는 명(明)과 암(暗)이 분명히 공존한다. 편리함도 있지만 AI에게 빼앗겨야 할 상실(喪失)도 크다. AI가 인간의 수많은 직업을 빼앗아 갈 것이라고 한다. 최대 피해자가 고소득·고학력자이다. 특히 의사, 회계사, 변호사 등 돈을 잘 버는 전문 직업이 위태롭다. 반면 생산성이 낮고 반복적으로 일하며 대용량 데이터가 필요 없는 직업군은 안심해도 될 것 같다. 성직자, 대학교수, 성악가 등이 이 부류에 속한다. 기자도 해당한다고 하니 필자는 우선 안심이다. 그 이유는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필요한 대면 직업은 AI가 대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편리함이 장점인 인공지능(AI)의 위험성과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크다. 생성형 AI가 만들어낸 허위 정보가 증시를 하락시키는 등 심각한 상황을 야기하고 선거판의 새로운 복병으로도 떠오를 조짐이다. 사실과 다른 허위 조작 정보 기반의 짜깁기 기술로 여론을 호도하면서 선거판에 또 다른 변수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것을 대통령 선거를 앞둔 미국이 경계하고 있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최근 딥페이크 불법 영상물 제작 및 유포가 사회적 문제가 됐다. 유명 여성 연예인의 사진을 합성한 불법 성 영상물의 유포는 AI가 있기에 가능했다. 또다른 사회적 병폐가 됐다.
이세돌 기사와 대국에서 이긴 ‘알파고의 아버지’로 불리는 허사비스 CEO는 점퍼 수석연구원과 함께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AI ‘알파폴드’를 개발한 공로로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다. 노벨위원회는 “과학 연구에 있어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는 독창적인 화학 도구를 만들어낸 공로를 인정했다”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신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새로운 단백질 설계까지 가능하게 한 이 연구의 최종 공로자는 AI라고 해도 무방하다. 이 말을 들으면 허사비스 CEO가 섭섭할지 모르지만 곰곰이 생각하면 그도 결국 인정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인공지능은 다양한 방면에서 인간의 영역을 넘보고 있다. 그것이 인간의 생활을 이롭게 하든 아니면 해롭게 하던 생활의 도구로서 정착되는 것은 필연(必然)이다. 잘못하면 인간이 AI에 예속될 수도 있다. 노예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인간의 감정, 상상력, 창의성은 AI가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은 천만다행이다. 최후의 보루이기도 한 이마저 무너지면 세상은 인공지능이 지배할 것이다. 편리함을 추구하려는 인간의 욕망이 선을 넘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인간의 몫을 다 나눠주기보다 협업이 궁극적인 목적이 되어야 AI도 살고 인간도 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