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진 지 오래다. 직장인들에게 ‘이직’은 흔한 선택지가 됐다. 하지만 평생직장을 꿈꾸는 직장인도 많다. 그러나 쉽지 않다. 자의든 타의든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불면의 깊은 고뇌도 뒤따른다. 퇴근 후 쓰디쓴 소주잔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도 맞이한다. 정년퇴직의 길은 그래서 멀고도 험난하다. 거친 파도를 넘고, 수백 번 인내의 강을 건너야 마침내 도달할 수 있다. 직장인들은 늘 이것을 실감하며 살아간다.
한 회사를 오래 다니면 장점이 너무 많다. 특히 전문성이 쌓이고, 개인의 가치를 높인다는 이점이 있다. 오랜 근속연수를 통해 쌓은 지식과 경험은 자신과 몸담은 회사에 큰 자산이 된다. 이에 따르는 성과가 높은 직책과 연봉을 보장한다. 이것은 가정과 사회적 안정을 위한 중요한 에너지원이다. 직장인들이 추구하는 최고 목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직장을 다닌다고 이것이 다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차이가 그렇다. 이 또한 ‘부익부 빈익빈’의 상대적 박탈감으로 이직을 고민하게 하는 원인이다.
한 직장에 오래 근무한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한계가 분명히 있다. 변화나 발전에 있어서 특히 그렇다. 흐르지 않는 물은 썩게 마련이다. 스스로 고인 물을 자청한다면 현실에 안주하기 쉽다. 변화를 두려워하는 소극적인 겁쟁이가 될 수 있다. 이것은 자신의 경쟁력을 떨어트리는 원인이다. 몸값과도 직결된다. 이직은 당연한 것이 아니지만 때로는 자신의 몸값을 올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망망대해로 나아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직장인들이 이직을 꿈꾸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위 두 상황의 발생은 자의반 타의반이다. 개인의 선택지도 있다. 장단점은 확연히 존재한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만족하는 직장에서 얼마나 오래 근무하느냐이다. 직장 생활은 각종 변수가 많다. 상사, 동료와의 관계, 경영자와의 관계 등이 원만해야 비로소 안정된 직장 생활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도 쉽지 않다. 회사는 업종별 특수한 기업 및 문화가 다양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근속 유무를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살아갈 수 없다. 직장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수많은 직장인이 이직을 결심하고 행동으로 옮긴 것은 이 때문이다.
MZ 세대가 출현하기 전 Z 세대가 있었다. 1990년대 이후 태어난 밀레니엄세대를 말한다. 이들은 의견을 개진하는 데 두려움이 없다. 현실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의지가 뚜렷한 세대로 불린다. 대부분이 회사의 중간 위치에 자리한다. 직장 생활도 한창 무르익어 가는 중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이들 절반 이상이 이직보다 장기근속을 선호한다고 한다. 그 이유는 ‘안정된 직장생활이 가능해서’라고 했다. 변화를 선호하는 이 세대가 안정을 선택한 결과가 놀랍다. ‘이직은 평판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라는 이유가 이 결과를 잘 정리해 주는 것 같다.
한 직장에서 정년퇴직을 하고 싶어도 그렇지 못한 상황이 되면 억울할 것이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수많은 실직자가 발생한다. IMF 외환위기 때 거리로 내몰린 무수한 실직자들의 눈물을 보았다. 그 모습을 보며 우리는 직장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꼈다. 그러나 그 어려움을 이겨내고 선진국으로 진입했지만 우리 주위에서 실직자가 다 사라진 것은 아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8월 현재 실업자는 56만 4천 명이나 된다고 한다. 이중 장기 실업자는 11만 3천 명(20%)이다. 1999년 8월(20.1%) 이후 25년 만에 가장 높은 비중이다.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우리업계 한 업체도 실직자를 양산 중이다. 명예퇴직이라는 명분으로 신청을 받는다고 한다. 달콤한 미끼는 몇 년 치의 임금과 위로금이다. 구조조정을 통한 회사 경쟁력 확보에 목적이 있다고는 하지만 지켜보는 마음이 몹시 씁쓸하다. 강제성이 없는 자율에 맡긴다는 것도 신뢰가 가지 않는다. 누가 신청할지 모르지만 이들도 평생직장으로 생각하고 회사에 입사했을 것이다. 결국 등 떼밀려 나가는 꼴이 됐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신의를 상실한 회사에 구성원들은 무슨 생각을 할지 궁금하다.
전술한 바와 같이 정년퇴직이 어려운 것은 이 같은 숨은 변수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몸담고 있는 직장이 소중하고, 명예퇴직을 당하지 않으려면 열심히 일하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