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철강 뉴노멀 도래?…“원료가격과 철강 수요 기준 모두 바뀌는 시대”

[이슈] 철강 뉴노멀 도래?…“원료가격과 철강 수요 기준 모두 바뀌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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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11.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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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이형원 기자 hwlee@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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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자리를 논하던 원료價…이제는 세 자리가 익숙해
성장이 멈춘 한국 철강 시장…철강 수요 기준도 달라질까?

국내 철강시장을 평가하는 잣대가 변하고 있다. 과거 철강원료 가격을 논하던 기준과 2024년의 기준이 달라진 것처럼 바야흐로 철강 뉴노멀(새로운 기준)이 도래했다. 

최근 달러당 원의 환율이 1,400원대를 횡보하며 환율의 뉴노멀이 바뀌고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 가운데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철강 시황과 수요 흐름,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따른 내수와 수출 비중 변동 등의 영향으로 철강을 논하는 기준도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 두 자리를 논하던 원료價…이제는 세 자리가 익숙해 


올해 1월 톤당 140달러(Fe 62%, 북중국 CFR 현물 기준)를 웃돌던 철광석 가격은 최근 100달러를 중심으로 횡보하고 있다. 철광석 가격은 상반기와 비교해 40달러 이상 낮은 수준을 형성하고 있지만 예년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수급 상황 변화에 따라 철광석과 원료탄 등 철강원료 가격은 급등했는데, 원료가격은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여전히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포스코 광양제철소 전경. /포스코
사진은 포스코 광양제철소 전경. /포스코

중국 철강산업의 발전과 함께 2010년대 초반 철광석 가격은 강세를 나타냈으며 2010년대 중반에 이르자 철광석 가격은 50달러대까지 내려앉으며 하향 안정화됐다. 이후 철광석 가격은 50달러~90달러 선을 횡보하는 흐름을 보였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광석 가격은 높아도 90달러대였으나 코로나 이후 철광석 가격 기준이 바뀌었다”라며 “과거 철광석 가격이 세 자릿수를 이렇게 오랜 시간 유지할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2021년 7월 철광석 가격은 219.77달러로 역대 최고 수준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후 2023년 철광석 평균 가격은 톤당 120달러대를 기록했다. 올해 연초 140달러를 웃돌았던 철광석 가격은 8~9월 한때 글로벌 철강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90달러대 후반을 나타냈지만, 다시금 100달러를 웃돌고 있다. 

철강업계는 2025년 이후 철광석 가격이 전반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지만, 중국 철강 시황에 따라 하향 안정화되는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결국 철광석 가격은 두 자릿수로 내려올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중국의 경기부양책 시행 여하에 따라 철강 시황 및 원료가격도 당분간 강세를 나타낼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이에 앞서 피치레이팅스와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신용평가기관과 IB는 내년 철광석 가격이 90달러대를 기록한 이후 2026년부터 80달러대까지 내려앉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 성장이 멈춘 한국 철강 시장…철강 수요 기준도 달라질까? 


내수 경기 침체와 이에 따른 성장 곡선 추락으로 국내 철강 수요도 감소하고 있다. 이에 철강 수요를 평가하던 철강업계의 내부 기준도 바뀔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국내 철강 수요는 연간 5,000만 톤을 소폭 웃도는 수준을 줄곧 유지해 왔다. 2020년 당시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시적 감소를 겪었으나 2021년에 급격한 회복을 보이며 5,600만 톤 수요를 자랑하기도 했다. 

다만 올해 철강 수요는 4,960만 톤 수준으로 예상돼 5,000만 톤 수요가 붕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31일 한국철강협회가 주최한 ‘2025 철강산업 전망 세미나’에서 전채택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올해 국내 철강재 수요가 5,000만 톤을 밑돌 것이라 예상했다. 앞서 세계철강협회(WSA)는 올해 한국의 철강 수요를 5,040만 톤으로 전망한 바 있다. 

조강생산 또한 국내 철강업계가 사수하던 7,000만 톤대 붕괴가 이어지며 6,000만 톤대 초반까지 밀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건설 부문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저성장 기조와 아직 높은 금리 등의 영향으로 수요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라며 “더욱이 국내 철강 수요가 줄어드는 와중에 중국산 저가 철강재 유입이 늘며 국산 수요를 대체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일례로 후판과 철근 등 주요 철강재의 수요 기준도 변화될 가능성이 크다. 열간압연강판과 함께 후판과 철근은 단일 철강재 기준 소비량이 가장 많은 제품이다. 
 

본지가 추정한 올해 국내 후판 수요는 770만~780만 톤으로 800만 톤대를 지키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 국내 후판 수요는 820만~900만 톤대를 나타냈다. 코로나19로 물동량이 줄었던 2020년(780만 톤)을 제외하면 대부분 800만 톤대 중반을 기록했다. 지난해 국내 후판 수요도 860만 톤을 나타냈다. 

반면 올해 수요는 조선업황 개선에도 불구하고 전년 대비 100만 톤 가까이 줄며 800만 톤대가 붕괴할 것으로 전망된다. 후판 수요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조선업황이 개선되고 있지만, 주력 선종 변화에 따라 후판 사용량이 적은 친환경 에너지 선박 건조 비중이 늘며 후판 수요도 감소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수요 산업 부진으로 비조선용 후판 업황 악화하는 가운데 조선용 후판 판매 감소도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향후 후판 수요의 기준점이 700만 톤대로 제시될 수 있다”라고 전했다. 

철근 수요의 잣대도 바뀔 가능성이 높다. 통상 국내 철근 수요는 연간 1,000만 톤을 기준으로 시장을 평가한다. 지난 2017년 철근 수요는 1,300만 톤에 육박하는 등 건설 경기 호조를 증명하기도 했다. 

반면 올해 철근 수요는 역대급 건설경기 침체로 700만 톤대 중반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과거 1,000만 톤대를 평가 기준으로 삼았던 것과 비교하면 300만 톤 이상 줄어든 셈이다. 

국내 최대 철근 제조사 현대제철도 지난달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철근 연간 수요를 800만 톤 안팎으로 보고 있으나 700만 톤대까지 하회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건설업계는 내년 철근 수요가 늘어날 수 있지만 소폭 증가하는 선에 그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지난달 진행된 ‘2025 철강산업 전망 세미나’에서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내년 건설 철강재 수요가 착공 면적 증가 등 건설공사 선행지표 개선과 2025년 기준금리 인하 등 주요 요인 변화에 힘입어 소폭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내년 철근 수요는 주거용 건축물 착공 증가 영향으로 완만히 회복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박철한 연구위원은 건설 철강재 수요가 2020년 수준의 85%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2015~2022년 평균 수준에는 이르지 못할 것이라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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