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 초등학교 교과서나 중학교 교과서에서 우리나라 S사 반도체 사진이나 공장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던 것 같다. 반도체는 우리 수출을 이끄는 ‘맏형’이고, 국민들이 자부심을 느끼는 것들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S사가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위기에 빠졌다는 소식이 최근 들어 많이 나오고 있다. 2011년 반도체 회사 중 시가총액 글로벌 1위에 올랐던 S사는 2019년 이후 TSMC와 엔비디아 등에 차례로 추월 당했다.
S사의 현 위기에 대해 다양한 분석들이 나오고 있는 것 같다. 그 가운데 하나가 투자 실기론과 정부 지원 부족이다.
S사는 회장이 민간인 국정 개입 논란 속 사법리스크에 처하면서 다른 글로벌 기업들과 달리 제대로 된 투자결정을 할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또 우리나라가 현재 약세를 보이고 있는 시스템 반도체 분야를 육성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10년 전부터 나왔지만 정부 지원은 턱없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의 시스템 반도체 세계 시장 점유율은 약 3~4%대에 불과하다.
산업연구원은 지난해 12월 보고서를 통해 “현재 반도체산업은 주요국의 경쟁적 자원 투입으로 2025년 이후 ‘대전환기’에 돌입할 것”이라며 “이번 전환기에 도태될 경우 주요국으로서 입지를 확보할 다음 기회는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철강업계로 눈을 돌려보면, 미래 철강 산업을 이끌 기술 중 하나가 수소환원제철이라는 점에는 많은 사람들이 동의한다.
하지만 정부의 수소환원제철에 대한 지원은 유럽, 일본 등에 비해 부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권영민 기후솔루션 철강팀 연구원에 따르면, 포스코는 수소환원제철 등을 통해 2050년까지 탄소중립 이행으로의 전환 비용으로 약 40조 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현재까지 확정된 철강산업 탈탄소화를 위한 정부의 지원금은 약 2,700억 원 수준에 그친다. 독일은 철강 생산량이 한국의 절반 수준이지만, 지원금 규모는 38배 이상이다.
우리나라 생산수준의 약 6%에 불과한 스웨덴도 우리나라보다 6배 이상의 금액으로 탈탄소화를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옆 나라 일본도 1조5천억 원 이상을 수소환원제철 기술 상용화에 투자하고 있다고 한다.
글로벌 탄소 중립은 시기의 문제일 뿐 반드시 올 것이라는 점에는 누구나 동의할 것이라 생각한다. 전 세계 195개국 가운데 탄소 중립을 목표로 세운 나라는 이미 130여 개국이고, 날로 심각해지는 기후 변화 영향을 고려하면 탄소중립으로 향하는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라고 생각된다.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상용화하는데 필요한 정부 지원과 투자가 적극 이루어져, 투자 실기와 정부 지원 부족 등으로 처한 S사의 위기가 한국 철강업계에 반복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