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환원제철 기술로 조강을 생산하는데 드는 비용이 고로 대비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케 하는 데이터가 제시됐다.
3일 아거스에 따르면, 수소환원제철 공정을 적용해 조강을 생산하는데 들어간 운영 비용은 12월 말 기준, 톤 당 1,074유로(161만9천 원)로 전통적 고로-전로(BF-BOF) 방식을 통한 조강 생산 비용(530유로)의 두 배 이상이었다. 유럽연합(EU) 북서부 지역의 열연강판(HRC) 가격(558.25 유로/톤)과 비교해도 거의 두 배였다.
유럽 철강업계에선 수소환원제철보다는 천연가스를 직접환원철(DRI) 생산에 사용하는 방식이 EU 제철업체들이 현실적으로 시도할 수 있는 가장 친환경적 생산 방식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유럽의 높은 에너지 비용을 고려할 때 DRI 생산과 조강 생산이 분리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맥킨지는 지난달 제철업체들이 “DRI 생산을 가스 비용과 철광석 가격이 저렴한 곳에 맡기는 방식”에 의존하게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유럽 최대 철강제조사 아르셀로미탈은 지난해 하반기 “효과적 탄소국경조정 메커니즘과 보다 강력한 무역보호조치”를 요구하며 DRI 투자를 일시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EU 제철업체들의 친환경 제품 대부분은 여전히 고로를 기반으로 한다. 또 친환경 철강에 대한 수요도 제한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친환경 철강에 프리미엄을 지불하려는 욕구는 특히 2024년 하반기 유럽 시장이 침체된 것을 감안할 때 제한적이었다”며 “결과적으로 친환경 철강 시장은 성숙하지 못했고, 활력 있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수소환원제철은 철광석에 환원제로 코크스 대신 수소를 투입해 DRI를 만든 후, 이를 전기로에 녹여 강(stee)을 만드는 방식이다. 환원 과정에서 철광석의 산소가 수소와 반응해 물이 배출되므로, 이산화탄소를 대규모로 방출하는 기존 고로-전로 방식과 달리 친환경적이다. 하지만 수소를 얻기 위해 대규모 수소 관련 인프라와 전력 공급이 필요해 생산 비용이 높다.
DRI를 만들기 위해 수소 대신 천연가스를 환원제로 활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물과 함께 이산화탄소도 일부 배출된다. 배출 수준은 대략 고로-전로 방식의 50% 수준이지만 여전히 탄소가 배출된다는 점에서 친환경성이 떨어진다. 대신 수소환원제철보다는 비용이 적게 들어 이미 상업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현재 천연가스를 활용한 DRI 제강 방식은 탄소 중립을 위한 단기적 전환 전략으로, 수소환원제철은 장기적 전환 전략으로 간주되며, 수소환원제철을 통한 철강 생산은 여전히 개발 및 시범 생산 단계에 머물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