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철강 보호무역주의 극복 일환
하이큐브(Hy-Cube) 적용 가능성 높아
“남부에 건설 검토 중_아직 결정사항 없어”
현대제철이 글로벌 철강 보호무역주의 극복의 일환으로 미국 남부지역에 전기로 제철소 건설 투자를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실제 투자를 전제로 하여 검토 중이기 때문에 실행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제철이 직접 제철소를 건설할 경우 해외에서 처음 쇳물을 생산하게 된다.

지난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미국 현지에 자동차용 강판을 생산하는 전기로 제철소를 건설하기 위해 앨라바마·조지아·텍사스 등 미국 남부의 여러 주 정부와 접촉해 투자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각 주마다 투자 혜택과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어느 지역이 가장 유리한 것인지를 고민하며 저울질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조지아주에는 기아차 공장이, 앨라배마주에 현대차 공장이 가동 중이고, 지난해 말에는 조지아주 서배너 지역에는 전기차 전용의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가 가동을 시작했다. 현대제철은 앨러바마에 가공센터를 먼저 구축했고, HMGMA 가동에 맞춰 조지아주에 두 번째 북미 가공센터를 지난해 가동했다.
이처럼 그동안 현대제철은 현대차가 해외 공장을 건립하면 인근에 가공센터를 짓는 형식으로 해외 직접투자를 진행해왔는데, 현대차그룹의 북미 투자가 이어지고 미국이 조강 기준으로 철강 원산지 규제를 강화함에 따라 현지에서 직접 쇳물을 생산키로 하고 투자지역을 물색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에서 생산된 자동차강판을 현지 가공센터를 통해 공급했는데, 미국이 통상장벽을 높이면서 국내 생산제품 공급이 어려워질 것이라 현지 생산을 통해 그룹사와의 시너지를 높이겠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은 지난해 4월 정기주주총회에서 “글로벌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하기 위해 현지 생산거점도 검토하고 있으며, 어떤 지역에 투자해 무역 장벽을 극복할 수 있을지 세밀한 검토를 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발언이 해외 가공센터 확대 정도로 인식됐지만, 쇳물 생산까지 염두에 둔 것을 의미했던 것으로 보인다.
현대제철이 미국에 제철소를 건설하게 되면 트럼프2.0 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응하기 수월해질 전망이다. 쿼터제 적용으로 대미 철강 수출이 제한적인데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면 쿼터가 축소되고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데, 직접 제철소를 건설한다면 이 같은 우려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전기로 공장에는 독자적인 전기로 기반 탄소중립 철강 생산체제로 개발 중인 하이큐브(Hy-Cube) 기술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현대제철은 회사 고유기술에 기반한 저탄소 제품 생산체계 하이큐브의 기술 고도화를 통해 신(新)전기로 대형화와 수소환원기술 적용 확대 등 친환경 제철소로의 체제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하이큐브는 철 원료를 녹이는 것부터 불순물을 제거하고 성분을 추가하는 기능까지 모두 갖춘 신개념 전기로로, 현대제철은 이를 통해 2030년까지 탄소배출이 40% 저감된 철강재를 시장에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기술 개발 시기를 감안하면 미국 투자에 적용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미국 투자의 목적이 자동차강판 현지 생산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고품질 철강 생산을 위해 하이큐브 적용이 필수적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회사측 관계자는 “글로벌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남부 지역을 검토하고 있으며, 어떤 지역에 투자해 무역장벽 극복할 수 있을지 세밀한 검토를 해 나갈 예정이다”라면서도 “하지만 투자 관련해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