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산 열연강판 반덤핑 제소를 둘러싼 현대제철과 리롤러사들 간의 공방전으로 철강업계가 참 어지럽다. 포스코는 말이 없다. 이해 당사자들은 만났다하면 대화를 산으로 보내고, 이와 관련 기사들은 연일 쏟아지면서 또 다른 차원의 공방전이 전개되고 있다.
아무튼,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은 철학적인 물음만 계속되고 있는데 기자는 답답하기만 하다. 누가 거짓말을 하는 것도 아니고 누구의 말이 맞다고도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심각한 문제다.
그런데, 여기서 매우 중요한 또 다른 문제가 있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는 경향이다. 철강업계 전체를 제대로 보려고 했는지 의문이다. 다양한 관점에서 논의하는 출발이 아닌 문제의식들이 자기쪽으로 지나치게 쏠려있기 때문이다. 전례없는 위기에 저마다 불행한 이유가 제각각이라 의견 취합이 안 된다. 구면인 사람이 목에 성난 핏줄을 세워 자기 회사를 대변하면, 보신주의로 오해하거나 정을 털어내기도 한다.
과거 가족오락관이란 방송 프로그램 중 ‘고요 속에 외침’ 인기 코너가 있었다. 구성원들이 음악이 흘러나오는 헤드폰을 쓰고 속담 등을 마지막 사람에게 정확하게 전달해야 이기는 게임이다. 그러나 속담은 전혀 엉뚱한 내용으로 잘못 전달된다. 듣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금 철강 업계가 딱 그렇다.
코미디쇼를 더할 건지 서로의 외침을 들을 건지 선택할 때다. 대화 한 번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나. 그런데 대화는 여러 번 해야 해서, 산 하나가 아니라 산맥을 넘는 일과 같다. 상대를 인정하고 차이를 인정하면서 공통점을 찾는 과정이 대화다. 듣고 말하기는 주고받기를 위한 것일 뿐이다.
대화의 물꼬를 누가 틀 것인가? 14일 철강업계 신년인사회가 개최돼 철강업계 각 수장들이 총출동한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포스코홀딩스, 포스코, 현대제철, 세아제강, 세아창원특수강, KG스틸 대장들이 참석한다는데 ‘소주회동’ 열어 허심탄회하게 대화해보는 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