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국내 후판 수요 800만 톤이 무너졌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내수가 급격하게 쪼그라들었던 2020년 이후 4년 만이다. 특히 팬데믹과 같은 세계적 침체기가 아닌 국내 조선업황 개선 시기와 맞물린 상황이기에 충격은 더욱 크다.
앞서 후판업계는 2024년 연간 수요를 예측하며 800만 톤 수성에 어려움이 많다는 설명을 내놓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내 후판 수요는 상고하저의 흐름을 유지했는데, 상반기에 간신히 400만 톤을 넘었다”라며 “하반기 수요 흐름을 예상할 때, 800만 톤 달성은 어려울 것”이라 설명했다.

조선업황 개선에도 주력 선종 변화에 따라 조선용 후판 수요가 감소하고 있으며, 전통적 고수익 시장이 비조선용 업황이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후판업계는 올해 수요가 전년 대비 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며 시황 방어에 더욱 주력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본지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국내 후판 수요는 약 780만 톤으로 전년 대비 7.6% 줄었다. 내수 판매는 약 570만 톤(본지 집계)으로 전년 대비 7.7% 줄었고 수입도 210만 톤으로 7.5% 감소했다.
국내 후판 수요는 2018년 기준 약 860만 톤을 기록했으며 2019년에는 905만 톤에 육박했다. 코로나 시기 760만 톤까지 감소했던 후판 수요는 2021년 805만 톤 ▲2022년 824만 톤 ▲2023년 844만 톤을 나타내며 3년 연속 늘었으나 2024년 급격히 줄어든 상황이다.
최근 국내 철강 시장 내부에선 가장 어려운 상황에 놓인 품목으로 선재와 함께 후판을 꼽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 이커머스를 통해 저가 물량이 쏟아지는 선재와 같이 후판도 저가재 유입 폭증으로 업황이 극히 악화한 상태”라며 “석유화학업종 이후 철강업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데, 이 가운데 후판이 가장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지난해 국내 후판 수요 감소와 더불어 제품 유통가격도 하락을 거듭했다. 국산 후판 유통가격은 2024년 1분기 톤당 100만 원 초중반대의 가격을 형성했으나 ▲2분기 90만 원 후반대 ▲3분기 90만 원 초반대 ▲4분기 80만 원 후반대까지 내려앉았다. 특히 국산 후판 유통가격이 80만 원 후반대를 기록한 것은 3년 반 만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내수 수요 감소와 함께 수입 저가 물량 유입 증가 등의 영향으로 가격이 약세를 거듭했다”라고 전했다.
한편, 후판업계는 올해 국내 후판 수요가 전년 대비 소폭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후판을 넘어 전체 철강 수요 감소가 이뤄질 것”이라며 “조선용 후판 수요가 소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며, 건설 등 전방산업 업황을 고려하면 비조선용 수요 또한 전년 수준을 밑돌 가능성이 크다”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