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향 수출, 전체 철강 수출의 10% 차지
트럼프 행정부 발표, 한국 철강업계에 직접적인 타격

국내 철강업계가 미국 시장에서의 생존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한국 철강업계의 미국 수출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기존 유지되던 쿼터제가 폐기되고 관세를 적용받게 됨에 따라 직접적인 물동량 변화와 가격 조정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국내 철강업계의 미국향 수출 비중은 전체 수출량의 약 10%에 해당하며, 연간 약 270만 톤이 미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2018년 도입된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쿼터제(263만 톤) 합의 이후 미국향 철강 수출은 270만 톤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해당 쿼터제 덕분에 한국 철강업계는 관세 없이 일정량의 철강 제품을 수출할 수 있었으나,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로 인해 쿼터제 폐기와 함께 25%의 관세 부과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판재류와 강관류를 생산하는 제조업계의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미국향 철강 수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품목은 판재류와 강관류로, 각각 절반에 가까운 물량을 기록하고 있다. 

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으로 수출된 판재류는 약 131만 톤, 강관은 108만 톤으로 집계됐다. 특히 판재류와 강관류의 경우 미국 내 철강 가격이 높게 형성된 덕분에 높은 수익성을 보장 받아왔으나, 25%의 관세가 현실화한다면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되어 수출량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미국 행정부는 철강 및 알루미늄 산업 보호를 명목으로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으며, 이에 따라 한국을 비롯한 주요 철강 수출국들은 즉각적인 대응책 마련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라며 “한국 철강업계는 그동안 쿼터제를 통해 관세 면제 혜택을 받아왔으나, 이번 관세 부과로 인해 그동안 유지한 수출 구조에 심각한 변화가 불가피해졌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은 한국 철강업계에 있어 고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핵심 시장이다. 세계 철강 시장과 달리 미국 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이 형성되어 있어, 국내 철강업체들이 미국 시장을 주요 수출 시장으로 삼아왔다. 

일례로 지난해 미국향 국산 판재류 수출가격은 세계 평균 수출가격 대비 20%가량 높은 가격대를 나타냈다. 지난해 5~6월 미국향 수출가격은 평균 수출가격 대비 27% 이상 높은 가격을 형성하기도 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철강재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게 형성돼 있어 놓칠 수 없는 시장”이라며 “그 어떤 시장보다 수익성이 좋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관계자는 “다만 관세로 인해 가격 경쟁력이 약화하면, 미국 내 현지 기업과의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전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표 이후 한국 정부는 미국 측과 협상을 진행하고 피해 우려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은 11일 진행된 간담회에서 “다가오는 고위급 미국 방문 계기에 우리 업계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피력하고, 앞으로도 업계 이익 보호를 위해 미국 정부와 적극적으로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정부는 우리 산업과 수출 영향을 분야별로 철저히 점검하고, 선제적이고 빈틈없이 대응해 나가겠다”라며 “다음 주 ‘수출전략회의’를 개최해 관세 피해 우려기업에 대한 지원과 수출 품목·지역 다변화를 위한 방안들을 논의하겠다”라고 말했다. 

국내 철강업계도 우호적인 수출 환경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이번 발표로 한국 철강 수출에 엄중한 환경이 조성됐다”라며 “발표 내용에 대해 정부와 긴밀히 협의하고 있으며 정부의 대미 협상을 적극 지원하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