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철강은 곧 안보”…변곡점 맞은 철강, 후판 무역규제 본격화

[이슈] “철강은 곧 안보”…변곡점 맞은 철강, 후판 무역규제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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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5.02.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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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이형원 기자 hwlee@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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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후판에 최대 38% 잠정 덤핑방지관세 부과…철강업계 숨통
후판으로는 돈을 벌 수 없어…“적자 폭이라도 줄여야”
中 후판에 잠정덤핑방지관세 부과…한숨 돌리는 철강업계

K-철강을 보호하기 위한 움직임이 시작됐다. 한국 철강산업은 그동안 가드를 내린 채 중국과 일본의 저가 공세에 크게 휘둘렸는데, 상황은 반전되기 시작했다. 

특히 철강 중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후판 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이 나오고 있다. 후판은 열연강판과 철근 등의 철강재처럼 단일 품목으로는 최대 시장을 자랑하는 기초 철강재로 선박과 건설용 사용량이 많은 제품이다. 

20일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위원장 이재형, 이하 무역위)는 제457차 무역위원회를 개최하고 중국산 후판에 대해 잠정 덤핑방지관세 부과 건의를 결정했다. 지난해 7월 현대제철은 중국산 후판에 대해 반덤핑 제소를 신청했으며, 지난해 10월 조사개시가 결정된 바 있다. 

이날 무역위는 중국산 후판에 최대 38%의 잠정 덤핑방지관세가 부과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기존 제시한 덤핑률 25.89%를 크게 뛰어넘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철강금속신문
/AI로 생성한 이미지

이번 조치는 그동안 무방비 상태로 방치됐던 범용 판재류 시장에 변곡점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대형 제조사 관계자는 “철강 무역장벽이 점차 구체화하면서 국내 철강업계가 더욱 안정적인 경쟁 환경을 조성할 수 있게 됐다”라며 “20일 이후 국내 후판 시황은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2020년대, 중국산 후판은 국내 철강 시장에서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며 국내 생산업체에 상당한 가격 압박을 가해 왔다. 이에 따라 무역위는 국내 철강업체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시장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강력한 무역구제 조치를 단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 후판으로는 돈을 벌 수 없어…“적자 폭이라도 줄여야”


후판은 조선·건설·기계 산업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범용 철강재 중 하나로, 최근 시장 상황이 극도로 악화했다. 특히 중국산 후판의 저가 유입이 증가하면서 내수 가격이 폭락하고, 이에 따른 국내 철강업체들의 수익성 악화가 지속돼 왔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산 후판 수입량은 137만9,199톤(중후판 기준)을 기록해 전년 대비 5.3% 증가했으며 지난 2016년 이후 가장 많은 물량을 나타냈다. 2023년 중국산 후판 수입도 약 130만 톤을 기록하며 7년 만에 100만 톤을 웃돌았는데, 2024년 실적은 전년 수준을 소폭 상회하는 모습이다. 

반면 국산 판매량은 매년 뒷걸음질하고 있다. 본지 집계 기준 지난해 국산 후판 판매량은 약 570만 톤으로 코로나 이전 시기인 2019년과 비교해 144만 톤 줄었다. 

물량 증가와 함께 중국산은 낮은 가격으로 국내 시장을 폭격했다. 지난 2023년 1월 기준 당시 국산 후판 유통가격은 톤당 105만 원 안팎을 형성했는데, 중국산 수입원가는 톤당 74만8 천 원에 불과해 국산 가격 대비 28.8% 낮았다. 현대제철의 반덤핑 제소 이후 중국산 수입원가는 점차 오르고 있으나, 여전히 국산 유통가격 대비 낮은 수준이다. 

이에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주요 국내 철강 제조사들은 후판 부문에서 대부분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판 제조사 관계자는 “불공정거래 형태로 유입되는 중국산 저가 물량의 영향으로 국내 유통가격이 무너졌다”라며 “아마 이익을 내는 곳은 없는 것으로 안다”라고 답했다. 

이어 관계자는 “모두 손해를 조금이라도 줄이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을 것”이라며 “중국산 후판의 저가 공세에 대응할 수 있는 보호 조치가 절실한 상황이었다”라고 부연했다. 


◎ 中 후판에 잠정덤핑방지관세 부과…한숨 돌리는 철강업계


무역위가 중국산 후판에 대해 최대 38%의 잠정 덤핑방지관세 부과를 결정하면서 국내 철강업계는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이번 조치는 국내 후판 제조업체들이 적자 폭을 줄이고 안정적인 후판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20일 발표된 잠정 덤핑방지관세는 최저 27.91%에서 최대 38.02% 수준이다. 중국 바오스틸과 관계사가 27.91%의 예비 덤핑률을 책정받았으며 ▲장수사강 29.62% ▲샹탄스틸 38.02% ▲사이노 인터내셔널 38.02% ▲샤먼 아이티지 38.02% ▲그 밖의 공급자에는 31.69%가 적용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덤핑방지관세가 부과되면서 중국산 후판의 국내 유입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라며 “국내 후판 시장의 유통가격이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월 국내 시장에서 유통되는 중국산 후판 유통가격은 톤당 70만 원대 중후반에 형성돼 있다. 이번 덤핑방지관세가 적용된 이후 단순 계산으로 중국산 후판 가격은 톤당 100만 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산 후판 정품의 유통가격은 톤당 90만 원 초반 수준이다.

반면 수입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수입업계 관계자는 “당장 국내로 들어오는 물량에 대해 덤핑방지관세 소급 적용 여부 등 부담이 큰 상황”이라며 “수입업계와 최종 사용자의 입장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예비판정 이후 무역위는 본조사를 거쳐 최대 7개월 이내에 최종 덤핑방지관세 부과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철강업계는 최종판정에서도 덤핑방지관세가 확정될 경우, 국내 후판 시장이 안정화되고 시장 생태계가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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