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상 최악의 불황을 맞이했던 국내 철강금속업계와 뿌리산업계는 올해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라는 ‘3고(高)’가 지속되면서 건설업은 물론 주력산업의 불황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올해에는 미국의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보호무역을 본격화하고 있어 지난해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 되었던 수출마저 둔화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불황이 지속되었으나 최근 철강금속업계와 뿌리업계의 위기의식은 전례 없이 높은 상황이다. 가뜩이나 내수 부진으로 수요가 감소한 마당에 중국의 밀어내기 수출이 지속되면서 국내 업체들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취재 중 만난 대다수 철강 제조업체와 뿌리업계 관계자들은 물론 유통업계 인사들 또한 중국산 수입재가 국내 관급시장까지 장악하면서 국내 제조업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가장 큰 이유는 대내외 악재에 따른 수요 둔화이지만 국내 수요가들이 원가 절감을 위해 값싼 중국산 소재부품을 우선 채택하는 것도 철강업계와 뿌리업계의 경영난을 부추기고 있다. 문제는 수요가들의 저가 소재부품 채택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만난 한 특수강 유통업체 관계자는 기자에게 “특수강은 물론 국내 철강재, 뿌리산업을 포함한 소재부품업계 전체가 위기를 맞고 있다. 수요업계가 국내산 소재를 강제하는 자동차 부문을 제외하면 일반기계와 중장비, 건설 부문은 중국산 수입재가 이미 시장을 잠식한 상황이다. 그리고 최근 조선업 경기가 호조를 보이고 있으나 국내 철강업계와 뿌리업계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조선업계가 후판 외에 다른 기자재에 대해서도 중국산 소재를 승인하면서 중국산 수입재의 시장 잠식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뿌리기업 관계자는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대기업들이 국내 중소기업과 협력하기 보다는 눈앞의 이익에 급급하여 값싼 수입 부품을 우선 채택하고 있다. 현 상황이 지속되면 국내 뿌리기업의 절반 이상이 5년 내로 도산할 수도 있다. 제조업 기반은 한 번 무너지면 되돌리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기업들이 모두 각자도생을 하다 보니 사태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철강업계와 뿌리업계의 여러 인사들이 지적했다시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일부 분야만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 생태계가 고르게 성장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 국내 산업계는 각자도생 방식으로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한 것이 현실이다.
현재의 위기는 특정 부문의 성장만으로는 결코 극복할 수 없다. 진정한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철강업계와 뿌리업계를 포함한 소재부품기업들과 완제품기업들은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도 기업 간 협력이 강화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대폭 확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