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이전 계획 백지화, “상가 개발 새로운 방향 모색”
경제 불황 속, 상인들 '버티기'와 ‘폐업 준비’
지난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청계천과 원효로에 소재한 철강 유통·가공 업체들이 1984년 중반에 금천구로 이전을 시작해 시흥 3동 석수역 부근에 중앙철재종합상가가 조성되었다. 40여 년이 흐른 현재의 모습을 알아보기 위해 시흥동에 방문했다.

시흥 중앙철재종합상가는 서울 인근 지역 철강유통가공단지의 상징이었다. 수원·안양·안산·인천 등 공업지대와 인접한 시흥동은 산업 유통시설에 입지에 매우 적합한 지역이었다. 1987년 시흥대로를 중심으로 '시흥산업용재유통센터', '중앙철재종합상가' 등이 형성되면서 서울 서남부 상공업 중심지로 발달해 왔다.
중앙철재종합상가는 대한민국 철강유통 업계의 메카로 23개동, 500여 개사가 입주해 있다. 한창 활발했을 시기를 지나 현재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따듯한 봄 날씨임에도 삭막함이 느껴졌고 차가운 기계 소리와 소수의 상공인들만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오랜 시간 철강유통단지로 자리한 상가는 2021년 4월 입주민 합의에 따라 ‘석수역세권 지구 단지계획 구역 내 상가개발계획’에 따라 경기도 화성으로의 이전사업이 추진되고 있었다.
중앙철재종합상가 정비사업 시행사로 선정된 엠제이와이홀딩스는 2022년 6월 ‘시장정비 사업’을 신청하며 사업에 착수했다. 8월엔 조직개편으로 금천구청 서남권 개발팀이 신설돼 이전 작업이 신속히 진행될 것으로 기대됐다.
그로부터 약 3년 후, 이전 계획에 큰 변화가 있었다. 시행사 한 관계자에 따르면, 화성시 이전은 백지화됐으며 임차인의 의견을 반영해 개발지 내에서 다른 방안을 논의 중이며 올해 안에 가시화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현재 부지에 주거지와 상업지가 함께 개발될 예정으로 폐업이나 업종 전환을 고려하는 업체들이 많아 임차인을 위한 방안이 마련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2023년 11월, 상가 15·16동 화재 발생으로 금속재료 점포 일부가 소실됐고 현재는 복구가 이뤄졌으며 문을 닫은 업체들도 있었지만 상가 내 업체들은 대부분 정상 영업을 하고 있다.
업체 상인들에 개발 진행 상황을 묻자 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한 상인은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티다 폐업을 준비하려 한다”라며 “그 시기가 아직 한참 후로 예상한다”라고 씁쓸한 웃음으로 답했다. 업계 상황을 묻는 질문에는 이곳에서 35년간 가공업체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건설 경기 악화와 경제가 좋지 않아 대부분의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라며 “철거가 될 때까지 버틸 예정이다”라고 계획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