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고려아연-SMH-영풍 순환고리 통한 상호주 형성으로 영풍 의결권 제한
이사 수 19인 상한 제안 가결 및 추천인 5인 전원 이사 선임 성공
이외 고려아연 측 안건 대부분 가결…양 측에 상당한 리스크 예고돼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이 제 51기 고려아연 정기주총에서 영풍.MBK의 이사회 장악을 저지하며 승리를 거뒀다. 이날 고려아연은 지난 임시주총때와 마찬가지로 순환출자 고리 형성을 통해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했다.
28일 오전 11시 30분경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 호텔에서 제 51기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가 개최됐다. 예정시간보다 약 2시간30분이 지연된 가운데,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이 정기주총 의장직을 맡아 총회를 진행했다.
앞서 고려아연은 자회사 선메탈홀딩스(SMH)의 영풍 주식 10.3% 취득을 통해 영풍-고려아연-SMH-영풍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 영풍 의결권 제한에 나섰다. 이에 영풍측은 법원에 고려아연 정기주총 영풍 의결권 행사 허용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고, 법원은 정기주총을 하루앞둔 27일 영풍측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이에 더해 고려아연 주식 약 4.51%를 보유하며, 캐스팅보트로서 평가받던 국민연금이 고려아연측 주요 의안인 이사수 19인 상한 제한에 찬성하며, 영풍측의 패색이 짙어졌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영풍은 27일 열린 영풍 정기주총을 통해 0.04%에 이르는 신주를 발행해 SMH의 의결권을 10% 미만으로 낮췄다. 상법상 상호주에 따른 의결권 제한이 이뤄지려면 10%이상의 상호주를 보유해야 한다.
그러자 고려아연 측 SMH는 주총당일인 28일, 영풍 주주인 KZ정밀(과거 영풍정밀)로부터 영풍 주식 약 1,300주를 넘겨 받아 다시 영풍 지분을 10%이상으로 끌어올리며 합법적인 상호주 제한 구조를 형성했다. 그 결과 영풍 지분 25.4%에 달하는 의결권이 제한되며 기존 41%대 34%로 영풍.MBK가 우세를 보였던 의결권의 우열 관계가 역전됐다.
고려아연 측은 "SMH가 영풍 주식 10%를 KZ정밀을 통해 회복됨에 따라 영풍 의결권 25.4%를 제한하다"며 "당초 주총 개최 예정 시간이었던 오전9시 이전에 SMH 영풍 주식 매수가 발생했으므로 의결권 제한은 적법하다"고 설명했다.
영풍측은 “적절한 논의가 완료되기 전까지 의결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영풍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감사보고, 영업보고 등의 보고를 마치고 본격적인 의결이 진행됐다.
이날 고려아연은 주요 안건인 2-1호 이사 수 19인 상한 의안을 가결시켰다. 구체적으로 2호 안건인 정관 일부 변경의 안 중 ▲이사 수 19인 상한의 건을 포함해 ▲사외이사 이사회 의장 선임을 위한 정관 변경의 건 ▲ 배당기준일 변경을 위한 정관 변경의 건 ▲분기배당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의 건 등 4개 의안이 총 발행주식 3분 1이상, 참석 주식 3분의 2이상의 동의를 확보하며 가결됐다. 25.4%에 달하는 영풍 의결권 제한에 따른 당연한 결과였다.
2-5호 의안인 ▲분리 선출 가능한 감사위원 수 설정 관련 정관 변경의 건은 부결됐다. 이사 수 상한 제안 안건이 가결됨에 따라 제 4호 안건인 ▲이사 수 상한이 없음을 전제로 한 집중투표에 의한 12인 또는 17인 이사 선임의 건은 자동 폐기됐다.
이사회 상한 제안에 성공한 고려아연은 의결권 우세를 바탕으로 3호 안건인 이사 8인 선임의 건에서도 압도적인 우위를 점했다. 해당 안건 표결에는 지난 임시주총 결의사항이었던 집중투표제 방식이 적용돼 후보 전원 중 최다득표를 얻은 8인이 이사회 일원으로 선임됐다.
고려아연 측에서는 추천 5인인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 ▲권순범 변호사, ▲김보영 한양대 교수, ▲제임스 앤드류 머피 전 퀸즐랜드 주 총리 비서실장 ▲정다미 명지대 교수 전원이 이사회 일원으로 선임됐다.
반면 영풍.MBK측은 17인의 추천인 중 ▲권광석 전 우리은행 은행장, ▲강성두 영풍 사장 ▲김광일 MBK부회장 단 3명만을 고려아연 이사회로 진입시키며 고배를 마셨다. 이로써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 구성은 고려아연 측 11명 대 영풍.MBK측 4명(장형진 영풍 고문 포함)의 구도로 재편됐다.
이후 진행된 5호 안건인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의 건도 고려아연측의 의결권 우위로 별탈없이 가결됐다. 찬반 형식으로 진행된 이 안건의 가결로 ▲권순범 고려아연 사외이사 겸 변호사와 ▲이민호 포스코 사외이사 2인이 감사위원으로 선임됐다.
이외에도 자동 폐기된 3호 안건을 제외한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100억원)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의 건(서대원) ▲제51기 연결 및 별도 재무제표 등 안건이 원안대로 상정 및 가결됐다.
고려아연이 이번에도 순환출자 카드를 통해 영풍.MBK의 이사회 진입을 저지시키며, 영풍.MBK는 후일을 도모할 수 밖에 없게 됐다. 특히 영풍과 MBK가 각각 석포조련소 폐지 논의, 홈플러스 사태 책임론이라는 중대 리스크를 겪고 있는 만큼, 영풍.MBK측에게 이번 정기주총 결과는 상당히 치명적일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역시 현재 순환출자 형성 행위에 따른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는 상태다. 때문에 이번 재차 순환출자 형성 결정에 따른 법적 리스크가 뒤따를 것으로 관측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