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중국, 철강 탈세 수출 정조준…열연 등 철강 수입재값 ‘출렁’ 예고

[이슈] 중국, 철강 탈세 수출 정조준…열연 등 철강 수입재값 ‘출렁’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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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5.03.31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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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이형원 기자 hwlee@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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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철강 수출 투명화 조치… 위장 수출·세금 환급 악용 막는다
“반덤핑 조사 의식한 방어적 메시지?…수입재 시장 위축 불가피”
수출 질서 정비 나선 중국, 철강 수입재 흐름 재편 예고

중국 정부가 철강 제품을 중심으로 한 ‘매입세액 탈세 수출’을 정조준하며 고강도 규제에 착수한 가운데 국내 시장에서 불공정 거래 형태의 저가 중국산 수입재의 영향력은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중국 정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25일 중국 국가세무총국, 재정부, 상무부, 세관총서,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 등 5개 부처는 공동으로 ‘국내 세금이 부과되는 물품의 수출 최적화 서비스 및 관리 규범에 관한 공고’(이하 '공고')를 발표했다. 

이번 공고는 형식적인 수출과 가공된 세무 기록을 활용해 세금 환급을 노리는 이른바 ‘매입세액 수출’ 구조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철강산업을 핵심 타깃으로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中, 철강 수출 투명화 조치… 위장 수출·세금 환급 악용 막는다


중국 정부가 발표한 이번 공고의 핵심 목적은 저가 철강 제품을 이용해 실제 거래 없이도 증치세 환급을 받는 매입세액 탈세 수출을 근절하는 것에 있다. 

산업계 관계자는 “철강은 과거부터 이와 같은 탈세 수출 구조에서 가장 자주 활용된 품목”이라며, “최근 한국 정부를 비롯해 세계 각국이 중국산 열연강판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착수한 가운데 발표된 이번 공고는 사실상 국제사회와의 무역 갈등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중국의 방어적 조치로 해석된다”라고 설명했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철강 제품을 활용한 탈세 수출 구조는 크게 세 가지 방식으로 운영돼 왔다.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먼저 수출 환급 제도가 바뀌며 수출업자는 실제로 물품을 수출하지 않고도 증치세 계산서를 하류 사용자에게 발급해 세액 공제를 가능케 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즉, 물품은 움직이지 않고 ‘세금만 파는 수출’이 가능해진 것이다. 

또한 수출업체가 무역회사를 설립하고 단기간에 탈세 목적의 거래를 마친 뒤 법인을 곧바로 해산하는 식으로 세무 당국의 추적을 회피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철강업계에서는 이른바 중국의 ‘마이단(買單) 수출’ 문제가 골칫거리로 자리 잡기도 했다. 마이단 수출은 통관 서류를 위조하거나 타인의 서류를 구매해 실제 거래 없이 수출이 이뤄진 것처럼 꾸미는 방식으로, 허위 증세 환급이나 외화 도피 등의 수단으로 악용돼 왔다. 중국산 철강재, 특히 열연강판이 이러한 비정상적인 구조에 자주 활용되면서, 국내 시장에 저가 물량이 유입되는 주요 경로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이번 공고는 이러한 구조적 허점을 막기 위해 세무 등록과 기업 해산 과정에서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 

발표된 공고에 따르면 제4조는 수출업자가 세관에 수출 신고를 하기 전, 반드시 전자 세무국 또는 세무 서비스센터를 통해 세무 등록 정보를 확인해야 하며, 해산 상태나 비정상적인 기업에 대해서는 관련 세무 절차를 마치기 전까지 수출을 금지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또한 제5조에서는 수출업체가 당국에 법인 해산을 신청하기 전, 세무 해산 신청과 함께 세금 정산 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규정해 탈세 후 법인을 해산하는 행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이 외에도 수출 위·수탁 구조에 대한 관리도 대폭 강화됐다. 위탁자가 먼저 세무서로부터 위탁 수출 증명서를 발급받고, 이를 수탁자에게 전달해 다시 대리 수출 증명서를 신청해야 하는 등 세무 책임을 분산·추적 가능하게 만드는 장치가 추가됐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통상 탈세 수단으로 활용되던 ‘페이퍼컴퍼니+위탁 수출’ 방식은 상당 부분 힘을 잃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 수출 질서 정비 나선 중국, 철강 수입재 흐름 재편 예고


철강업계는 중국 정부의 이번 조치가 단순한 행정 규제가 아닌, 철강 수출 전반에 실질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중국은 철강 수출에 대한 비판과 무역 규제를 줄이기 위해, 이번 공고를 통해 스스로 수출 구조를 정비하고 있다는 점을 대외적으로 부각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한국은 중국산 후판에 대해 최대 38%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예비판정을 내리기도 했으며, 현재 중국산과 일본산 열연강판에 대해 반덤핑 조사를 진행 중이다. 중국 관점에서 수출 이미지 개선과 국제 사회의 신뢰 회복이 절실한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는 3월 4일 공고를 통해 중국산과 일본산 열연강판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현대제철의 반덤핑 제소를 계기로 시작된 이번 조사에서, 정부는 중국과 일본 철강업체들의 불공정 거래 여부를 집중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이 철강 수출의 투명성과 합법성을 강조하며 탈세 구조를 정비하고 나선 것은, 한국의 조치에 대한 방어적 메시지를 담은 선제 대응으로 풀이된다. 특히 중국 정부의 세무 절차 정비는 자국 철강 수출의 정당성을 국제사회에 강조하려는 시도로 비친다.

앞서 3월 29일 중국 상무부장 왕원타오는 서울에서 열린 한중 산업장관 회의에서 한국의 중국산 철강재에 대한 규제 조치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아울러 이번 조치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확산 중인 대(對)중국 철강 견제 움직임에 대한 대응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중국산 철강에 고율의 반덤핑·상계관세를 부과해 왔으며, 유럽연합(EU) 또한 철강제품에 대해 지속적인 세이프가드와 반덤핑 조치를 유지하고 있다. 인도, 브라질, 터키 등 주요 신흥국들 역시 자국 시장 보호를 위해 중국산 철강에 대한 조사와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국제무역 분쟁을 선제적으로 관리하고, 중국산 철강의 신뢰도를 회복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라며 “과거와 같은 고압적 수출이 아닌, 제도 기반의 ‘관리된 수출’을 통해 글로벌 무역환경에 적응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라고 평가했다.

이에 철강업계는 중국 정부의 이번 조치로 인해 국내 수입재 흐름이 바뀔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내 시장에서 중국산 열연강판에 대한 반덤핑 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통관 지연, 세무 인증 절차 강화, 허위 수출 차단 등으로 인해 중국산 열연강판의 가격 경쟁력과 공급 유연성이 약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국내 무역규제와 더불어 중국 자체적인 제도 개선으로 인해 중국산 저가 물량이 줄어들 수 있으며 수입재 가격도 오를 수 있다”라며 “수입재 시장 위축이 예상된다”라고 전했다. 

철강업계는 수입재 유입 감소에 따른 국내 유통가격 상승과 대체 수입선 전환도 단기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동남아산 열연강판이나 인도산 제품에 대한 관심이 증가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일부 가공 수출 형태로 우회 수입이 증가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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