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도 공구강·초대형 코일·30CrMo 합금강 등 제외 요청 기각
후판 조사와 동일한 ‘우회 가능성’ 논리 적용
일본·중국산 열연강판 반덤핑 예비판정에서 수입업계가 ‘국내 생산 불가’를 이유로 부과 제외를 요청한 특수규격 제품들이 잇따라 관세 적용 대상에 포함됐다. 무역위원회(이하 무역위)는 “성분 조정·폭 절단 등으로 국내 생산 및 대체가 가능하다”라며 특히 우회 수입 차단 필요성을 핵심 근거로 제시했다.
무역위 예비조사보고서와 예비판정 의결서에 따르면, 일본 다이도특수강이 수출하는 ‘다이도 공구강’ 17개 품목, 폭 2,001㎜ 이상 초대형 열연 코일, 중국산 30CrMo 합금강 등은 모두 수입 측이 “국내 생산이 불가능한 규격”이라며 부과 제외를 요청했다.
수요기업과 공급자는 “국내 제강사들이 해당 설비나 생산 라인을 보유하지 않아, 실제 대체 생산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초대형 열연 코일은 대구경 강관 제조나 조선용 소재에 필수적이라며, 제외 불가 시 가격 급등을 우려했다.

반면 국내 생산자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모두 “규격은 다르지만 성분 조정이나 폭 절단 등을 통해 해당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무역위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보고서에는 “폭 2,001㎜ 이상 제품은 단순 폭 절단으로 범용 규격으로 전환 가능하며, 이를 통한 관세 회피 가능성이 높다”는 문구가 명시됐다.
또한 30CrMo 합금강의 경우, 무역위는 국내에서도 같은 계열의 강종인 SCM430을 이미 생산하고 있고, 합금 비율을 조정하면 30CrMo의 요구 성능에 맞게 제조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시 말해, 지금은 30CrMo라는 이름으로 상업 생산을 하지 않더라도 기술적으로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는 의미다.
다이도 공구강 17개 품목 역시 마찬가지다. 국내 생산 실적은 없지만, 용도와 성질이 비슷한 대체재 생산이 가능하다고 보고, 특히 이 품목을 부과 제외할 경우 관세 회피를 목적으로 규격만 살짝 바꾼 ‘우회 수입’ 경로가 열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이 때문에 무역위는 두 품목 모두 부과 제외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비슷한 논쟁은 현재 진행 중인 중국산 후판 반덤핑 조사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후판 수요업계는 고장력강, 100㎜ 이상 특후판 등 고부가가치 후판 제품에 대해 “국내에서 상업 생산이 불가능하다”며 예외 적용을 요청했다.
반면 국내 생산자들은 대체 생산 가능성이나 향후 생산 계획을 내세우며 강하게 반대했고, 무역위도 본조사 과정에서 이 부분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이번 열연 예비판정은 후판 조사에서 나타난 것과 동일하게 ‘우회 가능성’을 예외 불허의 핵심 근거로 삼았다. 업계에서는 “두 조사에서 같은 기조가 확인됐다”며, 향후 특수규격 제품의 예외 인정 가능성이 더욱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특수규격이라고 해서 관세 부과를 피할 수 있는 시대는 끝나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수규격이나 소량 수요 제품은 그동안 ‘국내 생산 불가’나 경제성 부족을 이유로 예외가 인정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면서도 “이번처럼 대체 가능성을 폭넓게 인정한 결정은 흔치 않으며 사실상 향후 조사에서 판례처럼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