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습적인 폭우에 다시 기후변화를 생각하다

기습적인 폭우에 다시 기후변화를 생각하다

  • 철강
  • 승인 2025.08.18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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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에스앤엠미디어 snm@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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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3일 새벽부터 시작된 수도권 극한 집중호우로 서울, 경기, 인천 지역이 극심한 재난 피해를 입었다. 인천 옹진에서 시간당 최고 149.2㎜, 경기 북부와 서울 도봉구 등지에서는 하루 누적 200㎜ 이상 ‘물폭탄’이 쏟아지며 전국적으로 대규모 인명·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최근 닷새 간 전국적으로 14명이 숨지고 12명이 실종됐으며 1만2,921명이 긴급 대피했다. 수도권만으로도 사망자 3명이 발생했고, 서울시에서는 338명의 대피자가 발생했다. 서울 전역에서는 반지하 침수와 저지대 상가 침수 등 62건 이상의 피해가 접수됐다. 계단과 하수구를 통해 폭포처럼 물이 쏟아져 들어오는 모습이 각종 매체를 통해 생생히 전해졌다.

고양, 의정부, 양주를 비롯한 수도권 여러 곳에서 하천과 도로, 주택 침수로 시민 수십 명 이상이 고립됐다가 구조됐다. 특히 하천 범람과 도심 도로 침수가 빈발해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했다. 14일 새벽까지도 긴급 재난문자가 연이어 보내지기도 했다.

이와 같은 갑작스런 기상 이변은 기후변화에서 유래한다고 볼 것인데, 세계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인 기후변화는 한국도 결코 예외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기상청이 2020년 작성한 ‘한국기후변화평가보고서’를 보면 한반도의 집중호우 빈도와 강도는 1990년대 중반 이후 확연히 늘고 있다. 특히 2014년 이후 단기간 강우 강도가 증가해 중소 하천에서 홍수 발생 가능성이 실질적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기상과학원도 2020년 발표 보고서에서 ‘극한 강수’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폭우를 보고 있자니 3년 전 한반도를 덮친 태풍 힌남노 피해가 떠올랐다. 특히 이 태풍은 최근 20년 내 역대 최대 강우량을 쏟아내며 포항 지역에 유독 큰 피해를 입혔다. 총 36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사유재산을 포함한 물적 피해는 공식 집계액으로만 1조 2천억 원에 달했다. 기업체가 받은 피해도 국가재난안전관리시스템(NDMS) 기준 1조 348억 원이었으며, 영업 손실 등 간접 피해까지 포함하면 피해액은 5조 원에 달했다.

포항은 타 지역보다 비교적 비가 적게 내리는 건조한 지역이었지만 태풍 힌남노로 인한 집중호우는 포항의 오천읍, 인덕동, 청림동을 지나 바다로 흐르는 냉천을 범람하게 했다. 그 결과 포항시민들의 피해는 물론 포항제철소가 침수되어 가동을 멈추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당시 새벽부터 내린 비는 오전 6시에 101㎜를 기록하고 주변에 있는 오어지 저수지는 2시간 만에 저수율 99.9%를 기록할 정도였다고 한다.

이번 수도권 집중호우도 피해는 막심하다. 새로운 정부 들어 사전 예방점검을 매우 강조했지만 정작 천재(天災)를 피할 수는 없었다. 당장은 피해 복구에 집중해야겠지만 앞으로는 배수관로를 정비하고 차수벽을 세우는 등의 사전 예방을 포함하여 근본적으로 기후 위기를 극복할 중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기후 정책을 중심으로 에너지와 산업 전환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하며 산업계의 탈탄소화를 위한 규제와 지원 정책이 병행되어야 한다. 나아가 전력믹스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에너지 전환 정책이 속도감 있게 추진하여 산업현장이나 일상생활에서 직간접적인 탄소 배출을 회피해야 한다.

‘2050년 탄소중립’은 전 세계적인 과제이고, 모든 산업계의 구조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기후변화의 위기는 아주 작아 보일 수 있지만, 이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대한민국 산업과 경제의 경쟁력을 담보할 수 있는 기본 전제조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인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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