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 배출권 강화 직격탄…“지원·유예 없인 생존 불가”

철강업계, 배출권 강화 직격탄…“지원·유예 없인 생존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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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5.09.29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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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이형원 기자 hwlee@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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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앞서고 보호 없는 현실…철강업계 “준비기간 달라”

제4차 탄소배출권 거래제 강화안을 둘러싸고 철강업계가 강한 위기감을 드러내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선형 감축안은 매년 동일한 비율로 할당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내수 침체와 수입재 공세 속에서 이미 체력이 약화한 철강산업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는 “감축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철강업계가 특히 우려하는 대목은 비용 부담의 급격한 가중이다. 전력 다소비 구조상 전기요금 인상만으로도 손익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배출권 가격은 이미 톤당 1만 원대를 형성하고 있다. 

여기에 유상할당 비율이 급격히 확대되면 배출권 가격은 수만 원대로 치솟을 가능성이 크다. 유럽은 CBAM(탄소국경조정제도)과 세이프가드로 역내 기업을 방어하지만, 한국은 방패 없는 맨몸으로 규제만 맞고 있다는 불만이 업계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 산업 보호 없는 감축…철강업계 직격탄


환경부가 제시한 선형 감축 방식은 매년 동일한 비율로 할당량을 줄이는 구조다. 그러나 철강업계는 이미 내수 부진과 저가 수입재 공세로 수익성이 크게 위축돼 있다. 여기에 전력 다소비 구조상 전기요금 인상은 직접적인 비용 압박으로 이어지고, 배출권 가격까지 치솟으면 감당이 어렵다는 목소리다.

산업계에 따르면 실제 배출권 가격은 빠르게 오르고 있다. 국내 배출권 거래소 시세는 2025년 9월 톤당 1만~1만1,000원 수준으로, 올해 2월 이후 9,600원~1만1,000원 사이에서 등락을 보였다. 
 

제4차 탄소배출권 거래제 강화안을 둘러싸고 철강업계가 강한 위기감을 드러내고 있다.
제4차 탄소배출권 거래제 강화안을 둘러싸고 철강업계가 강한 위기감을 드러내고 있다.

반면 환경부와 업계 전망에 따르면 4차 거래제 시행 이후(2026년~)에는 최소 3만~4만 원대로 급등할 수 있으며, 정부 목표대로라면 2030년엔 4만~6.1만 원까지 오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배출권이 톤당 4만 원대에 진입하면 제선·제강 과정에서 발생하는 배출비용만으로도 막대한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해외 주요국과 비교해도 한국의 속도는 더 빠르다. 유럽은 2032년까지 유상할당 100%를 목표로 하지만, 한국은 2030년까지 전 부문 유상할당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는 “EU CBAM보다 2년 빠른 일정으로 국내 기업에 더 가혹하다”고 지적한다.


◇ 전환 여건 부족…“지원 없는 감축은 불가능”


철강업계는 탄소저감 설비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엔 동의하지만, 현실적 여건이 뒷받침되지 않는다고 호소하고 있다. 설비 투자에는 수조 원대 비용이 필요하고, 저감 강재는 원가가 높아 ‘그린 프리미엄’을 감당할 고객 기반이 없다. 결국 현재 조건에서 선택할 수 있는 현실적 수단은 배출권 구매나 감산뿐이다.

배출권 시장 규모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국내 배출권 거래량은 제도 도입 1년 차인 2015년 566만 톤에서 2023년 6,054만 톤까지 늘었다. 최근 8~9월 일일 거래량은 수백~수천 톤 수준에서 꾸준히 형성돼, 거래제 활성화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철강산업은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에서 직격탄을 맞는 업종이다. 2022년 기준 한국 철강산업은 연간 6,800만 톤 수준의 조강을 생산하며, 이에 따른 배출량만 수천만 톤 규모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실질적인 저감 수단이 아직 없는 상황에서 배출권 할당 축소와 유상 비율 확대는 산업 붕괴로 직결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해외는 지원책이 뚜렷하다. 일본은 철강사의 저감 설비 투자비를 직접 보조하고, 저감 강재 적용 제품에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유럽은 ‘혁신기금’을 통해 설비 전환 비용을 지원한다. 그러나 한국은 기업 자구책에만 의존하는 구조다.

이에 철강업계는 배출권 강화 유예를 요구하면서, 제도적 기반 마련이 먼저라고 강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탄소중립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지만, 지금처럼 준비 없는 감축은 산업 기반을 해체하는 지름길”이라며 “총량 감축과 유상 확대만으로는 기업 생존을 담보할 수 없는 만큼, 최소한의 시간과 제도적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배출권 거래제 4차 계획은 2026년부터 2035년까지 10년간 시행되며, 유상할당 비율은 2026년 20%에서 시작해 2030년 100%로 확대되는 시나리오가 검토 중이다. 완충 역할을 하는 예비분 역시 현행 1,400만 톤에서 1억 1,300만 톤으로 대폭 확대될 예정이다.

한편 정부는 산업계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9월 26일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2035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대국민 공개 논의 토론회(산업분야)’를 개최했다. 이날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철강업계의 탄소저감 과제와 국가적 지원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김 장관은 “대한민국이 2018년 기준 약 7억3천만 톤의 탄소를 배출했는데, 이 중 산업 부문이 40%를 차지한다”며 “철강은 전체의 약 15%를 차지하는 만큼 핵심 감축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문재인 정부 당시 추진된 수소환원제철 R&D가 정권 교체 이후 100만 톤 규모에서 30만 톤으로 축소되고 일정도 3년 늦춰졌다”며 “만약 계획대로 갔다면 이미 실증 단계에 들어섰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속도를 내야 하며, 기업에만 책임을 지울 수 없고 국가가 분담해야 할 몫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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