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용역은 제련소 이전 전제 아닌 종합대책 마련 목적
경북도, “주민·기업 의견 반영해 일방적 이전은 없을 것”
영풍, “환경 개선 투자를 통해 대기·수질·토양 전반 개선 진행 중”

경상북도와 봉화군을 비롯한 지역 당국이 영풍 석포제련소 이전 여부를 논의하는 연구용역에 착수했다. 지난 7월 30일, 경북도는 '석포제련소 이전 타당성 조사 및 종합대책 수립 용역' 착수보고회를 열고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 용역은 1년 동안 진행되며, 제련소 이전의 타당성, 비용 추산, 후보지 발굴, 환경오염 예방 대책 등을 포함한 종합적인 대책을 수립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경북도는 연구에 1억 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 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이 촉구되자, 경북도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TF를 꾸려 제련소 이전의 필요성을 논의했다. 이 TF는 제련소 이전을 검토하기 위한 연구용역의 필요성을 제기했고, 이를 바탕으로 이번 연구용역이 진행된다.
연구용역에서는 제련소 이전이 가능한지에 대한 타당성 검토와 함께, 이전에 따른 비용 추산, 가능한 후보지 발굴 및 입지 분석, 환경오염 예방 대책 마련 등이 다뤄질 예정이다. 연구 결과는 내년 7월까지 완료될 예정이며 이후 종합대책이 수립될 계획이다. 그러나 현재 연구용역은 막 시작된 단계로, 구체적인 진행 사항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김성환 신임 환경부 장관은 제련소를 방문해 현장을 점검하고, 이전 필요성에 대한 시사적인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낙동강 수계 주요 시설을 점검하기에 앞서 제련소를 첫 방문지로 선택하고, 제련소 내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야적장 등을 포함한 여러 현장을 점검했다. 이에 따라 향후 환경부 차원의 논의가 활발히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경북도는 연구용역을 통해 석포제련소 이전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향후 용역 결과에 따라 이전 등의 방향이 정해지겠지만, 강제로 추진할 수는 없으며 일방적인 결정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경북도는 영풍과도 연구용역과 관련해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영풍 관계자는 "용역은 제련소 이전을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며 제련소의 전반적인 문제를 다룰 뿐 이전에 대한 논의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 차원의 TF 구성을 촉구하며 여당 내 특별기구 구성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임미애 의원실은 현재 특별한 계획과 추가적인 진행 사항은 없으며 여전히 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한편, 영풍 석포제련소 이전 논의가 확산되자 경북 봉화군 석포면과 강원 태백시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며 결의대회를 열었다. 석포면 주민 500여 명과 태백시 현안대책위 등은 25일 석포면에서 제련소 이전 반대 집회를 진행했다. 주민들은 제련소가 50여 년간 지역경제의 중심 역할을 해왔다며, 이전이 사실상 폐쇄로 이어질 경우 생계와 공동체가 위협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무방류 시스템, 대기·수질 개선 설비 등 환경 투자가 지속돼 왔다고 강조하며 이전 논의가 정치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정부와 지자체가 주민 의견을 배제할 경우 대응을 강화하겠다고 경고하고 경상북도에는 전담팀 해체와 생존권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영풍 석포제련소는 1970년 설립 이후 반세기 넘게 봉화군과 태백시 등 지역의 고용과 경제를 이끌어온 대표적 산업시설이다. 과거 환경오염 문제가 반복적으로 제기되었으나, 최근 수년간 환경 개선 투자가 이어지면서 대기, 수질, 토양 전반에서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일부 환경단체와 정치권, 행정당국은 여전히 이전 또는 폐쇄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어, 지역 사회에서는 생존권 위협과 경제적 타격을 이유로 반발이 확산되는 상황이다.
석포제련소 이전 논의는 환경부, 지자체, 정치권, 기업, 그리고 지역 주민이 얽힌 복합적인 사안으로 단순히 어느 쪽의 요구만으로 결정되기 어려운 문제다. 환경 개선과 지역 경제, 주민 생존권이 충돌하는 시점에서 이번 연구용역 결과와 정치적 논의가 향후 제련소의 안정적 운영 방안을 결정지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