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천하에 드러난 폐자원 시장의 '불합리성'

만 천하에 드러난 폐자원 시장의 '불합리성'

  • 철강
  • 승인 2025.10.27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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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김정환 기자 jhkim@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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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자원 수출을 제한하자는 건 결국 부당이득을 얻자고 하는 것 같다"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제2차 핵심규제 합리화 전략회의'가 지난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렸다. 이번 회의에서는 바이오·에너지·문화 산업의 성장을 막고 있는 핵심규제에 대한 참석자들의 토의가 이뤄졌다. 앞선 1차 회의에서는 인공지능(AI) 데이터, 자율주행, 로봇산업의 핵심규제를 다룬 바 있다.

에너지 분야에서 폐자원을 활용한 순환 경제 활성화 방안 등이 활발히 논의된 가운데 특히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의 발언이 주목을 받았다. 이날 재자원화 업계 대표로 참석한 그는 폐기물의 국가 간 이동을 규제하는 바젤협약이 현재 국내에서 매우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다면서 △폐자원의 수입 절차 간소화 △폐자원 수입 시 기본 관세율 0% 조정 △국내 폐자원에 대한 수출제한 등의 제도적 마련을 건의했다.

가장 뜨거웠던 논쟁은 역시나 국내 폐자원의 수출제한이었다. 박 대표는 "국제적으로 폐자원 수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국내 기업들이 자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타국 기업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평평한 운동장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똑같은 폐자원을 국내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데 업자들이 굳이 수송비까지 떠안고 수출하는 건 시장의 불합리성 때문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정상적인 시장이라면 국내 업체 간 거래로 충분할 텐데 누구는 해외에서 사 오고 누구는 해외로 파는 현실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유럽연합(EU)도 폐자원 수출제한에 나서고 있다고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거들었으나 이 대통령은 "결국 국내 업체한테는 싸게 사려고 했던 게 아니냐"고 정곡을 찔렀다. 이에 대해 박기덕 대표는 "시장 가격을 주고 사고자 하는 것"이라고 짧게 마쳤다. 폐자원 시장의 불합리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순간이다.

재활용 업계에 따르면 폐자원 시장의 불합리성은 단가 후려치기부터 가격 투명성 부족, 품질보다 단가 우선 등 대부분 왜곡된 가격 체계에 집중돼 있다. EU가 수출제한을 하든 말든 시장 원리에 맡겨야 할 사안이 아니겠냐는 이 대통령의 제언을 박 대표는 서운하게 들었을지도 모른다. 수요자는 어떻게든 싸게 사고 싶고 판매자는 어떻게든 비싸기 팔고 싶은 게 자연스러운 시장 원리이기 때문이다. 핵심규제를 합리화하자면서 대기업을 단순 악마화한 점도 억울할 터다.

다만 피를 흘릴 만큼 흘려야 종기는 치유되는 법이다. 불합리성 해소 없이 재활용 산업의 지속성도 어려운 만큼 첨예하지만 켜켜이 쌓인 구조적 실타래들을 늦었지만 이번 기회로 풀어가야 한다. 해묵을 대로 해묵은 현 산업구조의 개편 신호탄이 될지 누가 알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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