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간]구리값 고공행진, ‘안보의 핵’으로 부상

[대장간]구리값 고공행진, ‘안보의 핵’으로 부상

  • 철강
  • 승인 2025.12.15 06:05
  • 댓글 0
기자명 에스앤엠미디어 snm@snmnews.com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닥터 코퍼(Dr. Copper)’가 다시 한 번 포효하고 있다. 지난 8일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선물가격 은 장중 톤 당 1만 1,771달러를 기록 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올해 들어서만 34%가 넘는 급등세다. 실물 경제의 선행 지표로 불리는 구리 가격의 경신은 단순한 원자재 인플레이션을 넘어 글로벌 경제의 구조적 변화와 자원 안보의 중요성을 시사하는 강력한 신호다.

이번 구리 가격 폭등의 직접적인 트리거(Trigger)는 세계 최대 소비국인 중국의 경기 부양 의지였다. 지난 8일 시진핑 주석이 주재한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는 내년 경제기조로 ‘고품질 발전’과 ‘온중구진’(溫中求進·안정 속에서 나아감)을 견지한다고 밝혔다. 이는 적극적인 재정·통화 정책 예고로 해석되며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전세계 구리 소비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 경기 부양은 인공지능(AI)을 비롯해 전선과 배관, 이차전지 음극재 등 다방면에 쓰이는 구리 수요의 증가로 이어진다. 대규모 건설투자뿐 아니라 전력망 업그레이드와 AI 인프라 확충 투자는 필연적으로 막대한 양의 구리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상승세를 단순히 중국발(發) 단기 호재로만 해석해서는 곤란하다.

현재 구리 시장은 ‘수요의 폭발’과 ‘공급의 절벽’이 맞부딪치는 거대한 구조적 변화의 중심에 서있다. 우선 수요 측면에서 구리는 4차 산업혁명의 ‘혈관’이 되고 있다. 데이터센터, 인공지능(AI), 전기차(EV) 등 미래 산업의 핵심 인프라는 구리 없이는 작동할 수 없다. 전력망 확충과 친환경 에너지 전환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구리의 쓰임새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반면, 공급 상황은 암울하다. 전 세계적인 광산 가동 중단 사태와 신규 광산 투자의 부진은 만성적인 공급 부족을 야기하고 있다. 구리 수요 증가에도 불구하고 광산 노후화와 신규 광맥 발견의 어려움으로 수급여건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현재 계획된 생산능력만으로는 2035년까지 예상 수요의 약 70%만을 충족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CITIC 증권은 내년 글로벌 전기동 공급 부족량이 45만 톤에 달 할 것이라 경고하며, 신규 투자를 유인하기 위해서는 가격이 톤 당 1만 2,000달러 이상 유지되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즉, ‘고유가 시대’가 갔듯 ‘저가 구리 시대’도 종말을 고한 셈이다. 더욱 주목해야 할 점은 구리의 ‘무기화’ 가능성이다.

미국은 대규모 관세 부과 가능성을 앞두고 구리 비축량을 늘리고 있다. 이는 구리가 단순한 산업재를 넘어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전략 자원임을 반증한다. 주요국들이 자국 산업 보호와 공급망 안정을 위해 자원을 비축하고 장벽을 세우는 ‘자원 민족주의’ 흐름 속에서 구리의 전략적 가치는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결국 지금의 구리 가격 상승은 일시적 현상이 아닌, 미래 산업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전 세계적 쟁탈전의 서막이다. AI 시대를 선도하고 탄소 중립을 달성하려는 국가와 기업에게 안정적인 구리 공급망 확보는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되었다.

사상 최고 가격을 경신한 구리 가격 표는 우리에게 묻고 있다. 변화하는 자원 안보 지형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가? 구리는 더는 단순한 금속이 아니다. 그것은 미래 경제의 패권을 가늠할 가장 중요한 척도이자, 반드시 사수해야 할 ‘안보의 핵’이다.

저작권자 © 철강금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