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현대제철, 美 제철소에 2.15조 베팅…車강판·저탄소 현지화 시동

[종합] 현대제철, 美 제철소에 2.15조 베팅…車강판·저탄소 현지화 시동

  • 철강
  • 승인 2025.12.16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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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이형원 기자 hwlee@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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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美 루이지애나 車강판 특화 EAF 구축…연 270만 톤·2029년 상업생산 목표
포스코 20% 전략 투자 합류…북미 車강판 저탄소 공급망 공동 구축

현대제철이 미국 현지에 자동차강판 특화 전기로 제철소를 구축하며 북미 저탄소 철강 공급망 재편에 본격 뛰어들었다. 

총 2조1,500억 원 규모의 출자를 통해 생산 거점을 현지화하고, 자동차강판이라는 핵심 제품을 전기로 기반 저탄소 공정으로 직접 공급하는 전략을 가시화했다. 단순한 해외 투자 차원을 넘어, 글로벌 완성차 시장의 탄소 규제와 공급망 재편 흐름에 대응하는 중장기 포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포스코도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해 지분 일부를 확보하며, 북미 시장을 겨냥한 국내 철강업계의 대응 전략에 힘을 보탰다.

현대제철은 16일 이사회를 열고 미국에 설립 예정인 특수목적법인(SPC) ‘Hyundai Steel USA(가칭)’에 대해 2조1,521억8,600만 원 규모의 타법인 주식 및 출자증권을 취득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현대제철 자기자본 대비 11.13%에 해당하는 규모다.
 

현대제철이 미국 현지에 자동차강판 특화 전기로 제철소를 구축하며 북미 저탄소 철강 공급망 재편에 본격 뛰어들었다. /철강금속신문DB
현대제철이 미국 현지에 자동차강판 특화 전기로 제철소를 구축하며 북미 저탄소 철강 공급망 재편에 본격 뛰어들었다. /철강금속신문DB

Hyundai Steel USA는 미국 델라웨어주에 설립되는 SPC로, 현대제철이 지분 100%를 보유한다. 해당 법인은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건설될 자동차강판 특화 전기로 제철소를 소유·운영할 ‘Hyundai Steel Louisiana LLC’에 출자하는 구조다.

이번 미국 전기로 제철소 프로젝트의 투자 규모는 58억 달러다. 이 가운데 29억 달러는 지분 투자, 나머지 29억 달러는 차입으로 조달된다. 현대제철은 이 중 14억6,000만 달러를 출자하며, 이는 Hyundai Steel USA를 통해 단계적으로 집행될 예정이다.

지분 구조는 현대제철 50%, 현대차 미국법인(Hyundai Motor America) 15%, 기아 미국법인(Kia America, Inc.) 15%, 포스코 20%로 구성된다. 현대차그룹 계열 합산 지분은 80% 수준으로, 그룹 차원에서 북미 주력 차종에 필요한 고급 자동차강판을 현지에서 안정적으로 조달하려는 전략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 연 270만 톤 생산…DRP–EAF 직결 공정으로 車강판 품질 확보


루이지애나에 건설될 전기로 제철소는 연간 270만 톤 규모로, 열연 65만 톤, 냉연·도금 205만 톤을 생산하는 구조다. 생산 물량 가운데 약 70%는 자동차용 강판으로 구성되며, 나머지는 일반재가 차지한다.

이번 설비의 핵심은 직접환원철 생산설비(DRP)와 전기로(EAF)를 직접 연결한 통합 공정이다. 직접환원철을 별도의 운송·저장 과정 없이 전기로에 바로 투입하는 방식으로, 에너지 효율과 물류 효율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

현대제철은 이 같은 공정 설계를 통해 직접환원철 투입 비중을 확대하고, 전기로 기반임에도 자동차강판 등 고급 판재류 생산에 필요한 품질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은 직접환원철에서 전기로, 연주, 열연강판, 냉연·도금으로 이어지는 전기로 기반 일관 생산 체계로 구축된다. 직접환원철은 단기적으로 천연가스를 활용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수소 적용 비중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식이다.


◇ 고로 대비 탄소배출 약 70% 감축…북미 저탄소 수요 직접 대응


원료 구조 역시 기존 고로 방식과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쇳물 제조 과정에서 철광석과 석탄을 사용하는 고로 대신, 직접환원철과 철스크랩을 주원료로 활용하는 전기로 기반 구조로 설계됐다.
 

/현대제철
/현대제철

현대제철은 이 같은 원료·공정 구조를 통해 제품 기준 탄소배출량이 고로 대비 약 70% 수준까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북미 완성차 업체들이 요구하는 협력업체 단위(Scope 3) 탄소감축 기준에 직접 대응하는 수준으로, 단순한 생산 거점 확보를 넘어 탄소 규제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제철소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전기로 제철소는 2029년 1분기 상업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후 수소환원 기술 적용 비율을 단계적으로 높여 무탄소 제철 체제로의 전환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재무 부담 제한적”…2028년까지 내부현금으로 대응


대규모 해외 투자에 따른 재무 부담에 대해서는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제철은 “이번 투자는 장기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집행되는 구조로, 2028년까지의 현금 흐름을 감안할 때 내부 자금으로 충분히 감내 가능한 수준”이라며 “투자 시점이 분산돼 재무 부담이 단기간에 집중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투자를 단순한 설비 확장이 아니라, 현대제철과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자동차 소재 공급망 재편과 탄소 규제 강화 흐름에 본격 대응하는 중장기 전략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강판이라는 고부가 제품을 현지에서 저탄소 공정으로 생산함으로써 물류비 부담을 낮추는 동시에, 북미 완성차 업체들의 탄소중립 요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편 포스코도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한다. 포스코는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건설되는 전기로 일관제철소 프로젝트에 약 8,585억 원(5억8,200만 달러)을 투자해 지분 20%를 확보한다. 현대제철을 중심으로 한 현대차그룹의 북미 자동차강판 공급망 구축 전략에 참여하는 형태로, 북미 철강시장 대응과 친환경 소재 기반 확보에 힘을 싣는 행보로 해석된다.

포스코는 이번 투자에 대해 “북미 철강시장 대응과 친환경 자동차강판 기반 확보를 위한 전략적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탄소중립 요구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저탄소 전기로 기반 강판 생산 체계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중장기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제철을 중심으로 한 이번 프로젝트에 포스코까지 참여하면서, 북미 시장을 겨냥한 국내 철강업계의 저탄소 자동차강판 공급 전략이 보다 입체화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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