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감독 기능 회복 위해 업무 집행·감독 분리 요구
주주총회 의장·이사회 소집 절차 개선 등 이사회 운영 정상화 추진
고려아연 최대주주인 영풍과 MBK 파트너스가 지배구조 정상화와 주주가치 회복을 목표로 제52기 정기주주총회에 상정할 주주제안을 회사에 공식 제출했다. 영풍·MBK 파트너스는 12일 이번 제안이 단기적인 경영권 분쟁이나 인사 교체를 위한 것이 아니라, 왜곡된 기업 거버넌스를 바로잡고 이사회와 주주총회가 본연의 기능을 회복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재정비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주주제안의 핵심은 이사의 책임 강화와 이사회 기능 정상화다. 영풍·MBK 파트너스는 고려아연 정관에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를 명문화할 것을 제안했다. 이는 지난해 개정된 상법 제382조의3에 담긴 취지를 정관에 직접 반영하는 것으로, 이사가 회사뿐 아니라 주주 전체의 이익을 위해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하겠다는 의미다. 대주주가 이를 정기주주총회 안건으로 공식 제안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제도적·시장적 의미가 크다는 설명이다.
또한, 신주발행 과정에서 이사회가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고 모든 주주를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원칙을 정관에 명시해, 향후 위법하거나 주주가치를 훼손할 수 있는 신주발행을 구조적으로 차단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와 함께 업무 집행과 감독 기능을 명확히 분리하기 위해 상법상 집행임원제를 전면 도입하는 안도 제시했다. 이는 독립적 감시 기능이 약화됐다는 지적을 받아온 현 이사회의 역할을 회복하기 위한 지배구조 개편안으로 제시됐다.
주주총회와 이사회 운영 방식에 대한 개선안도 포함됐다. 주주총회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주주총회 의장을 대표이사가 아닌 이사회 의장이 맡도록 하고, 이사들이 안건을 충분히 검토할 수 있도록 이사회 소집 통지 기간을 현행 회일 1일 전에서 3일 전으로 연장하는 정관 변경을 요구했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재무적 제안도 함께 담겼다. 영풍·MBK 파트너스는 액면가를 5000원에서 500원으로 낮추는 10분의 1 액면분할을 통해 주식 유동성을 높이고 개인투자자의 접근성을 제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아울러 3924억 원 규모의 임의적립금을 배당 가능한 미처분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해, 자기주식 전량 소각 이후에도 분기배당이 가능하도록 재원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이는 2024년 자기주식 공개매수 물량 소각 이후 2025년에 중간배당이 이뤄지지 못한 점을 감안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영풍·MBK 파트너스는 현 경영진이 분기배당 도입을 약속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주주환원이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제 실행되기 위해서는 정관과 재무 구조 차원의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사회 구성과 관련해서는 이번에 임기가 만료되는 이사 수에 맞춰 선임 인원을 6명으로 제한하고, 집중투표제를 전제로 한 이사 선임을 요구했다. 특정 주주 그룹이 이사회를 독식하는 구조를 피하고, 다양한 주주 의견이 이사회에 반영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추천 후보로는 기타비상무이사에 박병욱 후보와 최연석 MBK 파트너스 파트너, 사외이사에 오영 후보, 최병일 후보, 이선숙 후보를 제시했다.
이와 함께 명예회장에게 현직 회장과 동일한 최고 지급률을 적용하는 퇴직금 규정을 합리적으로 개정해, 특정 일가로의 과도한 자산 유출을 방지하고 재무 건전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영풍·MBK 파트너스는 이번 주주제안이 경영권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아니라 상장회사로서 지켜야 할 기본적인 원칙과 질서를 회복하자는 요구라며, 고려아연이 거버넌스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를 통해 자본시장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회사 측에는 오는 20일까지 안건별 수용 여부를 회신할 것을 요청했으며 주주들이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주주총회 소집공고와 공시에 제안 내용이 충실히 반영돼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