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부잣집에 정식으로 고용된 머슴이 있었다. 그는 그 부잣집에 들어가려고 체력도 키우고, 기술도 배우며, 눈치 챙기는 법도 배웠다. 주인의 마음에 들기 위한 노력이었다. 피나는 노력 끝에 치열한 경쟁을 뚫고 드디어 부잣집 머슴으로 고용됐다. 부유한 주인 밑에서 일하며 대우도 좋아 이웃집 머슴들의 부러움을 샀다. 당연히 자부심도 컸다. 부잣집이 날로 번창하자 일손이 부족해졌다. 그러자 부잣집 주인은 이웃집 머슴을 임시로 고용했다. 정식으로 고용한 머슴이 할 수 없는 허드렛일을 맡기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임시로 고용한 머슴들 일이 갈수록 중요해졌다. 그들이 없으면 집안일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래서 임시고용이 길어졌다. 결국, 임시가 아닌 일이 되어버렸다. 그러자 임시고용 머슴은 자기들도 정식고용 머슴처럼 대우해 주기를 바랐다. 이에 주인은 그럴 수 없다고 손을 저었다. 정식고용 머슴들과 공정성을 이유로 들었다. 임시고용 머슴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법원이 판결해 주기를 바라는 소송을 냈다. 소송 금액만 무려 5,425억 원에 달했다. 엄청난 송사여서 세인들의 관심도 컸다.
이러한 와중에 새로운 법이 변수로 등장했다. 노조법 개정안 이른바 ‘노란 봉투법’의 등장이다. 이 법은 원·하청 관계를 유지하면 하청 잘못도 원청 사용자에 책임을 묻는 법이다. 원청의 책임이 더욱 무거워진 것이다. 이에 직접 고용을 택하면 원·하청 관계 자체가 사라져 법안 적용 여부를 따질 실익이 없어진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모르지만, 부잣집 주인이 임시고용 머슴들을 정식으로 받아들인다고 통이 큰 결정을 했다. 그 인원도 무려 7,000여 명이나 되었다. 이 결정에 대해 사회적 파장이 컸다. 내부 동요도 심상찮다.
정식고용 머슴의 불만은 ‘공채 무력화’ 이다. 이에 회사의 전략적 판단과 다르게 내부 구성원들 마음은 차갑게 식어가는 중이다. 기존 정규직 머슴들 사이에서는 ‘노력의 가치가 부정당했다’라는 박탈감이 불만을 키웠다. 입사 시험 난이도와 경쟁률이 엄연히 다른데 결과적으로 같은 정규직이 되는 것은 역차별이라는 논리다. 노동조합도 회사가 충분한 공감대 형성 없이 일방적으로 직고용을 강행했다며 비판 성명을 냈다. 직무 가치에 따른 합리적인 차등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들 주장의 핵심이다.
반면 주인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 이번 결정은 단순히 인원을 늘리는 차원을 넘어 지난 11년 동안 회사를 괴롭혔던 불법 파견소송 고리를 끊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실제로 현재 우발부채로 잡혀 있는 소송 금액만 무려 5,425억 원에 달한다. 경영진이 엄청난 압박을 받는 원인 중 하나다. 이런 이유로 전략적 선택이 불가피했다는 주장이다. 다만 이번 조치는 신규 채용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현장 인력을 동일 직무로 전환하는 구조라고 설명한다. 이에따라 사무직 공채와는 성격이 다른 별도 트랙이라는 점에서 과도한 해석을 경계했다.
이 직고용 문제는 사회적 화두(話頭)로 등장했다. 고용 안정 측면에서 긍정적 평가다. 하지만 고용형태만 바뀌고 임금과 복지 차이가 그대로라면 갈등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기존 정규직과 다른 사다리를 타면 또 다른 차별구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문제는 포스코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내 대기업과 제조업 전반에서 반복될 수 있는 공정성 이슈이다. 이에 따라 직고용 성패는 몇 명을 뽑았느냐가 아니다. 얼마나 공정하게 통합했느냐에 있다. 자칫 잘못하면 갈등의 끝이 아니라 또 다른 갈등의 시작일 수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이번 조치 파급력에 예의주시하며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는 모습이다. 이재명 정부의 노동 정책 기조에 호응하는 측면도 있다. 정부 눈치 보기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기업에는 여러모로 복합적인 계산이 깔린 행보임이 틀림없다. 다만 이것을 바라보는 3자 입장에서는 어느 한 편을 들 수 없다. 오로지 주인도 잘 되고 이해를 다투는 머슴도 모두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단순히 법적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을 넘어 미래 철강경쟁력 강화를 위한 ‘상생 노사 모델’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아울러 양질의 일자리가 더욱 늘어 지역 경제에 긍정적 영향이 미치기만을 바라는 것이 구경꾼의 간절한 마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