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된 에너지와 시간으로 모든 일에 전력을 다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마음엔 한계가 없지만 몸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일을 상대적으로 더 중요한 것과 덜 중요한 것으로 나누게 되고, 그에 맞춰 노력과 힘을 안배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할 수 있는 일인데도 그대로 방치한 채, 이를 더 중요한 일을 하느라 불가피하게 못 한 것처럼 합리화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실제로는 가능했던 일을 외면하며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다.
한국철강협회는 공식 홈페이지 내 ‘스틸데이터’를 통해 철강 생산과 국내외 철강 수출입 통계를 수집해 제공한다. 이를 통해 이용자는 품목별, 국가별 수출입 물량, 단가, 증감률 등 다양한 정보를 세세하고 정밀하게, 그리고 손쉽게 얻을 수 있다. 단 유럽연합(EU)에 대해선 조금 예외다.
스틸데이터에서 EU 데이터는 실제 EU 데이터가 아니다. 이곳에서의 EU 수출입 통계는 현재 EU 소속이 아닌 영국의 물량과 금액을 포함한다. 따라서, 예를 들어 CBAM 이후 한국의 대 EU 수출량 변화를 알고 싶다면, EU를 체크해 자료를 다운로드 받은 뒤, 영국 자료를 별도로 받아 이를 빼줘야 한다. 영국이 EU에서 탈퇴한 지는 만으로 6년이 넘었다.
다른 철강협회는 어떨까? 세계철강협회가 정기적으로 발표하는 월간 조강 생산에서 EU에서의 생산량은 영국을 제외한 현재 소속국(27개국) 기준으로 제공된다. 중국강철협회가 매월 발간하는 수출입 보고서도, 미국철강협회의 월간 수입 통계에서도 EU 데이터는 현 27개국 기준이다.
바가지가 집 안에서 새면, 그 바가지는 장소 불문하고 샌다. 한국철강협회는 1975년 설립돼 반세기가 넘도록 회원사들의 이익을 위해 다방면에서 최선을 다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것에서 그 성실성에 의문이 생긴다면, 자연히 그 나머지 공로들에 대해서도 그것이 과연 최선이었을지, 할 수 있는 최대의 노력을 다한 것이었을지 의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협회는 그동안의 노고 그리고 현재하고 있는 활동에 의심이 들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가장 기본적인 것에서부터 충실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