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리컬럼-미 자동차 빅3 위기의 교훈

포스리컬럼-미 자동차 빅3 위기의 교훈

  • 철강
  • 승인 2008.09.08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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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곽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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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리 경제동향분석그룹 오정훈 연구위원

미국 자동차업계가 최악의 판매부진과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GM, 포드, 크라이슬러 3사의 8월 미국 내 판매량은 25% 감소하였다. 전체 판매량 감소율 15.5%를 훨씬 웃도는 수치이다. 판매부진에 계열 금융사 부실이 겹치면서 GM은 4년 연속, 포드는 3년 연속 대규모 적자가 확실시되고 있다.
 
이에 따라 빅3 파산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파이낸셜 타임즈는 GM의 파산 가능성이 80%에 달한다고 보도하였고, 유니 크레딧 은행도 빅 3중 어느 한 곳이라도 파산할 확률이 무려 95%에 달한다고 예측한 바 있다.
 
3사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쏟아져 나오면서 주가도 속절없이 떨어지고 있다. GM의 주가는 최근 1년 동안 무려 75%가 하락하였다. 현재 GM의 시가총액은 현대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경영난 타개를 위한 3사의 구조조정 노력은 필사적이다. GM과 포드는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브랜드 축소와 자산 매각을 추진하고 있고, 크라이슬러는 회사 부실을 심화시켰던 리스 판매를 중단하였다. 또한 3사 모두 대규모 인력감축과 공장폐쇄를 진행중이다.
 
그러나 구조조정 노력에도 불구 빅3의 향후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경기침체로 자동차 수요가 감소하고 있고 정크본드 수준으로 하락한 회사 신용도로 인해 외부차입도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십 년 간 세계 자동차업계를 주도하였던 빅 3이 이처럼 몰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표면적으로는 서브프라임 충격에 따른 자동차 수요감소를 들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위기를 가속화시킨 요인이지 근본적 원인은 아니다. 위기의 근본원인은 아주 평범한 데서 찾을 수 있다.
 
첫째, 시장의 변화에 둔감하였다. 그동안 3사는 SUV와 픽업트럭을 앞세워 북미시장을 장악해왔다. 그러나 고유가로 소비자들이 점점 휘발유 폭식 증에 걸린 4륜 구동차를 부담스러워하기 시작했으나 여전히 SUV와 트럭 신 모델 출시를 고집하며 소비자를 외면했다. 최근 3사는 소형차와 하이브리드카 생산라인 증설에 주력하고 있으나 이미 미국시장은 일본자동차가 3사의 점유율을 넘어선 상태이다.

둘째, 품질 혁신을 게을리 하였다. 품질 결정요인 중 많은 부분은 부품산업 경쟁력과 연관된다. 일본과 한국의 완성차 업체는 자국내 부품업체와 긴밀한 협력관계에 있는 반면 미국 회사들은 상당수 부품을 글로벌 소싱의 형태로 공급받는다. 그러나 이는 커뮤니케이션 및 로지스틱상의 문제를 유발해 품질저하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3사는 품질개선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최근 JD파워는 미국 차와 일본차간 품질격차가 크게 줄었다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미국소비자들에게 미국차는 여전히 ‘가격도 비싸면서 고장이 잘 나는 차’로 인식되고 있다. 한번 잃은 신뢰를 만회하기는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셋째, 잘못된 노사관행이다. 도요타가 원가절감을 위해 사력을 다하는 동안 3사는 일하지 않는 근로자에게 급여를 지급하는 인력은행제도, 연간 50억 달러에 달하는 퇴직자 의료비 지원제도를 유지해왔다. 지난해 노사간 합의를 통해 퇴직자보험 지원규모를 대폭 줄이는 조치를 취했지만 여전히 의료비 비용구조는 회사경영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빅3 위기는 한국자동차 업체에게 일단 기회이다. 빅3 부진을 틈타 한국차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드디어 6%를 돌파하였다. 가격이나 품질에 대한 소비자 만족도가 몇 년 전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이 높아졌다.

그러나 이러한 우호적 환경이 향후에도 지속된다는 보장은 없다. 미국 대선 후보들은 3사의 500억 달러 지원요청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오바마는 유세에서 첨단 차 개발에 대한 적극지원과 불공정한 한미 자동차 교역시정 등을 공언하고 있다.

만일 빅 3가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수십 년간 엄두도 못 냈던 고비용 구조를 해소하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더해진다면 향후 자동차업계의 경쟁환경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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