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려서 눈물나는 제강사, 이제는 배수진을 쳐라

눈 내려서 눈물나는 제강사, 이제는 배수진을 쳐라

  • 철강
  • 승인 2010.01.18 07:00
  • 댓글 0
기자명 박형호 phh@snmnews.com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박형호 기자
‘눈에 눈이 들어가니 눈물(淚)인가, 눈물(雪液)인가?’

그저 ‘동음이의어(同音異議語)’라는 것을 배우기 위해 우스갯 소리로 교과서에서 읽던 문장이 요즘 폭설과 제강사들의 심정을 보니 막연하게 떠오른다.

100년 만에 폭설이 제강사에 주고 있는 상처는 은근히 크다. 백호랑이 해의 시작을 알리듯 연초부터 하얀 폭설이 시작됐고, 생산성 유지를 위해 제강사들은 공장을 가동해야하는 처지지만 공사 현장이 꽁꽁얼어 붙으면서 철근 수요는 움츠러들었다. 운송이 어려워지면서 물동량은 잠기게 됐고, 철 스크랩 수집이 어려워지면서 발생량이 줄어든 원자재 가격은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이에 더해 국제시장에서의 원자재 가격도 급상승을 보이고 있는 것.

국제 철 스크랩 가격의 주요 지표로 인식되는 미국 컴퍼짓 프라이스는 11일 기준 톤당 304.83달러(LT)를 기록해 전주 대비 42.33달러 상승했다. 컴포지트 가격이 300달러를 넘어선 것은 지난 2008년 9월 이후 1년 4개월 만이다.

일본 관동철원회의 철 스크랩 수출 경매 낙찰가격도 3만엔을 넘어섰고, 주요 제강사들의 대형모선 철 스크랩 구매 가격도 톤당 380달러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주 제강사들의 가격 인상으로 국내 철 스크랩 가격도 중량기준 톤당 43만∼44만원 수준으로 올라섰다.
최근 2∼3개월 간의 전반적인 원자재 가격 상승을 고려시 봉형강류 가격은 톤당 10만원 수준 상승해도 이상함이 전혀 없어 보이지만 폭설로 인한 재고 증가(1월 중순 현재 약 35만톤 기록)가 가격 상승의 발목을 잡았다.

이로 인해 제강사들은 가격 교섭에서 우위적인 입장을 갖지 못하고 지난 2009년 11∼12월 판매분 철근 가격 협상에서도 대부분 건설사들에게 손을 들어준 상황이다.

제강사들은 수요처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2월에도 모든 원가 상승분을 반영하지 않고 철근 가격 톤당 4만∼5만원 수준의 할인축소 및 인상을 계획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할인폭을 폐지한다는 계획이지만 늘어난 재고로 인한 건설사들의 반발은 여전히 예상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은 수익성을 논할 때가 아니라 생존을 논할 때”라는 제강사 관계자의 토로가 귓가에 메아리친다. 제강사들도 철근 가격에 대해 이제는 배수진(背水陣)을 칠 때가 왔다.

저작권자 © 철강금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