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타나베의 저주’를 反面敎師로 삼자

‘와타나베의 저주’를 反面敎師로 삼자

  • 철강
  • 승인 2010.02.03 07:00
  • 댓글 0
기자명 정하영 hyjung@snmnews.com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도요타 자동차가 지난해 48억달러의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한데 이어 최근에는 북미시장을 비롯해 사상 초유의 대규모 리콜 사태로 충격을 주고 있다. 2일 현재 미국 등에서 이미 확정된 리콜 규모가 445만대로 늘어났으며 전 세계적으로 800만대는 물론 1천만대를 넘어설 것이라는 추정도 나오고 있다.   

그런데 이번 사태에 대해 일본 언론들은 ‘와타나베의 저주’라고 부르며 도요타의 제품원가 절감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005년 사장에 취임해 지난해까지 도요타자동차를 총지휘한 와타나베 가쓰아키(渡邊捷昭) 부회장의 경영 스타일이 이 같은 화를 불러왔다고 진단했다. 와타나베 부회장은 1964년 도요타 입사 후 구매 부문과 제품원가 절감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 사장에 올랐다. 이후에도 부품원가 절감 노력을 더욱 가속화한 결과, 생산된 자동차의 품질과 안전관리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분석이다.

다시 말해 “마른 수건도 쥐어 짠다”는 도요타의 극한적 원가 절감 경영이 빚어낸 결과라는 설명이다. 특히 해외공장의 경우 소요 부품을 가능한 현지에서 조달하면서 값을 먼저 따지게 됐고 늘어난 해외 거래업체에 대한 일본식 품질관리가 어려워진 것을 직접적 원인으로 꼽고 있다. 

도요타 식 경영기법은 낭비제거를 통한 비용절감과 효율적 생산체계가 핵심인데, 이번 도요타 리콜 사태는 끝없는 원가절감과 품질유지를 동시에 만족시키기 어렵다는 사실을 입증했다고 볼 수 있다. 

우리의 경우에도 자동차나 가전사 등의 납품업체에 대한 끝없는 납품가 인하 압력이 문제가 되고 있다. 다시 말해 원가절감을 위한 협력업체들에 대한 납품가 인하가 제품 품질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는 사실에서 한국 기업도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자동차나 가전사는 두말할 것도 없지만 협력업체들의 중요성과 가치는 철강금속 제조업체들의 경우에도 경쟁력을 좌우하는 관건 중의 하나다.

국내 철강금속 제조업체들도 적지 않은 부자재, 정비, 부품 등의 협력업체를 갖고 있다. 그런데 2008년 하반기 금융위기 이후 이들 협력업체들의 경영이 상당히 어려운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동안 지속됐던 경기 둔화가 그 주요 원인이지만 역시 철강금속 제조업체들의 납품가 인하가 더 큰 요인이 되고 있는 모양이다.
2009년 철강금속업체들은 대부분 흑자를 내는 등 비교적 좋은 경영실적을 거뒀다. 하지만 우리 협력업체들의 경영실적은 이에 크게 못미침은 물론 적지 않은 기업이 작년에 적자를 낸 모양이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이들의 생존과 성장이 쉽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철강금속 업체들에게도 우수한 협력업체가 존재하지 않게 된다면 도요타와 비슷한 입장에 처할 가능성은 다분하다. 진정한 상생이 철강금속 제조업체와 협력업체 사이에 실천되어야 할 시점이다. 

도요타의 예처럼 끝없는 원가절감과 품질유지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없음은 우리 철강금속 제조업체들도 깊이 인식해야 할 반면교사(反面敎師)임에 틀림없다.

저작권자 © 철강금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