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유통, 터널 끝이 안 보인다?

철강유통, 터널 끝이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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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4.01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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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방정환 jhb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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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정환 기자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왔지만 봄 같지 않다.”

  전한시대의 절세미인 왕소군이 흉노와의 화친정책에 의해 흉노왕에게 시집을 가게 되자 동방규가 지은 시에 나오는 구절로 요즘 날씨에 어울리는 고사성어다.

  하지만 요즘 날씨보다도 더 잘 어울리는 곳은 최근의 철강 유통시장이 아닐까? 따뜻한 가격 바람이 불더니 어느새 또 영하의 찬 바람이 부는 지금을 두고 하는 말인듯 싶다.

  유통업계에는 한결같이 “2월이 끝나고 난 3월부터 수요가 살아날 것”으로 기대했지만 정작 3월이 시작되고 4월이 다 되도록 시장은 여전히 찬바람이 불고 있다. 중국에서 불던 가격 오름세도 순식간에 급반전되고 있다. 시황 악화 때문에 상당한 기간에 적자를 면치 못하는 경영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스틸서비스센터(SSC)인 L사는 지독한 불황과 판매 부진으로 막대한 자금을 들여 시작한 유통사업을 포기하기로 하고 시어기 등의 설비와 공장을 매각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충격적인 것은 이 공장이 준공된 지 불과 3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야심 차게 시작한 SSC 사업은 수입재의 거센 공략과 유통수요 부진이 겹치면서 장밋빛 미래가 어둠 속에 파묻혀 버렸다.

  한때 1차 유통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주기적인 시황 사이클에 편승해 재고를 늘리고 줄이면 적당한 재고 평가이익을 거둘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순환 사이클은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 만성적인 공급과잉이 심화되고 공급처가 다변화되면서 1차 유통시장은 그야말로 이전투구(泥田鬪狗)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만난 한 SSC 관계자는 “요즘 같아선 이익을 낸다는 것은 기대할 수도 없고, 적자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당면과제가 되고 있다”면서 “우스갯소리로 다른 업체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3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고 안부를 걱정하곤 한다”고 씁쓸해했다. 과연 봄이 왔음에도 봄을 느낄 수 없는 춘래불사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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