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강사 경쟁, 건설사 ‘어부지리’

제강사 경쟁, 건설사 ‘어부지리’

  • 철강
  • 승인 2013.04.03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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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차종혁 cha@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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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종혁 기자
  어부지리(漁父之利). 최근 국내 제강사간 벌어지는 갈등을 보면서 떠오른 고사성어다. 건설경기 침체로 철근 수요가 줄면서 국내 제강사들은 철근가공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일부 업체에서 본격적으로 펼쳐온 철근가공에 대한 건설사들의 반응이 좋아 철근 판매가 늘자 여타 업체들도 철근가공 서비스를 통해 판매 확대를 꾀하고 있다.

  문제는 일부 제강사에서 가공 단가를 낮게 제시하기 시작하면서 단가경쟁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어차피 가공 단가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에 가공 단가 할인은 결국 철근 판매 단가 할인이나 마찬가지다. 명목상으로는 철근가공 단가 경쟁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서로 철근 공급가격을 깎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득을 보는 쪽은 건설사뿐이다. 제강사 간 판매 경쟁에 건설사는 가만히 앉아서 낮은 가격에 철근을 구매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제강사 간 담합을 하라는 게 아니다. 수요 침체에 따른 판매 부진으로 힘든 상황에서 마냥 경쟁업체에 물량을 내주라는 것도 아니다. 공멸을 불러올 단가할인 경쟁이 아닌 공생을 위한 다른 차원의 영업 경쟁력 강화를 모색해보자는 것이다.

  대다수 제강사들이 지난해 4분기 이후 생산비용 증가, 낮은 판매 단가 때문에 적자 상황에 빠져 있다. 아직 공식적으로 실적 자료가 발표되지 않았으나 1~3월 철근 가격이 동결되면서 국내 제강사 대부분이 올해 1분기에도 적자가 불가피할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판매 단가를 올려도 적자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에서 판매 단가 할인 경쟁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 후문에 따르면 그간 가격 인하를 강하게 주장해온 건설사의 입장을 볼 때 그나마 1~3월 동결도 힘겹게 얻어낸 협상 결과다. 힘겹게 얻어낸 결과를 뒤에서 무색하게 해서야 안 될 일이다.

  당장 눈앞의 판매량 때문에 판매 단가를 할인하게 되면 장기적으로는 실적 악화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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