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에 아연도금라인 및 컬러강판 설비 도입 부지 신청
한국 꼬리표 달고 유럽 수출이 목표, but 국내시장 진출 무시 못해
포항시는 지역 경제 최우선으로 생각, 제안 받아들일 가능성 커
중국 500대 기업군의 철강업체로 장수성에 본사를 두고 있는 판화그룹이 포항시에 컬러강판 설비를 도입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포항시에 따르면 아직 확정 단계는 아니지만 수차례 논의가 이뤄졌으며 포항 지역 고용창출과 지역 기업 보호 입장 차원에서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판화그룹이 요청하고 있는 부지는 기존에 포스코강판이 MCCL 공장을 건축하다 외국인 전용 부지라는 이유로 반납한 적이 있는 곳이다. 약 1만5,000㎡ 규모로 판화그룹은 컬러강판 설비와 함께 아연도금라인까지 같이 들여올 계획이다.
포항시는 판화그룹이 약 2억달러 정도를 투자할 계획인데다 부두운송업, 부동산개발, 금융업 등 추가 투자를 제안하고 있어 고용창출 등 포항 지역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만약 포항시가 이를 수락할 경우 국내 컬러강판 업체들 입장에서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는 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천장에 구멍이 나 물이 줄줄 새듯이 중국산 컬러강판 수입이 이뤄지고 있어 국내 업계에 큰 타격을 주고 있는 상황에서 아예 천정을 뚫어주겠다는 격이기 때문이다.
포항시 측은 포스코강판, DK동신 등 지역 기업을 보호하는 취지에서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단지 포항시 지역 기업만의 문제가 아닌 상황이다.
중국 판화그룹은 컬러강판 유럽 수출을 위한 것이라는 핑계를 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메이드 인 차이나로는 유럽에 팔기가 쉽지 않아 한국산 꼬리표를 달고 유럽 수출의 교두보를 마련하겠다는 취지.
하지만 국내 컬러강판 관계자들 중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이들은 없다. 중국 컬러강판 수출의 고정 수요처가 돼버린 국내 컬러강판 시장 수요가들을 현지에서 본격 공략하겠다는 취지가 더 큰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 판화그룹이 수출만 하더라도 국내 업체들과 경쟁이 이뤄지기 때문에 국내 업체들은 결국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미 중국산 컬러강판이 국내 건재용 컬러강판의 시장 점유율 1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제조업체의 등장은 국내 업체들의 피를 말리는 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판화그룹이 신청한 부지는 외국인 전용단지 부품소재 단지로 원래 첨단소재 업종을 유치하는 것이 기본 방향이지만 컬러강판의 경우 이미 국내에서도 출혈경쟁이 심한 업종이어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포항시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바는 없고 결론이 언제 날지도 모르지만 포항시 발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겠다는 입장이다”며 “당연히 포항지역 고용창출 효과가 최우선이고 추가 투자에 따른 일자리창출, 지역경제 활성화 등 긍정적 영향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지역 기업과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이에 대한 문제 해결이 고민거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