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 장기화와 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겹치면서 모두가 어려워하고 있지만 냉연판재류 업계의 어려움은 그 어느 업종 못지않은 듯하다.
사실 냉연판재류 업계의 수익 구조는 여타 철강 업종에 비해 좋지 않다. 원자재가 제조원가에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높아 매출액영업이익률이 철강 업종 중에서 가장 낮은 편이다.
또 국내 제조업체가 품목별로 다수여서 과거부터 다른 철강 제품보다는 경쟁이 심한 품목이 대부분이었다. 당연히 가격 결정 시 수요가의 목소리가 컸고 그만큼 이윤도 낮았다. 철강재 중 수출 비중이 가장 높은 것도 심각한 국내 판매경쟁을 돌파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였다.
따라서 철강 시장이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가 중심으로 변화하더라도 냉연판재류 업계는 어느 정도 내성이 있을 것으로 보았다. 여타 품목에 비해 시장의 변화에 잘 견뎌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결과는 다른 품목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기존 경쟁 체제에 중국산, 국내 업체 해외 투자법인 제품 등이 국내로 유입되고 시장점유율이 높아지면서 경쟁이 더욱 심해졌다. 특히 제조업체가 직접 수입해 유통업체 등에 공급하는 경우까지 발생했다. 논리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일이 현실이 될 지경으로 냉연판재류 업계의 혼란은 가중되었다.
여기에 외부 환경마저 냉연판재류 업계의 미래를 옥죄고 있다. 최근 법원이 결정한 통상임금 확대 판결은 일부에 바로 직격탄이 된 사례다.
지난 7월 통상임금에 업적연봉(성과급 등)을 포함시키라는 판결 이후 최근 한국GM의 협력사들에 대한 은행권 대출 조건이 크게 까다로워졌다는 소식이다. 협력사 중 상당수가 냉연판재류 등 철강재를 직접 공급하거나 이를 소재로 부품 등을 생산, 납품하는 업체들이다.
물론 고법의 판결이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지만 이후 높은 임금 부담을 이유로 GM의 한국 철수설이 확산되었고 이를 입증하듯 크루즈, 아베오 등의 후속 모델 생산기지에서 한국GM을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은행으로서도 향후 미래가 불투명한 기업의 협력회사들에 대출을 계속해주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 냉연판재류 업계 내부에서도 스스로를 무너뜨리는 일이 빈발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제조업체의 직접 수입, 공급이었다. 또 건자재용 사용 환경 열악화도 아주 중요한 일이다.
패널용 컬러강판의 경우 과거에는 두께 4.5㎜ 제품이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현재는 3.5㎜까지 얇아졌고 일부에서는 3.2~3.3㎜ 제품을 사용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는 모양이다.
최종 제품의 품질 문제뿐만 아니라 그만큼 판매량이나 매출액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것 역시 냉연판재류 업계 스스로 파고 있는 무덤이나 다름 없다.
이런 내외부적인 일들이 겹치면서 냉연판재류 업계는 제조업체뿐만 아니라 유통가공업체 및 수요업체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힘든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지 않으면 상당수 업체들의 고사는 예정된 수순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