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즉사 사즉생(生卽死 死卽生)

생즉사 사즉생(生卽死 死卽生)

  • 철강
  • 승인 2013.11.25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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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이광영 kylee@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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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영 기자
  지난 20일은 전국 곳곳의 철근 가공공장이 일제히 가동을 멈추기로 했던 날이다. 철근 가공 업계의 선언이 현실이 됐다면 건설현장은 공기 지연에 따른 건설 차질로 치명타를 입을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하루 전인 19일 철근 가공 업계와 제강사가 극적으로 손을 맞잡으면서 가동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는 면하게 됐다. 현대제철·동국제강 등 제강사가 가공업계의 주장을 수용한다는 뜻을 전해온 것.

  운 좋게 얻은 결과물이 아니다. 철근가공업계는 제강사와 마주 앉아 대화하고자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였다.
이순신 장군은 ‘생즉사 사즉생’이라고 말했다. 전쟁터에서 살고자 하면 죽고 죽고자 싸우면 산다는 뜻이 담겨 있다. 이처럼 가공업계는 실제로 생업을 포기할 각오로 덤볐다. 두 달 뒤 부도로 공장 문을 닫으나 내일 닫으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으로 내린 결단이었다.

  가공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한국철근가공업협동조합(이사장 이성진)은 각 제강사와 건설사에 가공비 현실화를 요구하는 공문을 지속적으로 보냈다. 가공 철근을 싣는 트럭에는 ‘철근 가공원가 6만원! 납품가 3만원 가공회사 다 망한다’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부착했다. 지난 14일과 15일에는 국토교통부와 대우건설 본사 앞에서 각각 집회를 열며 적극적인 행동에 나섰다.

  다만 가공업계는 18일 가동 중단 결단을 내린 당시에도 제강사 측이 언제든 협상에 임한다면 이를 철회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업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것을 막은 셈이다.

  가공비 현실화 문제는 아직 풀어야 할 숙제다. 구체적인 인상 수준을 확정해야 하며 어렵게 얻은 권리인 만큼 이번 협상이 일회성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제강사의 동의를 얻고 협상에 임한다 해도 건설사 측이 어떻게 반응할지도 미지수다. 힘겨운 싸움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가공업계가 그동안 받았던 피해와 손실을 한꺼번에 만회하겠다는 생각에 건설사를 상대로 손을 맞잡아야 할 제강사와 갈등이 생긴다면 곤란하다. 가공업계가 그토록 주장했던 상생 발전과 어긋나는 행동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입장을 바꾸면 제강사는 지난 2012년 3월 이후 20개월간 단 한 차례도 철근 가격을 인상하지 못했다. ‘선 출하 후 정산’의 불합리성을 따지는 가운데 피해는 고스란히 철강업계의 몫이 되고 있다. 다소 약자인 철근 가공 업계가 보여준 ‘생즉사 사즉생’ 자세에 대해 제강사가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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