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H형강 허용차 축소 논의…시각차 ‘뚜렷’

철근·H형강 허용차 축소 논의…시각차 ‘뚜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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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11.12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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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이광영 kylee@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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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표원 “허용차 조정 및 KS규격 1·2종 나눠야”
업계 “현실 이해 못한 결론…현 기준 문제없다”

  정부와 철강업계가 철근·H형강 등 구조용 철강재의 허용공차 축소 방안에 대해 격한 논의를 펼쳤다. 그러나 허용차 조정에 대해 정부와 업계가 바라보는 시각차가 큰 것으로 나타나 이와 관련 결론이 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원장 성시헌, 이하 기표원)은 지난 12일 오후 KTX 대전역사 회의실(덕수실)에서 철근ㆍH형강 생산자, 소비자 및 설계시공 관련자가 참석하는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철강업계 관계자 50여명이 참석해 각자의 의견을 개진했다.


  기표원은 허용차 정비 필요성의 배경으로 △국내 철강재 생산업체의 기술 향상 △저가 중국산 수입 철강재 견제 △건물 안정성 향상 기여 △갈등에 의한 사회적 비용 감소 등을 언급했다. 반면 전기로 제강사는 현 KS규격 기준이 전혀 문제되지 않으며 허용차 축소가 불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와 기표원이 바라보는 시각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상세히 되짚어 본다.

■ 제강사, 무게·치수 빼먹기로 KS규격 악용?

  기표원은 철근 및 H형강의 허용공차 축소 방안을 논의하게 된 계기로 그동안 빗발쳐왔던 수요가들의 민원 제기를 근거로 들었다. 제강사들이 무게 허용차 기준을 어겨가면서 수익성을 확보하는 등 KS규격을 악용해 부당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목소리를 담은 모 언론사의 보도내용이다.

  이에 기표원은 학술연구용역을 맡은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을 통해 지난 9월 시판품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철근 샘플의 무게 차 정확도는 허용차의 하한치에 근접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민정기 선임연구원은 “기표원의 시판품 조사 결과에서 시중 철근의 중량 오차는 규격별로 -3.18~-5.04%로 나타났다”며 “KS 기준인 ±4~6% 허용치 하한선에 근접해 있는 것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를 제강사의 ‘꼼수’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생산자 입장에서 제품의 규격을 하한선에 맞춰 생산하는 것은 당연한 권한이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실중량과 이론중량의 차이로 발생하는 오차를 제강사가 마치 부당이득을 취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잘못된 시각이라는 것이다.

■ 허용차 축소 설득력 있나…정부-제강사 ‘갑론을박’

  기표원은 제강사의 기술력 향상만큼 허용차를 축소해 안전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수요가들의 요구에 부합해 가능하다면 허용차를 축소한 제품을 생산하는 게 당연하다는 설명이다.

  민 선임연구원은 “철근의 무게 허용 오차를 무조건 축소하기보다는 현재 유통되는 KS철근을 1종과 2종으로 나눠야한다”면서 “1종은 현행대로 KS규격의 허용차를 적용하고 2종의 경우는 허용차를 줄여 정밀도와 더불어 정확도까지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H형강의 경우 무게 허용차와 치수 허용차 사이에 서로 상충되는 부분이 있으므로 조정될 필요가 있다”면서 “이론값에 대해 계산한 치수 허용차 조정은 현 KS 규격과 많은 차이가 나타나 치수 허용차에 대한 조정 값은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업계는 기표원의 이 같은 결론에 현실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서 업계 관계자는 “1종과 2종으로 나뉘어 제품을 관리하게 되면 시장은 더 혼란스러워 질 것”이라며 “제강사는 재고관리와 생산부문에서 비용 증가로 큰 타격을 받게 된다”고 언급했다.  

  이어 “현 KS철근의 무게 및 치수 허용차에 대한 안전성과 강도는 이미 검증된 사안이다”며 “안전성 확보는 인장강도와 항복강도로 결정되는 것인데 허용차 축소로만 해결될 만한 문제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H형강과 관련 업계 관계자는 “H형강 표준치수 대비 ±3% 이상일 때 무게 허용차를 ±2%로 생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지금과 같은 생산방식으론 비용과 품질에서 맞출 수 없는 비율이다”고 호소했다.

■ 부적합 철강재 견제, 허용차 축소로 가능?

  기표원은 허용차 축소를 시행하면 저가 중국산 수입이 줄어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엄격한 KS규격의 허용차 기준 강화로 무분별하게 수입될 가능성이 높은 부적합 철강재에 대해 견제가 가능하다는 것.

  이는 업계에서도 일부 동의하는 부분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무게 허용차 기준이 강화되면 KS규격으로 생산되는 중국산 철강재 역시 그 기준에 맞춰 생산할 수밖에 없다”며 “중국 측에서도 한국으로의 수출을 부담스러워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본의 JIS 규격을 달고 수입되는 중국산 철강재에 대응할 수단이 있는지가 문제된다. 제강사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법상에서 JIS 규격 등 비KS 규격제품은 품질시험성적서만 갖추면 KS에 준하는 제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또한 시험성적서 내용이 KS 규격과 거의 일치해야한다는 구속력도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H형강은 대부분이 JIS 규격으로 수입되고 있어 KS기준이 강화된다 해도 비KS제품의 시험성적서 구비조건이 동시에 강화되지 않는다면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며 “비KS제품의 시험성적서 구비 조건이 강화되거나 KS규격이 아니면 수입이 불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을 통해 수입 방어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참석한 업계 관계자들은 봉형강 시장의 전반적인 이해 부족과 함께 허용공차 축소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정부의 논리가 빈약하고 현실성이 없다는 견해를 드러냈다. 다만 수요가들의 오랜 요구를 조금은 받아들이고 무분별한 수입산 유입을 견제할 수 있는 큰 그림을 그리자는 주장도 상충되는 모습이다.

  한편 기표원은 향후에도 업계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허용공차를 정비할 계획임을 밝혔다. 정부, 업계, 수요가가 모두 만족하고 국민 안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비 방안이 협의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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