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評)쇠똥을 우습게 보지 마라!

(評)쇠똥을 우습게 보지 마라!

  • 철강
  • 승인 2015.01.12 13:43
  • 댓글 0
기자명 황병성 bshwang63@snmnews.com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대제철 우분 제선원료 활용

  인간 군상(群像)이 사는 세상에는 생명이 없는 만물에도 나름대로 존재의 의미가 있다. 인간들이 하찮은 미물로 취급할 뿐 존재의 중요성은 분명히 있다. 인간과 동물의 배설물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배설물은 더러움의 상징으로 치부된다. 속된 말로 ‘똥보다 못한 놈’이라는 비하 발언에 어김없이 비유의 대상으로 등장시킨다. 하지만 우리가 ‘똥’을 이렇게 천박하게 생각할 자격이 있는지 반문하고 싶다.

  화학비료가 나오기 전에 인간과 동물의 배설물은 곡식을 키우고 살찌우는 데 귀중한 자양분이었기 때문이다. 옛날 농촌의 외양간 가까이에는 두엄터가 있었고 1950년대까지 서울 근교 농민들은 시내에 들어와 돈을 내고 똥·오줌을 퍼갔다고 한다. 농가에서는 사랑방이나 뒷간 근처에 오줌독을 묻고 따로 받았으며, 농사에 열심인 사람은 남의 집에 있다가도 오줌을 누려고 자기 집으로 달려가기도 했다고 한다.

  화학비료로 농사를 짓는 현대에 와서는 생각도 하지 못할 이야기지만 그때 그 시절은 분명히 있었다. 지금도 농촌에 가면 옛날 방식으로 농사를 짓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 농사꾼은 현대식을 고집한다. 그 이후로 배설물은 오염원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정화를 위해 막대한 비용을 들여야 하고, 정화되지 않은 배설물은 아름다운 산천을 오염시키는 천덕꾸러기가 되고 말았다.

  그러나 이 천덕꾸러기가 온실가스 감축에 귀중한 친환경 연료로 사용한다는 희소식이 들린다. 그 주인공은 바로 우분(牛糞)이다. 아니 ‘쇠똥’이 더 친근감으로 다가올 것이다. 축산 농가의 골칫덩어리인 쇠똥을 친환경 연료로 격상시킨 업체는 현대제철이다. 쇠똥이 석탄을 대체할 만할 가능성이 있음을 확인하고 연구에 매달려 성과를 냈다고 한다. 더군다나 이것을 제선기술에 적용했다고 하니 놀랄 일이다.

  발상의 전환이 이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를 통해 관련 특허 7권을 출원했다고 하니 동종 업계의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과 함께 수입원료 대체 및 원가경쟁력을 향상시키는 등 일거양득(一擧兩得) 이상의 경제적 효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보인다. 이래도 쇠똥을 우습게 볼 것인가. 전국의 쇠똥이 씨가 마를 날도 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하루아침에 이렇게 신분이 격상된 똥은 없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는 속담이 있다. 이제는 ‘쇠똥도 원료로 쓰려면 없다’는 말이 나오게 생겼다. 축산 폐기물을 이용해 연료로 만들려고 생각한 연구원들의 연구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이산화탄소배출권거래제 시행으로 우리 철강금속업계는 엎친 데 덮친 상황이 됐다. 하지만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 없다. 쇠똥도 도움이 되는 세상에 또 다른 저감 대책을 찾기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저작권자 © 철강금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